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드세요", 롯데와 사도스키 실험은 성공할까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5.02.08 13: 00

"많이 드세요."
롯데 자이언츠 스프링캠프가 한창인 미국 애리조나 피오리아 스포츠 컴플렉스. 점심시간은 선수들이 가장 기다리는 시간이다. 일단 점심시간이 되면 굵직한 일정은 모두 마치는데다가 운동하고 나서 먹는 한식은 꿀맛이다.
선수들은 식당에서 동료들과 눈이 마주치면 "맛있게 드십시오"라고 고개숙여 인사를 한다. 식당에서 서로 인사를 하는 건 기본, 게다가 이종운 감독이 가장 강조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인사를 하면서 서로에 대한 신뢰가 구축된다는 게 이 감독의 생각이다.

그런데 이색적인 장면이 있다. 외국인선수까지 또박또박 우리말로 "많이 드세요"라고 고개숙여 인사한다. 코칭스태프나 동료들에게만 인사를 하는 게 아니라 취재진에게도 먼저 인사를 한다. 특정선수만 하는 인사가 아니라 조시 린드블럼·브룩스 레일리·짐 아두치 모두 고개를 숙인다. 자연스럽게 식당 분위기는 화기애애할 수밖에 없다.
가화만사성이라는 말이 있다. 가정이 화목해야 모든 일이 잘 풀린다는 뜻이다. 야구장에서는 라커룸, 그리고 식당이 가정에 가깝다. 라커룸 분위기, 식당 분위기가 좋아야 더그아웃 분위기도 좋아지고 그라운드에서도 최고의 성과를 낼 수 있다. 롯데에 불기 시작한 작은 변화다.
외국인선수 전원이 식당에서 우리말로 인사를 하는 건 의미있는 광경이다. 우리 문화를 받아들이고 적극적으로 적응하겠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시작은 라이언 사도스키, 전 롯데 소속 외국인투수이자 현 스카우트 코치다.
롯데가 사도스키를 '스카우트 코치'라는 직함으로 임명한 건 파격이었다. 일본인 코치나 인스트럭터는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지만, 이제 겨우 만 33세가 된 젊은 미국인 코치는 이색적인 광경이다. 사실 롯데는 외국인 코칭스태프에 열린 사고방식을 갖고 있는데, 제리 로이스터 전 감독이 그 좋은 예다.
롯데는 사도스키를 정규직 코치로 대우하고 있다. 연봉과 체류비 모두 격을 갖춰서 제공한다. 구단 전체 운영비로 보면 큰 액수는 아니지만, 효과를 기대하지 않았다면 결코 그 만큼 투자할 수 없었을 것이다. 사도스키는 롯데에서 외국인선수 정보를 제공하는 것과 동시에 외국인선수 적응을 돕게 된다.
이제는 코치가 된 사도스키에게 "외국인선수의 적응을 위한 필수요건이 무엇인가"라고 물어본 적이 있다. 그러자 사도스키는 "영업비밀"이라고 말을 아꼈다. 이제 사도스키는 롯데로부터 연봉을 받고 롯데만을 위해 일하는 코치이기 때문에 비법도 쉽게 알려주려고 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그는 "중요한 건 한국야구를 존중하도록 하는 것이다. '내가 너희들을 위해 한국에서 뛰어준다'가 아니라, '한국에서 뛸 기회를 줘서 정말 고맙다'라고 생각하도록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귀띔했다.
외국인선수가 식당에서 인사를 하는 건 그 출발이다. 레일리는 "사도스키가 한국문화를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사도스키가 개최했던 한국 프로야구 적응법 세미나인) GSI에서 언어와 인사하는 법, 한국문화에 대한 간단한 것들을 모두 배웠다. 남들보다 앞서가고 싶어서 전지훈련에 합류하기 전부터 한국식당을 다니면서 음식을 접했다. 그리고 동료들에게 인사도 꼭 하라고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레일리는 "사도스키가 내게 '서로 존중하는 게 중요하다. 어린 선수가 윗사람을 존중하고 인사하는 게 한국 문화다. 그리고 존대말이라는 게 있다는 것도 알았다. 이런 것들을 미리 알게돼서 정말 도움이 됐다. 인상깊었던 장면은 한국에서는 식당에서 선수들끼리 '많이 드세요'라고 인사를 하더라. 미국에서는 누구도 안 그러고 자기 밥을 먹는 데 바쁘다. 나도 그래서 인사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팀워크, 그리고 적응은 작은 곳에서부터 시작된다. 사도스키는 롯데에 입단한 외국인선수들에게 이 부분을 강조했고, 이들은 지금까지 잘 따르고 있다. 롯데가 사도스키에게 연봉과 코칭스태프 자리를 보전한 것도 어찌보면 모험이다. 과연 이들의 모험이 어떤 결실을 맺게 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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