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팀은 지난해 꼴찌였다. 지난해뿐만 아니라 최근 몇 년간 계속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다른 한 팀은 지난해 1군이 아닌 퓨처스리그(2군)의 팀이었다. 신생팀의 여건상 전력적 한계는 뚜렷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찾은 답은 훈련이다. 전지훈련에서 한화와 kt의 강훈련 행보가 화제를 모으고 있다. 하위권 판도를 바꿔놓을 수 있는 계기가 될지 관심이 모아진다.
프로야구 10개 구단들은 현재 미국과 일본으로 나뉘어 전지훈련을 소화 중이다. 삼성이 괌 1차 훈련을 마친 것을 시작으로 대부분의 팀들이 2월 10일경 1차 전지훈련을 마친다. 그 후 2차 전지훈련에 돌입한다. 보통 1차 전지훈련은 선수들의 몸 상태를 끌어올리는 데 주안점을 둔다. 그리고 2차 전지훈련에서 실전에 돌입, 실전감각과 컨디션을 보충한 채로 시범경기를 맞이한다.
그래서 그럴까. 1차 전지훈련에서 강훈련이 화제가 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오히려 각 팀 코칭스태프들이 선수들의 몸 상태를 배려하는 모습도 더러 눈에 띈다. 무리한 훈련이 부상이나 컨디션 저하를 부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최근에는 예전에 비해 자율적인 훈련 분위기를 강조하는 지도자들도 많이 늘었다. 이에 따라 선수들의 훈련 패턴도 점차 바뀌어가는 흐름 또한 읽힌다. 하지만 한화와 kt는 예외다.

김성근 감독이 부임한 한화는 지난해 마무리캠프부터 지옥훈련을 이어가는 중이다. 선수들의 입에서 비명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김 감독이 강한 훈련의 대명사이기는 하지만 전 소속팀이었던 SK에 비해서도 훈련 강도가 높다는 증언까지 나온다. 그만큼 전력이 약하다는 것을 자각하고 강하게 선수들을 몰아붙이고 있다는 말이 된다. 1차 전지훈련임에도 불구하고 연습경기를 타 팀에 비해 많이 편성한 것도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김 감독은 선수들의 기술적인 부분도 중요하지만 의식개혁이 모든 것의 시작이라는 지론을 가지고 있다. 지난 몇 년간 가지고 있던 나태한 생각과 패배의식을 하루 빨리 털어버려야 진정한 발전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이런 상황에서 강훈련은 선수들의 기술적 향상은 물론 정신적 자세까지 고쳐놓을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일 수도 있다. 훈련에 있어서는 타협이 없는 김 감독인 만큼 한화의 훈련은 앞으로도 가장 큰 화제를 불러 모을 전망이다.
일본 미야자키에서 캠프를 진행 중인 kt도 조범현 감독이 강훈련으로 조련하고 있다. 한화의 지옥훈련이 예고된 것이라면 kt의 강도 높은 훈련은 현실적으로 어쩔 수 없는 문제다. kt는 신생팀이다. 신인드래프트, 2차 드래프트, 보호선수 20인 외 지명, 프리에이전트 영입, 자유계약선수 등으로 많은 선수를 영입했으나 간신히 구색만 짜놨다고 볼 수 있다. 여기에 팀 내 구성원들의 절대다수는 아직 젊거나 어린 선수들이다. 전력만 놓고 보면 10개 구단 중 압도적인 꼴찌다. 동네북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이런 kt가 반전의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훈련밖에 답이 없다. 조 감독이 취임한 이래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는 부분이다. 이번 미야자키 캠프에서도 타 팀에 비해 훈련량을 많이 가져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는 말이 나온다. 아직 조 감독의 성에 차지 않는 수준인 만큼 이런 조련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조범현 감독이 직접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고 코칭스태프도 독한 마음을 다잡고 있다는 후문이다.
이런 두 팀의 훈련 성과가 나온다면 올해 프로야구 판도도 더 흥미롭게 돌아갈 수 있다. 한화는 당장 탈꼴찌가 기대되고 있다. FA시장에서 베테랑 투수 세 명(권혁 배영수 송은범)을 영입해 전력을 보강했다. 최하위권에 머물며 몇 년간 모은 자원들도 타 구단 관계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김 감독의 조련이 더해지면 중위권 도약도 가능하다는 평가다. kt는 여전히 꼴찌 후보다. 하지만 4할 이상의 승률을 기록한다면 역시 다른 의미에서 돌풍을 일으킬 수 있다. 타 팀과는 다른 길을 밟고 있는 두 팀의 최종 성적이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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