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참골단(肉斬骨斷). 상대에게 살을 내어주고 뼈를 부순다는 뜻이다. 김영만(43) 동부 감독이 최고외인 데이본 제퍼슨(29, LG)을 봉쇄한 비법이다.
원주 동부는 6일 창원실내체육관에서 개최된 2014-2015시즌 KCC 프로농구 5라운드에서 홈팀 창원 LG를 80-62로 제압했다. 동부(29승 14패)는 3위를 굳게 지켰다. 12연승이 좌절된 LG(23승 21패)는 2015년 첫 패배를 당하며 오리온스와 공동 4위가 됐다.
경기 전 라커룸에서 만난 김영만 감독은 제퍼슨을 막을 비책마련에 고민이 많았다. 김 감독은 “제퍼슨을 혼자 막기는 쉽지 않다. 협력수비를 해야 한다. 개인기술이 워낙 뛰어나다. 실책을 허용하면 바로 속공을 먹는다. KBL에 오면 안 되는 레벨의 선수”라며 근심이 많았다.

뚜껑을 열어보자 명불허전이었다. 화려한 개인기를 앞세운 제퍼슨은 앨리웁 덩크슛으로 포문을 열었다. 그는 수비 한 두 명은 언제든지 제끼고 들어가 득점을 했다. 제퍼슨이 8득점을 몰아넣자 김영만 감독은 작전시간을 요청했다.
사실은 계산된 한 수였다. 김영만 감독은 아껴뒀던 김주성을 투입하며 수비에 변화를 줬다.대인방어에서 2-3 매치업존으로 전환했다.
득점의 맛을 이미 본 제퍼슨은 하이포스트에서 공을 잡아 1 대 1을 거는 계속 똑같은 패턴으로 공격을 해왔다. 동부는 제퍼슨이 공을 잡을 때까지는 그대로 뒀다. 하지만 제퍼슨이 골밑으로 들어오는 순간 주위에 있는 윤호영이나 김주성이 순식간에 도움수비를 들어갔다. 2m 장대 세 명이 둘러싸자 제퍼슨도 무리한 슛을 남발했다. 1쿼터 막판 돌진하는 제퍼슨을 뒤에서 점프한 김주성이 막아내는 장면은 이날의 하이라이트였다. 거기서 승부가 갈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제퍼슨은 ‘내가 최고’라는 자존심이 강한 선수다. 한두 번 막혔다고 좌절할 그가 아니다. 득점의 맛을 봤으니 더욱 멈추기가 어려웠다. 그런 기질까지 김영만 감독은 꾀고 있었다. 결국 제퍼슨 일변도의 공격이 막히자 LG는 동부의 소나기 3점슛 펀치를 맞고 길게 누웠다.
경기 후 김영만 감독은 “1쿼터 6분까지 제퍼슨이 좋아하는 플레이를 시켜줬다. 김주성으로 멤버를 바꿔서 수비한 것이 잘되면서 공격도 주효했다. 초반에 LG가 좋아하는 농구를 했다. 그것을 딱 못하게 하니까 서버리더라. 제퍼슨에게 보통 30점을 주는데 17점으로 막았으니 잘했다”면서 해맑게 웃었다.
동부의 수비에 당한 에이스가 제퍼슨뿐만이 아니다. 조성민도 지난 1월 24일 동부를 맞아 야투율 22%를 기록하며 부진을 면치 못했다. 똑같은 수비라도 상대선수의 포지션과 성향에 따라 많은 변화를 주는 것이 동부다. ‘초짜’인 김영만 감독이 제대로 지휘봉을 잡은 첫 시즌부터 변화무쌍한 전술을 구사하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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