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틴 니퍼트(두산)는 삼성만 만나면 펄펄 날았다. 2011년 국내 무대에 입성한 니퍼트는 삼성전에 19차례 등판해 13승 1패를 거뒀다. 평균 자책점은 2.33. 승률은 무려 9할2푼9리에 이른다. 삼성 타자들은 니퍼트의 재계약 소식에 아쉬움을 드러냈다는 후문.
박석민(내야수)은 "니퍼트는 키가 커서 공을 던질 때 각도가 위에서부터 생성되다 보니 내 입장에서는 올려다보는 상태에서 공을 치는 것 같다"면서 "니퍼트가 낮게 던지는 공은 다른 투수들이랑 비슷한데 높은 공은 치려고 방망이를 휘두르면 생각보다 더 올라와 헛스윙이 된다"고 말했다. 김상수(내야수)는 "니퍼트가 우리한테 잘 던지다 보니 더 자신감 있게 들어오는 것 같다. 반대로 우리 팀은 니퍼트 공에 자신감이 없어지는 것 같다"고 부진 원인을 설명했다.
지난해까지 삼성에서 뛰었던 릭 밴덴헐크(소프트뱅크)에게 니퍼트 공략 비법을 물어봤다. 일본 미야자키 스프링 캠프에 참가 중인 밴덴헐크는 OSEN과의 인터뷰에서 "삼성 타자들이 니퍼트에게 약한 건 사실이다. 정규 시즌에서는 그렇다"면서 "2013년 10월의 마지막 날을 잊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2013년 10월 31일은 두산과의 한국시리즈 6차전이 열린 날. 5차전까지 2승 3패로 열세를 보였던 삼성은 이날 두산 선발 니퍼트를 제대로 공략했다. 채태인과 박한이는 나란히 대포를 가동하며 니퍼트 격파에 앞장섰다. 사자 사냥꾼 니퍼트는 이날 6⅔이닝 6실점(7피안타(2피홈런) 2볼넷 6탈삼진)으로 무너졌다.
밴덴헐크는 "이날 경기는 한국시리즈 우승하는 데 아주 중요한 경기였다. 그리고 삼성 타자들은 니퍼트를 꺾었다"며 "삼성 타자들이 장신 투수들에게 약하다고 하는데 내 생각은 다르다. 삼성 타자들은 대한민국 최고다. 그리고 항상 컨디션이 좋다. 특히 최형우는 최고의 타자"고 말했다. 다시 말해 니퍼트를 공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중요하다는 의미였다.
삼성 타자들은 "4년간 당했는데 올해 만큼은 다르다"고 입을 모은다. 밴덴헐크가 이야기했던 것처럼 삼성 타자들이 2013년 한국시리즈 6차전의 기억을 떠올리며 자신감을 가진다면 '니퍼트 트라우마'에서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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