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엔씨소프트(이하 엔씨)를 상대로 경영참여 의사를 밝히며 한 차례 잽을 날린 넥슨. 지난 6일에는 엔씨에 자사주 소각, 김택진 대표이사를 제외한 다른 이사의 교체 혹은 추가선임이 발생할 경우 넥슨이 추천하는 후보의 이사 선임 등을 제안했다. 넥슨이 카운터펀치를 준비하고 있는 모양새다. 넥슨이 요구한 엔씨의 답변기한은 10일까지다.
▲넥슨의 권리와 엔씨의 의무
넥슨은 엔씨의 최대주주다. 지분 15.08%를 가졌다. 넥슨이 주주로서 엔씨에 요구한 것은 크게 두 갈래다.

먼저 넥슨이 상법에 명시된 주주지위로서 엔씨에 제안한 사항. 넥슨은 올해 열리는 엔씨의 정기주주총회에서 김택진 이사를 제외한 결원이 생기는 이사에 대해 넥슨이 추천하는 해당 이사를 선임할 것을 엔씨에 제안했다. 또한 실질주주명부의 열람 및 등사요청, 전자투표제 도입에 대한 견해를 엔씨에 물었다.
기한은 오는 10일까지다. 상법에 따라 넥슨이 주주총회 목적사항을 엔씨에 전달한 것. 엔씨 관계자도 이 부분에 대해서는 “3가지 요구사항은 넥슨이 주주로서 충분히 요청할 수 있는 정당한 권리다”라며 “이 부분은 적절하게 답을 드릴 것이다”라고 말했다.
▲최대주주 넥슨 15% VS 넥슨 外 주주 85%
두 번째 갈래는 기업가치 제고를 명분으로 최대주주 넥슨이 엔씨에 요청한 것. 그러나 위 3가지 사항과 성격이 다르다는 게 엔씨 측 설명이다.
넥슨은 자사주 소각을 비롯해 비영업용 투자부동산 처분, 배당률 상향, 김택진 대표의 특수관계인인 연봉 5억 원 이상 비등기 임원의 보수내역 공개 등을 제안했다. ‘주주가치 또는 기업가치 제고’로 요약된다.
넥슨은 엔씨에 8.9%에 해당하는 자사주 소각을 제안했다. 이를 통해 넥슨은 주가부양을 노리는 것으로 보인다. 자사주를 소각할 경우 기업의 본질적 가치는 변하지 않지만 발행 주식수가 늘어나는 표면적인 효과가 나타난다.
김창권 대우증권 연구원은 “자사주 소각은 주주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것으로 보면 된다”며 “발행된 주식수가 늘어나니까 기존 다른 주주들의 부가 늘어나는 효과가 생기는 것이다”라고 했다. 이럴 경우 엔씨의 최대주주 넥슨이 가장 큰 이익을 얻는다.
그러면서도 김 연구원은 “자사주 소각이 엔씨에 꼭 불리한 것은 아니다. 이미 돈을 쓴 거고 말 그대로 묶인 자산으로 갖고 있는 거라 엔씨에 불리하다고 볼 수는 없다. 자사주는 의결권도 없다”고 덧붙였다.
자사주는 보통 기업이 주식수를 조절하기 위해 또는 이익잉여금이 쌓였을 때 미리 사서 스톡옵션을 주기 위해 활용한다. 또한 소각을 통해 기업가치를 제고하는 방법이다.
다른 증권업계 관계자는 “넥슨이 몰려 있으니까 그럴 수도(자사주 소각 등을 요구할 수도) 있다”며 “넥슨이 엔씨 주식을 25만원에 샀는데 주가가 그보다 밑에 있으니까 그렇다”라고 했다. 엔씨의 주가는 21만 원 초반이다.
자사주 소각을 비롯해 비영업 투자부동산 처분, 배당률 상향 등도 모두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넥슨이 제안하고 있는 요구사항이다.
엔씨 관계자는 넥슨의 위 요구 사항에 대해서는 “한 가지 기준이 있다. 넥슨이 15% 주식을 갖고 있는 1대 주주이기는 하지만 나머지 85% 주주들이 있다”며 “넥슨의 요구들이 전체 주주이익과 기업가치에 부합하는지 충분히 고민하고 결정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15% 이외에 나머지 85%가 있다. 15%만을 위한 고민을 할 수는 없다”며 “대주주가 제안했다고 다 받아들일 수는 없는 거다. 전체적으로 모든 주주들에게 도움이 되는 것과 장기적으로 기업가치에 나쁜 영향을 미치는 않는 것을 충분히 들여다보고 고민하고 판단하고 결정할 계획이다”라고 덧붙였다.
▲게임업계 쌍두마차 갈등, 그 결말은?
김창권 연구원은 “한국 PC게임회사들이 위기인 것은 맞지 않습니까”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이런 (일련의) 과정에서 여러 조합을 만들어가면서 갈등도 나오는 게 아닌 게 싶다며 ”결국 중요한 것은 누가 이기느냐 잘하느냐 못하느냐가 아니다. 두 기업이 위기에 처한 한국 게임산업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가주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게임업계 쌍두마차 넥슨과 엔씨. 두 기업이 꼬인 실타래를 어떻게 풀어낼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엔씨는 넥슨의 요구에 10일까지 어떤 대응을 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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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주 넥슨 대표(왼쪽), 김택진 엔씨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