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경엽 넥센 히어로즈 감독은 지난달 시무식에서 올 시즌 선발 로테이션 구상을 묻는 질문에 외국인 듀오에 이어 한현희를 3선발로 꼽았다.
염 감독은 선발진에 대해 "앤디 밴 헤켄과 라이언 피어밴드, 한현희, 문성현, 금민철, 하영민, 최원태 등 11명을 준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3선발은 한현희"라고 덧붙였다. 한현희의 선발 전환이 발표된 지 얼마 안돼 파격적인 만한 언급이었다.
염 감독의 말 안에 현재 넥센의 냉정한 투수 고민이 담겨 있다. 넥센의 현재 토종 선발 중에서는 최근 한 시즌을 1군에서 내내 보내본 선수가 없다. 문성현도 2년 내내 2군에서 부진을 털고 다시 올라왔고 오재영은 부상으로 재활 중이다. 한현희 외에는 풀 타임을 소화해본지가 오래인 선수들.

물론 불펜과 선발은 역할과 훈련 자체가 다르나 이제 4년차인 한현희는 적응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염 감독의 믿음이다. 한현희는 데뷔 시즌인 2012년을 제외하면 내내 1군에 있었고 홀드왕을 차지했다. 팀은 이제 그가 어린 티를 벗고 프로로서 자신의 새 역할을 잘 인식해주기를 바라고 있다.
여기에 안정적인 성적도 한현희의 믿을 부분. 한현희는 데뷔 후 세 시즌 내내 필승조로 3점대의 평균자책점을 유지했다. 선발보다 평균자책점 관리가 어려운 불펜임에도 호성적을 이어왔다. 선발 성적과 불펜 성적을 단순비교하기는 어렵지만 넥센 토종 선발진은 지난해 총 7명이 평균자책점 6.56을 기록했다.
올 시즌 사실 팀에서 가장 절실하게 잘 해줬으면 하는 이는 우완 문성현이다. 문성현은 지난해 팀내 토종 투수 중 가장 많은 승수인 9승을 올리며 팀 토종 중 10승 투수 배출에 한 걸음 더 다가섰지만 평균자책점(5.91)에서 아쉬워 한현희 뒤로 넘어갔다. 한현희와 문성현이 올해 선발 로테이션에 잘 안착한다면 넥센도 3~4선발 걱정 없이 야구해볼 수 있다.
한현희는 점수차가 적은 홀드 상황에서 더 좋은 성적을 내는 강심장이다. 오히려 팀이 지고 있거나 크게 이기고 있으면 약해진다. 본인 스스로도 "긴장되는 상황에서 더 잘 던지는 것 같다"고 인정한 희한한 징크스다. 이제는 선발로 변신하는 한현희가 1회부터 나서는 선발 자리에서는 어떤 모습을 보일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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