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MLB) 통산 3000안타 대업을 향해 달려 나가고 있는 스즈키 이치로(42, 마이애미)가 MLB 야수 중 최연장자가 될 수 있을까. 40인 로스터만 기준으로 할 경우 가능성이 보인다. 이 경우 아시아 야구의 한계를 뛰어 넘는 또 하나의 의미 있는 업적이 추가될 전망이다.
최근 마이애미와 1년 200만 달러에 계약한 이치로는 이제 156개만을 남겨둔 3000안타 고지를 위해 마지막 불꽃을 태울 기세다. 비록 마이애미가 외야진이 꽉 차 있다는 점에서 출전시간을 장담할 수는 없지만 상황에 따라 적잖은 기회가 올 수 있다는 평가다. 여기에 올해 건재를 과시한다면 MLB에서의 시간을 내년까지 연장시킬 가능성도 존재한다.
일본무대를 평정하고 2001년 시애틀에 입단하며 MLB 무대를 밟은 이치로는 지난해까지 14년 연속 세 자릿수 안타를 치며 사실상 명예의 전당 입성을 예약했다. 그 세월 속에서 이치로도 어느덧 만 42세가 됐다. 다른 선수들 같았으면 벌써 은퇴하고 지도자 생활에 입문할 시기다. 그만큼 평소 성실한 자기관리를 했다는 의미다.

40대 야수를 찾아보기 힘든 것은 전 세계 야구판 어디가나 마찬가지다. 최고 선수들의 집합소라는 MLB도 크게 다르지는 않다. 그런데 이치로가 야수 중 최연장자가 될 가능성도 생기고 있다. 지난해 최연장자였던 제이슨 지암비(44, 클리블랜드)의 은퇴 가능성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최근 클리블랜드는 지암비에게 선수 계약 대신 구단 직원 계약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인 직책이나 조건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현지에서는 지암비의 현역 은퇴를 유력하게 보고 있다. 한 때 MLB를 대표하는 슈퍼스타 중 하나였던 지암비는 지난해 MLB 26경기에서 타율 1할3푼3리에 그쳤다. 마이너리그는 유망주를 키워야 한다. 지암비에게 줄 자리가 없다. 그렇다고 타 팀에서 지암비를 데려갈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
그 외에 이치로보다 나이가 많은 지난해 40인 로스터 합류 선수로는 라울 이바네즈(43, 캔자스시티)가 있다. 한 때 이치로와 한솥밥을 먹으며 뛰어난 타자로 이름을 날렸다. 그러나 입지는 점점 좁아진다. 최근 5년 동안 5개 팀을 거치며 떠돌이 생활을 했고 지난해에는 90경기에서 타율 1할6푼7리에 그쳤다. 최근에는 현역보다는 행정직(탬파베이), 코치직(뉴욕 양키스)에 더 많은 이름을 올리고 있기도 하다. 그렇게 지암비와 이바네즈가 은퇴한다면 이치로보다 더 나이가 많은 40인 로스터 포함 선수가 있을지는 확실하지 않다.
이치로는 벌써 MLB 15년차에 돌입한다. 일본에서 프로생활을 시작한 탓에 MLB 데뷔가 다소 늦은 것이 어쩌면 아쉬울 법하다. 하지만 꾸준한 자기관리로 MLB 야수 최연장자가 오른다면 “동양인들은 몸이 약하다”라는 인식을 깨뜨릴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새삼 17년 동안 MLB 무대에서 경쟁하며 아시아 선수들이 범접하기 어려운 기록을 쌓은 박찬호가 더 대단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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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PBBNews = News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