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격전에 사회풍자 녹이기, 역시 '무도' 답다
OSEN 박정선 기자
발행 2015.02.07 19: 47

'무한도전'은 역시 이름값을 했다. 언제나 그렇듯, 매년 하는 추격전처럼 꾸미면서도 그 속에 사회 문제들을 녹였다.
7일 오후 방송된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은 '끝까지 간다' 특집으로 꾸며졌다. '끝까지 간다'는 여러 겹으로 이루어져 있는 의문의 상자를 열 때마다 상금의 액수가 상승, 원하는 만큼 상자를 열어 상금을 획득할 수 있는 상자 쟁탈 추격전이다.
시작부터 최근 있었던 연말정산 논란을 의식한 듯한 설정과 자막이 이어졌다. 김태호 PD는 "10년 동안 고생하신 여러분을 위해 특별한 선물을 준비했다"면서 상금 상자를 공개했다. 그리고 "특별 상여금이 들어있다"면서 멤버들의 구미를 당기게했다. 이와 함께 '13월의 보너스'라는 자막이 등장했다. 그러나 이는 보너스가 아니었다. 한 멤버가 상금을 획득하면 그 돈을 고스란히 멤버들이 나누어내게 되는 것. 이는 13월의 월급이라 불리던 연말정산이 옛말이 돼버린 최근의 논란을 풍자한 듯 보였다.

또한 갑질 논란도 이어졌다. 최근 우리 사회를 강타한 갑질 논란을 멤버들과 제작진의 관계로 비유했다. 제작진은 일단 멤버들에게 계약서에 동의하도록 했는데, 이 계약서에는 제작진이 갑으로 또 멤버들이 을로 기재돼 있었다. 그리고 멤버들은 계약서 뒷장, 제작진에게만 유리하도록 정해진 조항을 보지도 못한 채 사인을 마쳤다. 이것이 이날 추격적의 시작이었다.
갑과 을은 자막으로도 여러번 등장했다. 제작진과 멤버들의 관계도 그러했고, 연합을 한 유재석-박명수의 대화도 '갑과 을이 바뀌었다'는 식의 자막과 함께 전파를 탔다.
가장 주가 된 것은 배금주의 비판이었다. 상금 상자는 '탐욕의 상자'로 표현됐고, 멤버들은 신의를 저버리면서 추격전을 벌였다. 상자의 주인에게만 상금을 부여하고, 이 상금은 모두 다른 멤버들의 출연료에서 나왔다. 이 제로섬 게임은 멤버들의 의사에 따라 멈출 수 있었지만, 추격적은 계속됐다.
속고 속이는 것이 '무한도전' 추격전의 묘미라지만, 돈을 위해 서로를 배신하고 거짓을 이야기하는 모습에서 배금주의를 비판하려는 제작진의 의도가 엿보였다.
mewolong@osen.co.kr
'무한도전'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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