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우의 클리닝타임] SK 감동시키는 김용희의 ‘덕장 리더십’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5.02.08 13: 00

아직 해가 뜨지도 않은 상황에서 SK의 두 선수가 부지런히 짐을 싸고 있었다. 사정이 생겨 시차를 두고 한국으로 들어가야 할 비행기를 타야 했던 윤길현(32)과 윤희상(30)이었다. 그런데 아무도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출입문 앞에 나타난 한 인물이 있었다. 김용희 SK 감독이었다.
햄스트링 부상을 당한 윤길현은 코칭스태프와의 면담 끝에 중도귀국을 결정했다. 2~3주 정도면 완전히 회복할 수 있는 경미한 수준의 부상이지만 무엇보다 몸이 우선이었다. 한국에서 정밀진단을 받고 집중치료를 받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다. 플로리다 캠프가 며칠 남지 않았다는 점도 고려가 됐다. 윤길현도 아쉽지만 그게 더 낫다는 생각으로 짐을 쌌다. 비행기 시간을 맞추려니 새벽 5시에는 출발을 해야 하는 상황. 그런데 윤길현은 뜻밖의 인물을 만났다.
김용희 감독이었다. 코칭스태프 및 선수들은 고된 훈련 뒤에 곤하게 잠들어 있었다. 보통 감독들이 일찍 일어나 하루 일과를 구상한다고는 하지만 새벽 5시였다. 그럼에도 김 감독은 윤길현을 잊지 않았다. 캠프를 떠나는 윤길현을 직접 배웅했다. 조언도, 격려도 많이 했지만 선수를 가장 감동시킨 것은 자신을 잊지 않고 새벽부터 일어난 감독의 행동이었다. 윤길현은 “새벽 5시 출발이었다. 그런데도 감독님이 배웅을 나와 주시더라. 정말 감동했다”라고 떠올렸다.

윤희상도 마찬가지였다. 윤희상은 최근 빙모상을 당해 한국으로 일시귀국했다. 정신없이 한국행 비행기를 구했지만 역시 비행기 일정은 아침 출발이었다. 새벽부터 짐을 싸야 했다. 그 때도 김용희 감독이 어김없이 나타났다. 역시 새벽 5시였다. 김 감독은 비보를 접한 윤희상을 인간적인 대화로 감싸 안았다. 슬픈 심정을 억누르고 있었던 윤희상도 따뜻한 말 한 마디와 함께 한국행 비행기를 탈 수 있었다.
감독 스타일을 어느 하나로 재단하기는 쉽지 않다. 그래도 굳이 일반적인 접근법을 따르자면 김용희 감독은 ‘덕장’ 스타일에 가깝다. 야구계 관계자들은 “성품이 온화한 전형적인 신사다. 제자들에 대해서도 야구계 후배 이상의 인간적인 면까지 아낀다”라고 입을 모아 말한다. 2군 감독, 육성총괄 시절부터 김 감독과 함께한 선수들의 증언은 결정적이다. 지적도 하지만 그 속에서마저 따뜻함이 느껴진다는 게 공통적인 이야기다. 이에 대한 질문에 “허허”라고 웃는 모습에서도 그런 인품은 숨기기 어렵다.
감독이 된 이후로는 선수들과 사이를 좁히기 위해 면담도 자주하는 김 감독이다. 일방적인 소통이 아닌, 양방향의 소통을 중시하는 지론 때문이다. 잘 말하는 것은 연습으로 가능하다. 하지만 잘 듣는 것은 연습으로도 쉽지 않은데 김 감독은 이를 모두 갖췄다는 호평을 받는다. 권위의식도 없다. 이번 배웅 에피소드는 그 상징 중 하나다. 김용희 감독은 "우리 선수 아닌가. 이상하게 볼지도 모르지만 당연히 그래야 한다고 본다. 둘 뿐 아니라 누구라도 마찬가지"라고 대수롭지 않게 이야기했지만 선수들이 체감하는 따뜻함은 짐작할 수 있다.
흔히 ‘사람이 너무 좋으면 성공하기 어렵다’라는 말을 한다. 김 감독도 그런 말이 신경 쓰임은 부인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제는 시대가 달라졌다고 굳게 믿는 김 감독이다. 엄할 때는 엄한 지도자 이미지를 보여주기도 하지만 일방적인 소통, 상명하복의 문화는 반드시 바꿔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리고 그 소신을 몸으로 실천하는 김 감독의 모습은 선수들의 진실된 마음을 사고 있다. 병사는 자신을 믿어주는 장군에게 충성을 다하기 마련이다. 부작용보다는 이 순작용이 더 클 수도 있다. 그렇다면 SK는 올해 정말 달라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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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와이번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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