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인자’의 설움은 잊어라. SBS 공개 코미디프로그램 ‘웃찾사’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지난 해 11월부터 시청률이 확 오르더니 온라인에는 이 프로그램이 재밌다는 반응이 거세다.
‘웃찾사’는 현재 금요일 오후 11시대에 전파를 타고 있다. KBS 2TV ‘개그콘서트’의 일요일 오후 9시대보다는 주목도가 낮지만 그래도 평일 오후 11시대는 안방극장의 시선을 끌만한 시간대다. ‘웃찾사’가 상대적으로 좋은 시간대를 꿰찬 것은 그만큼 경쟁력이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시청자들을 유입할 수 있는 시간대만 확보된다면 안방극장을 책임지고 웃길 수 있다는 자신감은 실질적인 결과물로 이어지고 있다.
한차례 폐지됐다가 2013년 4월 돌아온 ‘웃찾사’는 처음에는 일요일 오전에 방송돼 주목도가 낮았다. 하지만 2013년 하반기부터 금요일 오후 11시대를 차지한 후 MBC ‘나 혼자 산다’, JTBC ‘마녀사냥’ 등 쟁쟁한 경쟁자들과 맞붙어 5~6%의 시청률을 기록 중이다. 중독성 있는 유행어도 탄생했다.

보통 콩트는 단어나 화법을 반복적으로 해서 재미를 살리는데 ‘웃찾사’는 맛깔스러운 대사를 따라하는 재미가 있다. ‘성호야’의 구수한 사투리인 “네 아들은 안 나와”, “내려와 내려와”, ‘아저씨’에서 유약한 사슴이 목소리를 깔고 정색하며 ‘아저씨’를 외치는 장면, 사람들의 이중적인 행동을 짚으며 재미를 선사하는 ‘기묘한 이야기’에서 ‘정말 기묘하죠?’를 반복하는 장면이 웃음을 안긴다.
촐싹맞은 왕과 근엄한 내시의 목소리가 웃음 지점인 ‘뿌리 없는 나무’, 성대결절이 걸렸다며 이상한 목소리로 ‘테니스가 배우고 싶어요. 테테테테 테니스’를 외치는 ‘배우고 싶어요’, 소통이 안돼 답답함에 ‘뭐라구’를 외치는 ‘뭐라구’ 등 코너별로 한번 들으면 계속 따라하게 되는 유쾌한 반복성이 ‘웃찾사’에 즐비해 있다.
소위 말하는 주구장창 말해서 ‘밀어붙이는’ 개그 뿐만 아니라 언어유희와 풍자도 존재한다. ‘웃찾사’는 현재 다양한 실험을 거듭하며 풍성한 웃음 장치를 가지고 있다. 시청률 상승과 이 프로그램 재밌다는 반응이 거저 얻은 것도, 요란한 빈수레도 아닌 것. 사실 폐지 후 돌아온 ‘웃찾사’가 초반 부침을 겪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
프로그램 폐지는 무대만 바라보고 있는 개그맨들을 생업 전선에 뛰어들게 하고 새로운 스타를 탄생시키는 물꼬를 틀어막는다. 과거 활동했던 개그맨들을 불러모으고 새 얼굴을 키우는데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필요하다. '웃찾사'는 2년여의 시간 동안 무너져 내렸던 벽돌을 새로 깔며 진짜 부활을 준비했다. 피땀 어린 노력의 성과가 이제 막 보이기 시작한 것.
물론 방송 20년을 바라보고 있는 ‘개그콘서트’와의 비교는 아직 벅찬 측면이 많다. '개그콘서트'가 가진 1인자의 경쟁력은 압도적이다. 그래도 이 프로그램이 가진 내공이 많이 세졌다는 사실은 화면에 비치는 현장 방청객들이 콩트 대사를 흥겹게 따라하는 모습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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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찾사'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