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식은 자율적인 메이저리그(MLB) 식에 가깝다. 그런데 훈련량은 지난해에 비해 훨씬 더 늘었다. 보통의 상식으로는 잘 이해가 되지 않는 일이다. 이유가 있다. 선수들의 자발적인 노력 때문이다. SK의 플로리다 캠프가 ‘자율’의 진정한 의미를 찾아가고 있다. 올해 희망도 커진다.
미 플로리다주 베로비치에 위치한 히스토릭 다저타운에서 1차 전지훈련을 소화하고 있는 SK는 차분하게 2015년을 바라보고 있다.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은 5명의 전원 잔류, 그리고 알찬 외국인 선수 선발로 전체적인 분위기는 좋은 상황이다. 윤길현이 가벼운 햄스트링 부상으로 조기에 귀국하긴 했지만 나머지 선수들은 전반적으로 순조롭게 몸 상태를 끌어올리며 캠프 분위기를 주도 중이다.
지난해 가고시마 마무리훈련부터 시작된 김용희 신임 감독의 훈련 방식도 선수들 사이에서 호감을 얻고 있다. 지도자 지론에 있어 미국식 영향을 많이 받은 편에 속하는 김 감독은 선수들을 몰아붙이는 강훈련보다는 체계적인 훈련 분위기를 만드는 데 애를 쓰고 있다. 지금 현재의 컨디션은 큰 의미가 없다며 충실한 웨이트트레이닝과 멀리 보는 시각을 강조한다. 양방향 소통을 중시하는 것도 선수들이 뽑는 변화의 지점이다.

이런 김 감독의 지론 때문일까. 현 시점에서 기본적인 일정표 상의 훈련 강도가 타 팀에 비해 높다고는 볼 수 없다. 미국 생활을 한 외국인 선수들이 “메이저리그 방식에 가깝다”라고 할 정도다. 하지만 정작 선수들의 훈련량은 지난해 이맘때보다 늘었다는 것이 현지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런 역설에는 선수들의 자발적인 노력이 숨어 있다. 경쟁이 치열해진 만큼 스스로 보완점을 찾아 땀을 흘리고 있는 것이다.
현지에 머물고 있는 한 관계자는 “캠프 분위기는 아주 좋다. 선수들이 자발적으로 훈련량을 엄청나게 늘리고 있다”라고 전했다. 기본적인 팀 훈련 외에 선수들이 스스로 하는 훈련이 늘어나 전체적인 훈련량이 예년 이맘때보다 늘어났다는 의미다. 주전급 선수들부터가 그렇다. 경쟁구도가 형성된 만큼 자리를 뺏기지 않기 위해 훈련에 열중이다. 이런 주전 선수들을 보는 백업 선수들의 마음도 급해질 수밖에 없다.
오히려 코칭스태프들과 관계자들의 심정이 조마조마하다. 한 관계자는 “전체적으로 선수들의 컨디션이 좋은 편인데 너무 좋아서 문제다”라고 말했다. 컨디션은 주기가 있다. 전지훈련 때도 오르막과 내리막을 반복한다. 지금 너무 좋으면 정작 시즌에 들어갈 때 곡선이 떨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다. 괜한 걱정이 드는 것이 어쩔 수 없을 정도다.
김용희 감독도 냉정함을 유지하고 있다. 현재의 성과에 도취하지 않는다. 오히려 선수들에게 멀리 보는 시각을 주문 중이다. 김 감독은 4일 플로리다 캠프 첫 자체 홍백전이 끝난 이후 “타자들에게는 결과에 쫓겨 조급해 하지 말 것을 주문했다. 투수들은 너무 빨리 컨디션을 끌어올릴 필요가 없다고 주문했다. 진짜는 홍백전도 아닌, 오키나와 연습게임도 아닌 3월 28일부터다”라며 체계적인 컨디션 관리를 당부했다. 감독이 나서 “컨디션을 조절하라”라는 말이 나오는 캠프. 자율이라는 단어가 진정한 힘을 발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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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와이번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