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무한도전’이 불을 지핀 ‘토토가’ 열풍이 미국 LA에서도 뜨겁게 번지고 있다. 여의도에서 박명수 정준하가 기획한 방송 아이템이 태평양을 건너 미 서부까지 닿은 것이다.
이민자들의 거점 도시 LA와 뉴욕, 시카고에서 한인 대상 공연이 정기적으로 있었지만, ‘무도-토토가’ 방송 이후 특히 1990년대 활동한 가수들의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지난 2일(현지시간) LA 인근 팜스프링스 한 호텔에선 김현정 조성모 DJ DOC가 특설 무대에 올라 갈채를 받았다. 팜스프링스는 세계 최고 수준의 골프장과 카지노, 온천 휴양 시설이 밀집한 미 서부 최대 부촌 중 하나다.
이날 김현정은 자신의 히트곡에 이어 소찬휘의 ‘티어스’까지 MR 없이 가창해 관객을 들썩이게 했다. DJ DOC 역시 자신들의 인기곡을 쉬지 않고 부르며 객석의 흥을 돋웠고, 반년 만에 LA를 찾은 조성모도 “토토가가 이렇게 많은 분들의 관심을 받을 줄 몰랐다”고 인사한 뒤 ‘투 헤븐’ ‘다짐’으로 한인들을 기쁘게 했다.

성황리에 공연을 마치고 5일 귀국한 DJ DOC 멤버들은 “저희들은 비록 토토가 무대엔 오르지 못 했지만, 이번 LA 공연을 통해 충분히 그 열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90년대 노래는 한국 가요의 최고 번영기였고,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넘어가기 직전이라는 점에서 팬덤이 남다를 수밖에 없다. 무한도전이 그 포인트를 절묘하게 잡아낸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공연을 기획한 튠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미국 내 ‘토토가’ 열풍은 당분간 식지 않고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 공연 기획자는 5일 “미국은 오래 전부터 향수를 자극하는 과거 활동 가수들의 섭외 요청이 더 많았던 지역”이라며 “이민 1세대부터 그들의 자녀들까지 어릴 때부터 듣고 자란 익숙한 노래를 통해 이곳 생활의 어려움을 이겨냈다. 어쩌면 토토가 열풍은 한국 보다 미국이 원조인 셈”이라고 설명했다.
행사에 참여한 또 다른 직원은 “공연장을 가득 메운 3000여 관객이 너나할 것 없이 노래를 따라 부르며 하나가 됐다. 지금까지 적잖은 공연을 기획했지만 이렇게 코끝이 찡한 광경은 처음 봤다”고 말했다. 이들은 DJ DOC를 비롯해 ‘토토가’ 출신 가수들을 내세운 앙코르 공연을 계획중이다. 이와 함께 주먹구구식으로 진행되던 모객과 발권 시스템을 전산화하는 투명화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LA 한인타운에선 어느 식당과 소주집을 가더라도 최신곡 보다 SES, 핑클, 터보, 김건모의 ‘그때 그 시절’ 노래들이 무한 반복 재생되고 있다. 자신을 클럽 DJ라고 소개한 한 유학생은 “요즘 토토가 신드롬이 한국과 LA를 동기화시켰다”고 말했다.
bskim0129@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