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가슴. 투수들이 가장 듣기 싫어하는 말이다. 동시에 팬들의 복장이 터지는 세 글자이기도 하다. 보통 새가슴은 타자와 제대로 승부를 펼치지 못하고 이리저리 도망만 다니는 투수들에게 붙이는 별명이다.
그런데 프로 세계에서 정말 스트라이크를 던지지 못하는 새가슴이 있을까. 대다수의 선수들은 '아니오'라고 고개를 젓는다. 물론 스트라이크를 던지지 못하는 '스티브 블래스 증후군' 같은 사례도 있긴 하지만, 대다수 투수들은 스트라이크를 던질 줄 아는데 피해다니는 게 아니라 던지고 싶어도 안 들어간다고 말한다.
즉 투구밸런스가 흐트러졌을 때 스트라이크가 안 들어간다 것뿐이지, 스트라이크를 던지면 맞을 것 같아서 일부러 볼을 던지는 투수는 적어도 1군에 없다는 뜻이다.

롯데 자이언츠 우완투수 송승준(35)은 작년 '새가슴'이라는 말을 어느 해보다 많이 들었다. 성적만 놓고 본다면 아쉬움이 많이 남는 게 사실이다. 24경기에 등판, 8승 11패 122이닝 평균자책점 5.98로 시즌을 마쳤다. 6년 연속 규정이닝을 채웠던 기록도 작년 중단됐다.
그런데 정말 송승준은 작년 새가슴이었을까. 새가슴이라면 볼넷이 많았을테지만, 작년 송승준의 9이닝 당 볼넷허용은 3.17개로 커리어 통산(3.43개)보다 오히려 적었다. 그것보다는 송승준의 2014년 부진은 부상과 불운 때문이었다고 보는 게 정확하다. 작년 부상 때문에 1군에서 제외된 것이 처음이었던 송승준은 규정이닝을 채우지 못했다.
또한 송승준의 통산 FIP(수비무관 평균자책점)은 4.3인데 작년에는 5.35였다. 특정 연도 FIP 가 통산 FIP에 비해 지나치게 높다면 그 해는 불운했다고 보는데, 송승준이 딱 그렇다. 예년보다 10% 이상 낮았던 송승준의 잔루율도 이를 말해준다.
작년 송승준은 불운했지만 또 자기 공을 던지지 못했던 것도 사실이다. 송승준도 이를 잘 알고 있다. 어지간한 말에 상처받지 않는 송승준이지만, 그는 "내가 새가슴이라 작년 성적이 그랬다는 말은 상처가 됐다. 멘탈이 약하니, 새가슴이니 이런 말에는 웃음만 나온다"고 말했다.
그래서 송승준의 올해 중요한 목표는 원래 폼 되찾기다. 원래 폼으로 돌아가서 공을 던진다면 자연스럽게 성적도 따라올 것이기 때문이다. 송승준은 "내 폼이 안 나와서 답답했을 뿐이다. 나는 타자를 피해가는 투수가 아니다"라고 이를 악물었다.
올해 롯데 마운드 키플레이어는 단연 송승준이다. 그가 제 공을 되찾는다면 롯데는 더 높은 곳까지 바라볼 수 있고, 그게 안 된다면 마운드 자체가 흔들린다. 송승준은 부활을 다짐하며 굵은 땀방울을 쏟아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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