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전력 된 두산 예비역, 화수분 새 시대 연다
OSEN 조인식 기자
발행 2015.02.09 06: 39

두산 베어스의 ‘화수분 야구’는 기존 스타들이나 유망주 외에도 수많은 예비역과 신고선수들의 신화로 이뤄졌다. 각 포지션에 좋은 자원들을 많이 축적해둔 두산은 유망주들을 빠르게 상무와 경찰청으로 보내 풍부한 실전 경험을 쌓게 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리고 다시 두산 유니폼을 입기 시작한 선수들은 그라운드에서 그간의 성과를 마음껏 발산한다. 최근의 성공사례는 지난 시즌 팀 내 투타 고과 1위였던 유희관과 민병헌이다. 상무에서 2년간 뛴 유희관은 베어스 토종 좌완 최초로 2년 연속 10승을 거뒀고, 경찰청에 있던 민병헌은 복귀 후 두 번의 풀타임 3할을 기록했다. 민병헌은 국가대표 1번타자까지 꿰찼다.
올해 역시 예비역들의 활약이 기대를 모으고 있는 가운데, 최근 숫자로 가장 눈에 띈 선수는 우완투수 이원재다. 이원재는 지난 8일(이하 한국시간) 타자들의 배팅 타이밍을 만들기 위한 라이브 배팅에 도움을 주기 위해 공을 던졌다. 변화구 없이 빠른 공만 40개를 던진 그는 최고 구속 148km를 찍었다. 복귀파는 아니지만 김강률이 지난 5일 149km를 던진 것을 제외하면 팀 내 최고 구속이다.

중앙고 출신의 이원재는 뛰어난 강속구 투수가 많았던 2007 신인 2차지명에서도 1라운드에 지명됐을 정도로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투수였다. 그러나 2009년 팔꿈치 인대 접합수술, 2011년 웃자란 팔꿈치 뼈를 깎아내는 수술을 받는 등 힘든 시간을 보냈다. 사회복무요원(구 공익근무요원) 생활을 마친 뒤 첫 시즌을 맞아 애리조나 전지훈련에서 도약을 꿈꾸고 있다.
이외에도 이날 군 제대선수 중에서는 이현호가 144km로 빠른 공을 뽐냈고, 같은 좌완인 진야곱도 141km를 찍었다. 이현호는 지난해 11월 미야자키 마무리훈련에서도 큰 성장세를 보여 김태형 감독의 호평을 받았다. 각자 고3 시절 최고의 좌완 유망주로 손꼽혔던 이들은 각각 상무와 경찰청을 거쳐 즉시 전력으로 변모하고 있다.
이원재와 마찬가지로 사회복무요원이었다가 소집해제된 조승수는 두산의 비밀병기 중 하나다. 마른 체형이었던 조승수는 2년의 공백기 동안 건강하게 살을 찌우는 데 성공했다. 단순히 몸무게를 늘린 것이 아니라 운동을 병행하며 건강한 몸으로 재탄생했다. 김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와 구단 관계자들도 조승수에 대한 기대를 숨기지 않았다.
야수 중에서는 외야수 정진호와 1루수 유민상이 있다. 지난해 정진호는 상무에서 타율 3할4푼1리, 64타점 33도루를 기록했고, 유민상은 경찰청에서 타율 3할5푼, 12홈런 75타점을 올렸다. 각각 남부리그와 북부리그 타점왕을 차지했다. 주전은 아니라 하더라도 1군에서 한 자리를 차지할 역량은 충분하다.
또한 센터라인 수비에서 제 몫을 해낼 수 있는 류지혁도 대기 중이다. 아직 타격에서 애를 먹고 있지만 깔끔한 유격수 수비는 프로 지명을 받을 수 있었던 가장 큰 비결이었다. 이번 시즌 두산의 예비역 중 유일하게 1군 전지훈련 명단에 포함되지 못해 대만에 있지만 장차 내야에 분명 도움을 줄 원석이다.
두산 야구의 화수분 신화는 지난해 한 차례 위기를 겪었다.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차지했던 팀이 6위까지 내려앉으며 구단의 방향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고민하는 계기도 있었다. 그 결과 뿌리부터 바꾸는 리빌딩 대신 감독을 교체하고 과감하게 FA 시장에 손을 뻗어 다시금 대권에 도전하기로 했다. 이들이 제 2의 유희관, 민병헌이 된다면 정상에 도전하는 두산의 어깨에도 힘이 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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