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자고 시작한 예능이건만 어느 순간 다큐가 돼 있었다. 가족들의 캐릭터도 우리네 식구 누구와 닮아있고. 그들이 만들어낸 상황 역시 우리 집에서 늘상 일어나는 이야기다. 그런가하면 이들은 가내 수공업에 말 한마디없이 열중한다. 이쯤되면 다큐 '인간극장'이다.
지난 1월 23일 첫방송을 시작한 KBS '용감한 가족'은 스타들로 구성된 가상 가족이 그들이 생활하는 곳에서 그 곳 주민들과 똑같이 생활하는 과정을 담은 생활 밀착 가족형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다.
6일 방송에서는 엄마 심혜진과 아빠 이문식의 첫 대립이 그려졌다. 엄마는 막내 설현의 생일을 맞아 없는 살림에 뭐라도 해주고자 아침부터 분주하다. 자신의 안마기를 이장댁에 팔고 마련한 돈으로 설현이 잘 먹던 생선을 구입한다. 이장댁에서 생선 요리법을 배우고 요리를 시작하고 있을 무렵, 식구들은 엄마를 기다리지 않고 자기들끼리 라면을 끓여먹는다. 집으로 돌아온 심혜진든 서둘러 상을 차리려고 하지만, 아빠는 또 갑자기 고기잡이를 간다고 나선다.

생일파티를 해야되는 상황에 굳이 고기잡이를 나서는 아빠. 엄마는 그런 아빠가 이해가 안돼 감정이 상한다. 이문식이 돌아오자, 심혜진은 가족들이 라면을 끓여먹었다는 사실과 함께 모든 것에 감정이 상하고 결국 자신이 관리하던 돈을 던지며 "이제부터 각자 밥을 사먹고 챙기라"고 소리친다. 이문식과 심혜진은 서로 감정이 상해 자리를 뜬다. 두 사람 사이에서 어쩔 줄 모르는 식구들. 민혁은 혜진을 설득하며 아빠에게 사과하라고 하고, 명수도 두 사람을 중재하기에 나선다.
결국 문식이 먼저 사과를 하고 다시 가족들은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만든다. 심혜진은 "가족이 모이면 이런 저런 갈들을 겪는다. 합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다"고 상황을 정리했다.
이들의 부부싸움은 다큐멘터리였다. 우리네 집에서 늘상 일어나는 식구들 다툼 한자락을 보는 듯 했고, 심혜진네 가족의 '인간극장'이라는 타이틀을 붙여도 무방할 정도였다.
이들의 다큐는 이렇게 끝나지 않았다. 다음날 식구들은 먹고 살기 위해 고기를 손질하는 부업에 나선다. 식구들이 모두 모여 작은 고기를 다듬는다. 이 과정 역시 재미는 찾아볼 수 없었다. 점점 말이 없어지는 식구들은 허리가 끊어져라 고기 손질만 했고, 보다 못한 명수가 "예능에 잔뼈가 굵은 나지만, 이런 예능은 처음이다"며 "제작진이 간섭을 안한다. 하루종일 이러고 있어야 하냐. 생선 배 따러 여기 왔냐. 6시 내고향이냐"고 볼멘소리를 냈다.
고기잡이에 나섰을 때도 이런 상황은 여전했다. 아빠는 식구들을 먹여살려야 한다는 책임감으로 고기잡이에 필사적이었고, 다른 남자들 역시 말없이 아빠의 그런 분위기에 따랐다. 역시 명수만 말없이 고기만 잡는 모습을 걱정했다. 예능인데 말이 이렇게 없을 수 있냐며.
박명수의 말대로 하루종일 그러고 있어야 했고, 먹고 살기 위해서 말 따위는 필요없었다. 작업이 끝나야 후에야 식구들은 힘든 일과를 나누며 겨우 웃을 수 있었다. 단언컨대 '용감한 가족'은 예능이 아니다. 그냥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다. 또는 다큐멘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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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감한 가족'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