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의 문화가 바뀌고 있다.
김기태(47) KIA 감독의 전지훈련 운영방식을 들여다보면 분명히 특징으로 여길만한 지점들이 몇몇이 보인다. LG 감독 시절도 마찬가지였겠지만 눈에 띠는 대목은 베테랑 선수들과 신진 선수들의 훈련방식이 다르다. 투트랙 훈련법인데 스프링캠프 훈련의 극대화를 이끄는 요인 가운데 하나로 꼽히고 있다.
타자들만 국한해서 말하자면 연봉 1억원이 넘는 30대 이상의 고참 선수들은 훈련의 자율권을 보장받았다. 팀의 정식훈련만 소화하고 나머지는 알아서 하라는 것이다. 타자들은 점심시간을 이용해 배팅을 마치고 점심을 먹고 훈련장에서 철수한다. 후배들의 부러움을 받는 대목이기도 하다. 연봉 1억 원이 넘으면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훈련한다는 것이다.

반대로 연봉 1억원에 미치지 못하거나 30대 미만의 선수들의 훈련을 고되다. 열심히 노력해서 연봉 1억 원 선수가 되라는 주문이다. 황대인 같은 고졸루키는 공만 하루에 2000개씩을 때릴 때도 있다. 강도 높은 수비훈련도 주루플레이는 기본이다. 엑스트라 훈련에 일과후 스스로 과제를 선택해 훈련을 진행하는 '자아발전시간' 까지하면 땅거미가 질 때 파김치가 되어 철수하기도 한다.
김기태 감독의 투트랙 효과는 팀을 바꾸어 놓고 있다. 강제 훈련이 없는 베테랑들은 오히려 스스로 훈련량을 늘린다. 일과 시간에는 훈련에 대한 집중력이 높아지고 비일과시간에서 찾아서 훈련을 하는 습관이 생겼다. 이범호와 김주찬이 자아발전시간을 하기도한다. 정규훈련에 임하는 태도도 적극적이다. 웃거나 큰 소리를 내면서 분위기를 잡는다. 폼을 잡거나 뒤로 물러나 있었던 선배들이 웃으니 훈련 분위기가 좋을 수 밖에 없다.
정작 투트랙 전략의 초점은 젊은 선수들이다. 오후에는 선배들이 빠지기 때문에 훈련 강도와 집중력이 더욱 높아진다. 선배들 눈치 보지 않고 젊고 도전하는 선수들끼리 모여 훈련하니 경쟁심이 생기면서도 서로 페이스 메이커가 된다. 자연스럽게 기량이 좋아질 수 밖에 없다. 궁극적으로는 선배 혹은 주전들을 위협하는 경쟁자로 커가는 효과로 이어진다.
KIA의 오키나와 캠프는 훈련이 힘들어 한숨을 내쉬는 선수는 있지만 찡그리는 선수는 없다. 대신 웃음이 끊이지 않고 서로를 신뢰하면서도 경쟁심이 가득한 전지훈련. 바로 지금 KIA 선수들이 오키나와에서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김기태식 투트랙 훈련이 빚어낸 아주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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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나와=최규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