[인터뷰] 최동수 코치의 바람, “실력 이전에 좋은 인성”
OSEN 윤세호 기자
발행 2015.02.06 13: 32

LG 트윈스 최동수(44) 육성군 코치는 현역시절 이름 앞에 ‘대기만성’이 붙곤 했다. 프로 입단 후 7, 8년을 2군에서 무명선수로 보낸 최동수는 2001시즌 94경기에 출장하며 1군 선수가 됐다. 처음으로 한 시즌 두 자릿수 홈런(2004시즌 15홈런)을 달성했을 때 최동수의 나이는 만으로 서른셋, 첫 3할 타율(2005시즌 3할1푼9리)은 서른넷이었다.
30대에 1군 선수 생활을 시작한 최동수는 자신의 20대를 두고 “간절함만은 잃지 않았던 것 같다”고 돌아봤다. 2군 경기를 마치고 나면, 잠실구장 관중석에 홀로 앉아 ‘언젠가는 내가 뛸 무대’라는 믿음을 갖고 1군 경기를 지켜봤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시작은 늦었으나, 종착역은 길고 화려했다. 최동수는 2013시즌 페넌트레이스 마지막 경기가 끝난 후 만원관중 속에서 성대한 은퇴식과 함께 현역 생활을 마무리했다. 당시 최동수의 나이는 마흔 두 살. 동기들보나 늦게 빛을 봤을지는 몰라도, 동기들보다 오랫동안 그라운드 위에서 함성소리를 들었다.

은퇴 후 최동수는 곧바로 코치가 됐다. 올해로 코치 2년차를 맞이한 최동수 코치를 지난 5일 이천 챔피언스파크에서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었다. 현재 최 코치는 야구 공부와 지도를 병행하면서 선수들에게 좋은 멘토가 되려고 노력 중이다. 
-어느덧 코치를 시작한지 1년이 흘렀다. 보통 선수 입장에서 코치를 바라만 보다가, 직접 코치를 하면 많이 다르다고들 한다.
“사실 코치란 직업이 이렇게 힘들 줄은 몰랐다. 처음에 하루 종일 선수들을 바라보며 서 있는 것 자체가 힘들었다. 선수 한 명 한 명을 아무 것도 묻지 않고 파악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 외에도 일정 짜는 것, 선수들에게 다가가는 방법 등 아직은 많은 부분들이 부족하다. 다행히 우리 팀에는 경험이 많은 코치 선배님들이 많다. 여러 코치님들을 보면서 공부하고 있다. 야구에는 정답이 없다고 한다. 그래도 코치는 정답에 가까운 것을 찾기 위해 항상 공부해야 한다. 일방적으로 정답을 제시하는 코치보다는 선수들과 함께 고민하며 정답을 찾아주는 코치가 되고 싶다.”
-현역시절 길었던 2군 생활이 코치를 하는 데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눈물 젖은 빵을 먹은 사람만이 인생을 알 수 있다’고들 한다. 그런데 나는 솔직히 우리 선수들이 고생하지 않고 잘 했으면 좋겠다. 2군에 오래 머무는 것은 굉장히 힘든 일이다. 빨리 1군에 가서 잘 해줬으면 좋겠다. 하지만 사람마다 갖고 있는 재능이 다르다. 누가 봐도 프로로 성공하기 힘들어 보이는 이도 있다. 그래도 분명한 점은 ‘한 만큼, 마음 먹은 만큼, 돌아간다’는 것이다.”
-야구 외적인, 정신적인 면을 강조하는 것 같다.
“프로선수가 됐지만, 야구로 성공할 수도, 성공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래도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것이다. 야구에서 최선을 다해야, 나중에 야구가 아닌 다른 것을 할 때도 최선을 다할 수 있다. 최선을 다하면 야구가 안 되도 떳떳하게 옷을 벗을 수 있고, 다른 옷을 입어서도 잘 할 수 있다. 최선이 곧 인생의 기본이라는 것을 알려주려고 한다.”
-이제 막 고등학교를 졸업한 어린 선수들은 이해하기 힘들지도 모른다.
“그래서 진정성이 중요한 것 같다. 진정성이 없으면 선수들이 거부감을 느낄 수 있다. 선수 시절을 생각하면서, 선수들이 편안한 마음으로 내게 오도록 하고 싶다. 선수들과 이야기를 많이 나누려고 한다. 맞춤형 지도를 해야 하는데 쉽지 않은 일이다. 선수마다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 계속 밀어야하는 선수, 달래야 하는 선수, 개인별로 다 다르다. 이른바 밀당을 한다. 그래서 선수마다 성격·가정사·자라난 환경 등을 깊이 들어가 파악하고 있다.”
-지난해 일 년 동안 선수들을 지도하면서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
“가슴 아픈 일들을 많이 겪었다. 무엇보다 방출되는 선수들을 봤을 때 정말 슬펐다. 처음 느껴보는 감정이었다. 내가 힘이 되 줄 수 없다는 것, 내 의지와 상관없이 일이 진행된다는 게 많이 힘들었다. 정말 떠나는 선수들을 볼 수가 없더라. 현역 시절 동료들이 옷을 벗는 것을 볼 때와는 또 달랐다. 여기에 있는 선수들은 ‘야구가 인생의 전부’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사실 야구가 인생의 전부일 수 없는 선수들이 더 많다. 야구가 전부라고 생각했다가 방출되면 그 허망함이 말할 수 없이 클 것이다.”
-현역 시절, 어려서부터 힘든 경험을 많이 했기에 더 잘 이해할 수 있었을 것 같다.
“그래도 나는 다행이었다. 나는 더 어렸을 때 학교에서 짤렸다. 중학교 1학년, 2학년 때 학교서 짤리고 나서 이 기분이 어떤 건지 느꼈다. 그래서 어린 나이에도 절실해졌던 것 같다. 지금 프로 온 선수들은 알기 힘들다. 학생 때는 야구 잘 했던 선수들 아닌가. 그래서 항상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작년에 선수들이 방출되는 모습을 보면서, 앞으로 다른 무엇을 하든 최선을 다할 수 있는 사람이 되게 하고 싶다. 정신적으로 강한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 야구를 잘 하는 것도 정말 중요하지만, 인성·진념·인내를 가장 먼저 갖춰야 한다고 본다.” 
 
-이천 챔피언스파크는 최고 시설을 자랑한다. 이렇게 좋은 여건 속에서 훈련하는 후배들이 부럽기도 할 것 같다.
“정말 좋다. 내가 이런 환경에 있었다면 2군 생활이 좀 짧아졌을 것 같다. 2군에서 한창 있었을 때 어느 순간인가 내 노력이 부족했다고 느꼈다. 물론 사람은 환경을 탓해서는 안 된다. 그래도 여기서는 밥만 먹고 야구할 수 있다. 여기는 더우나 추우나 상관없이 마음껏 공을 칠 수 있다. 선수들에게 농담조로 ‘밥 먹으면서 휘둘러라’고 권유한다. 그런데 선수들은 이 말의 의미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
-어떤 의미인가?
“내 바람은 선수들이 자율훈련에 능숙해지는 것이다. 훈련한 후 알아서 자신들이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 선수가 되기를 바란다. 자립심을 키워주고 싶다. 궁지에 몰렸을 때 이겨내지 못하는 선수들을 많이 봤다. 그러다보면 성장이 더딜 수밖에 없다. 쉬라고 하면 진짜 쉰다. 환경이 선수들을 이렇게 만든 건지도 모르겠다. 실제로 아마추어는 무조건 끌고 간다. 그러다보니 하라는 대로 하는 게 몸에 익었다. 시키면 무엇이든 다 한다. 그런데 스스로는 어떻게 하는지 모른다. 한 번은 ‘이제부터 자율훈련이다’고 외쳤는데 다들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더라.”
-아무래도 육성군은 어린 선수들이 대부분이고 자율훈련에 능숙한 선배들과 떨어져서 그렇지 않을까?
“사실 나도 그랬었다. 그래서 아이러니하게도 어린 선수들에게 자율훈련은 어떻게 하는지, 자율훈련이 무엇인지 이야기한다. 나 또한 선수시절에 외국인선수들을 보면서 자율훈련에 대해 많이 느꼈다. 외국인선수들은 알아서 한다. 그렇다고 외국인선수가 우리보다 야구를 특별히 더 많이 아는 것은 아니다. 배고픈 것을 찾아 먹을 줄 아는 것이다. 어렸을 때부터 스스로 하는 게 몸에 익었다. 예전에 페타지니가 그랬다. 그라운드 위에서 정말 진지했다. 집중력이 정말 뛰어났다. 실전이든 훈련이든 집중해서 알아서 척척했다. 훈련량이 많지는 않았다. 하나를 해도 정말 집중해서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어떻게 하면 자율훈련이 자리 잡을 수 있을까?
“예전에는 2군 시설 자체가 혼자서 하기 힘들었다. 이천은 시설이 된다. 하고 싶을 때 언제든 할 수 있다. 밤새 고민하다가 무언가 떠오르면 바로 숙소서 내려와서 배트 휘두르면 된다. 선수 시절을 돌아보면, 머리 터지게 고민하고 움직이지도 못할 정도로 훈련하면 마침내 길이 보였다. 나는 우리 선수들이 밥 먹다가 갑자기 무언가 떠올라서 배트 잡고 훈련하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다. 스스로 찾아 먹는 습관을 만들어주고 싶다. 운동은 항상 배고파야 한다. 아쉬움 속에서 잠드는 게 일상이 되어야 한다. 그러면 성공할 수 있다.”
-앞으로 자율훈련 속에서 가파르게 성장하는 선수들을 기대할 수 있겠다.
“일단 실력 이전에 좋은 인성을 가진 선수들을 키워내고 싶다. 육성군을 담당하고 있는 만큼, 인생에 대한 기본자세부터 확립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반다. 바른 인성을 지닌 선수들이 많아지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할 것이다. 사실 야구란 게 정말 힘들다. 그래도 선수와 코치는 항상 웃고 지내는 관계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침에 운동장 나와서 서로 크게 인사하고 웃으면 힘든 운동을 이겨낼 힘이 생긴다. 작은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다행히 나를 보고 웃는 선수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렇게 서슴없이 선수들과 지내다보면, 진심이 통하게 될 것이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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