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건 영화건 간에, 2015년 대중문화의 주류 코드는 복고풍으로 통한다.
가요 쪽으로는 '무한도전' 토토가 특집을 통해 왕년의 명가수들이 다시 나래짓을 시작했다. 엄정화의 '포이즌'이 십수년만에 다시 음원차트 정상에 오를 정도로 뜨거운 열기다. 영화 쪽으로는 황정민-김윤진 주연의 '국제시장'이 천만고지를 넘어 역대 흥행 톱5 안에 자리매김하는 중이다. 그리고 '쎄시봉', 1960년대 전설적인 통기타 가수들이 스크린으로 부활했다. 노래와 영화, 복고풍의 장르 결합으로 시너지 효과까지 내는 게 바로 요즘 우리네 대중문화다.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쎄시봉'은 지난 8일 하루 동안 20만9101을 동원하며 개봉 첫 주 누적관객 64만2278명을 기록했다. 지난 5일 막을 올린 이 영화는 줄곧 박스오피스 선두를 달리는 중이다.

극장가 보릿고개가 최고점에 달하는 2월초 비수기여서 전체 관객수는 예상보다 저조하다. 겨울방학 끝물이라 애니메이션 '빅히어로'의 선전이 돋보이고 같은 복고풍 계열의 '국제시장'이 여전히 흥행 뒷심을 발휘하는 것도 '쎄시봉'에게는 악재로 작용했다.
'빅히어로'는 이날 15만3118명(누적 225만)으로 2위, '국제시장'은 9만8734명(누적 1312만)으로 3위에 올랐다. '쎄시봉'과 같은 날 개봉한 워쇼스키 남매의 SF 블록버스터 신작 '주피터 어센딩'은 7만4725명(25만)으로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겨울이 오면 봄도 멀지 않은 법. 극장가 비수기 끝에는 늘 대목이 따라 온다. 올해는 한민족 최대 명절인 설 휴일이 18일부터 일찍 시작한다. 그것도 짧게는 5일, 길게는 9~10일에 이르는 황금 연휴다. 영화 관계자들은 설 대목을 노리고 숨 고르기에 한창이다. 과연 누가 올해 첫 대목이자 첫 승부처인 설 대전에서 승리할 것인가.
일단, '쎄시봉'은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 개봉 이후 좌석 점유율과 관객수가 동반 상승하고 있다. 입소문이 좋다는 방증이다. 개봉 첫 주말에 반짝하고 마는 영화들은 대개 개봉 첫 주말 3일 동안의 그래프부터 하향 곡선을 타기 마련인데 '쎄시봉'은 반대 경우다. 이런 영화들이 흥행 탄력을 받으면 무섭게 달려나가고 오래 간다.
'쎄시봉'은 1960년대 후반 무교동 음악 감상실 쎄시봉을 배경으로 하는 청춘들의 사랑과 우정, 꿈에 대한 이야기다. 포크 열풍을 불러 일으킨 듀엣 트윈 폴리오(송창식 윤형주)의 탄생 비화에 감독의 상상력을 더해 감미로운 첫 사랑을 담았다. 조영남 윤형주 송창식 이장희 등 이제는 백발이 성성하거나 아예 다 빠진 포크송 전설들의 실화를 소재로 삼았지만 작품 전개의 핵심 주역은 오근태(정우 분)와 민자영(한효주 분), 두 가상 남녀 커플의 달콤쌉싸름한 러브 스토리다.
'쎄시봉'은 화려한 캐스팅을 자랑한다. 정우 한효주 진구 조복래 강하늘 등 청춘 스타들을 비롯해 김윤석 김희애 장현성 등이 연기 다운 연기를 관객들에게 한 무더기 선사했다. 정우와 한효주의 풋풋한 로맨스를 비롯해, 진구 조복래 강하늘 등 남자배우들의 연기 합을 보는 즐거움도 상당하다. 인물들의 40대 시절을 연기하는 김윤석과 김희애의 애틋한 로맨스도 인상적이다.
이들의 이야기는 실화와 허구를 넘나든다. 트윈 폴리오 이전에 트리오 쎄시봉이 있었다는 것은 실화다. 엘리트 윤형주, 보헤미안 송창식, 리더 격인 이장희 등 실존인물들에 대한 묘사도 어느 정도 사실에 근거한다. 불미스러운 사건 역시 실제한 사건이다. 하지만 실화라는 재료들을 요리하는 에피소드는 창작의 산물이다.
듣는 즐거움은 상당하다. '쎄시봉'에 대한 기대가 높은 것도 여기에 연관이 있다. 제작비의 10% 상당인 6억 원을 영화음악저작권 사용료로 사용했다고. 덕분에 '웨딩 케이크' '나 그댜에게 모두 드리리' '하얀 손수건' '딜라일라' '웬 더 세인츠 고 마칭 인(When the saints go marching in)' 등 명곡들을 마음껏 감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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