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자이언츠' 시민구단 소동이 남긴 과제는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5.02.07 13: 00

롯데 자이언츠를 인수, 부산 시민을 위한 시민구단으로 만들겠다는 꿈은 과연 현실성이 있을까.
지난 3일 '부산자이언츠 협동조합 기획단'(이하 기획단)은 롯데 자이언츠의 구단 운영을 정면으로 비판하며 인수 뒤 시민구단으로 꾸리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리고 6일 기획단은 부산 YMCA에서 공청회를 열고 논란에 대해 답변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번 시민구단 추진에 있어서 중요한 과제는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자금, 두 번째는 인수 가능성이다. 기획단에서는 30만명의 조합원이 30만원의 출자금을 내면 900억원이 조성되고, 월 회비 1만원이면 연간 360억원으로 구단 운영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주장했지만 과연 30만명을 모을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또한 기획단은 롯데 자이언츠 인수 금액으로 400~500억원을 예상하고 있는데, 롯데 측에서는 '대응할 필요성을 못느낀다'며 언급조차 하지 않고 있다.

프로야구의 주인은 팬이다. 이 말은 프로야구가 출범했던 33년 전부터 지금까지 계속해서 나왔던 말이다. 구호뿐이었던 이 말은 이제 현실이 되었다. 작년 몇몇 구단은 팬들의 목소리에 감독을 교체했고 롯데는 거리로 나온 팬들에게 굴복해야만 했다.
그렇지만 이번 시민구단 추진은 도를 넘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프로야구단을 운영하는데는 자금과 전문성 두 가지 모두 필요하다. 단순히 '내가 해도 당신들 보다는 잘 하겠다'라는 생각으로 덤벼들어서는 될 일도 안 된다. 게다가 이번 시민구단 추진이 진짜 팬들의 목소리를 대변한다기 보다는 일부 세력의 세 과시라는 이야기까지 있다.
그래서 이번 시민구단 추진은 '소동'에 가깝다. 현실성이 떨어지는 이야기가 나오는 건 둘째 치더라도, 진짜 롯데 팬들로부터 외면받고 있다는 점에서 명분을 잃고 있다. 실제로 6일 공청회에는 기획단 관계자와 취재진 외에는 썰렁했다는 전언이다. 특히 기획단 측에서는 '롯데가 팔지 않겠다면 팔도록 만들겠다'며 불매운동 등 집단행동에 나설 뜻을 암시했지만,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 지조차 의문이다. 기획단은 '2차, 3차 공청회를 열어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시민구단 소동은 구단과 팬의 건강한 관계가 무엇인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한다. 열정과 전문성을 갖춘 구단이 팬들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팬들은 실현이 가능한 선에서 구단에 요구하는 게 필요하다. 프로야구의 주인은 팬이지만, 팬이 정말 프로야구단을 운영하려면 현실적인 제약에 마주할 수밖에 없다.
롯데는 이번 논란에 일체 언급을 꺼리고 있다. '구단 운영에 대한 팬들의 회초리로 생각하겠다'면서 자세를 낮추고 있을 뿐이다. 사실 롯데로서는 전면적으로 나설 이유조차 없다. 다만 롯데는 여론은 시민구단 추진 측에 냉소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지만, 그게 롯데를 응원하는 게 아니라는 걸 명심해야 한다. 지난 해 팬들이 받은 상처는 여전히 아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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