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 캠프]절박함과 배려가 빚어낸 KIA 베테랑 효과
OSEN 이선호 기자
발행 2015.02.07 10: 30

지난 6일 KIA는 오키나와 긴베이스볼스타디움에서 홍백전을 가졌다. 다음(10일) 훈련주기부터 예정된 대외 연습경기에 대비하는 실전감각 익히기였다. 김기태 감독과 코치들은 번트, 앤드런, 주루 등 다양한 작전과 수비포메이션 등을 점검하며 선수들의 움직임을 살펴보았다.
눈에 띠는 대목은 바로 출전선수였다. 양팀은 11번타자까지 라인업을 짰다. 모두 22명의 선수들이 출전해 타격과 수비를 했다. 즉 2명의 선수를 추가했던 것이다. 통상적으로 홍백전이기 때문에 어떤 형태든 관계는 없지만 여기에 김기태 감독이 주목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바로 베테랑 선수들이 모조리 라인업에 들어있다는 점이었다. 김주찬은 톱타자, 최희섭은 4번타자, 이범호는 5번타자, 노장 백업맨 김민우와 박기남도 뛰었고 외국인 브렛 필도 중심타선에 있었다. 김원섭도 톱타자 겸 중견수로 선발라인업에 이름을 넣었다. 괌에서 넘어온 나지완도 수비수로 나섰다. 1군 전력 전체가 실전에 참가하는 모습이었다.

김 감독은 전지훈련에서 베테랑 선수들의 훈련량을 조절해준다. 각자 알아서 훈련하라는 일종의 자율훈련권을 보장한 것이나 다름없다. 그래서 베테랑 선수들은 점심시간에 배팅을 하고 3시가 되기 전에 호텔로 돌아가기도 한다. 그렇다고 베테랑 선수들이 훈련을 소홀하지 않는다. 오히려 "집중력 있는 훈련이 된다"면서 고마움을 표시하고 있다.
그 증거가 드러난 것이 바로 실전이었다. 김 감독은 "첫 실전이지만 홍백전이어서 베테랑들이 출전하지 않겠다고 할 줄 알았다. 그래서 마음속으로는 9명 타선으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모두 경기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이 시기에 고참선수들이 모조리 실전에 나섰다는 점은 쉬운 일이 아니다"고 의미를 부였했다.
베테랑들은 일찌감치 전훈을 준비했다. 작년 11월과 12월 충실한 개인훈련을 통해 몸을 만든 상태에서 전지훈련을 시작했다. 오키나와에서도 러닝, 웨이트, 배팅 등 스스로 훈련량을 끌어올려 실전모드로 바꾸었다. 더욱 큰 효과는 베테랑들이 열심히 하고 후배들도 뒤따르는 선순환 훈련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김 감독은 "이게 가장 중요한 점이 아니겠느냐"며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사실 이같은 베테랑들의 움직임은 현실과도 무관치 않다. 이범호는 올해를 마치면 FA 자격을 얻는다는 점에서 자연스럽게 동기부여가 되고 있다. 최희섭은 18개월간의 침묵을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김원섭, 김민우, 박기남 등도 후배들에게 밀리지 않으려는 생존의식이 절박하다. 여기에 김기태 감독의 배려에 대한 보은심까지 접목되면서 베테랑 효과가 톡톡히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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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나와=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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