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포크볼을 두고 악마와의 거래라고 한다. 투수에게 포크볼 만큼 유용한 결정구는 없지만, 부상 위험 역시 크기 때문이다.
포크볼은 패스트볼과 비슷하게 날아오다가 홈 플레이트 앞에서 갑자기 떨어진다. 그래서 제대로 구사된 포크볼은 알고도 칠 수 없다. 문제는 포크볼의 메커니즘이다. 포크볼은 검지와 중지의 악력을 이용하는데 다른 구종과 달리 흘리듯 공을 던진다. 공을 채면서 힘을 전달하는 게 아니다. 그래서 팔에서 나온 힘이 팔꿈치에 온전히 남아있게 되고, 그만큼 무리가 간다.
실제로 포크볼로 재미를 본 많은 투수들이 부상과 마주했다. 2009시즌 롯데 에이스로 떠오른 조정훈이 대표적이다. 조정훈은 당해 14승을 기록한 후 2010시즌을 마치지 못했고, 아직도 1군 마운드로 돌아오지 못했다. 두산 이용찬도 2012시즌 통산 첫 두 자릿수 승을 거둔 후 2013년 초에 팔꿈치 수술을 했다. 정통 포크볼은 아니지만, 변형 포크볼 스플리터로 2014시즌 메이저리그를 정복하던 다나카 마사히로도 시즌을 완주하지 못했다.

이처럼 양날의 검인 것이 증명된 포크볼이지만, LG 트윈스 불펜투수들은 악마와의 거래를 체결하려고 한다. 마무리투수 봉중근은 스프링캠프서 포크볼을 부단히 연습 중이며, 지난해부터 포크볼을 다시 던진 유원상도 2015시즌 포크볼의 비중을 높일 계획이다. 정통 포크볼을 구사하는 이동현을 비롯, 이대로라면 7·8·9회를 책임지는 필승조 투수들 대부분이 포크볼을 장착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이 모험을 감수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생존’하기 위해서다. 2014시즌 유원상은 다시 포크볼을 구사하게 된 것을 두고 “살아남기 위한 방법”이라고 했다. 포크볼을 던지다가 팔꿈치 수술을 받은 경험이 있지만, 타자와의 승부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피할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밝혔다. 봉중근은 “타자들은 매년 더 발전한다. 투수 입장에선 구종을 늘려야만 타자에게 당하지 않는다”며 지난해 투심 패스트볼을 새로 던진 것에 이어 올해 포크볼을 장착하려는 이유를 말했다.
물론 포크볼을 던진다고 꼭 부상을 당하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이들은 경기당 투구수가 적은 불펜투수다. 조정훈 이용찬 다나카처럼 경기당 포크볼을 10, 20개씩 던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양상문 감독과 강상수 투수코치가 지난해 보여준 불펜진 관리가 계속된다면, 부상 가능성을 현저히 낮출 수 있다.
강 코치는 불펜진에 포크볼 투수가 늘어나는 것과 관련해 “사실 정통 포크볼을 던지는 투수는 동현이 뿐이다. 다른 투수들은 정통 포크볼과는 거리가 있는 구종을 구사 중이다”며 “원상이는 팔꿈치 부상 경력이 있는 만큼, 그립을 좁혀 스플리터를 던진다. 스스로 절박함을 느꼈고, 부단히 노력해 자기 구종으로 만들었다. 중근이도 무리가 가지 않는 선에도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강 코치는 “투수에게 떨어지는 공은 필수다. 그러나 완전히 자기 것을 만들지 못한 상태라면 실전에서 던지지 못하게 하고 있다. 불펜투구부터 밸런스가 완전히 잡혀있어야 던지게 한다”면서 “모든 선수들이 포크볼을 던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어린투수들의 경우, 포크볼 스플리터 체인지업 중 가장 적합한 구종을 찾아준다. 신체조건을 봤을 때 스플리터보다 체인지업이 적합하면 체인지업을 던지게 한다”고 밝혔다.
LG 불펜진은 2013시즌 평균자책점 3.40, 2014시즌에는 4.22로 리그에서 가장 두터운 뒷문을 형성했다. 2014시즌 LG 불펜진이 보여준 이상적인 분업화가 2015시즌에도 이어진다면, 최강 불펜 3연패를 이룰 확률은 상당히 높다. 지난해 LG 불펜진에는 65이닝 이상을 소화한 투수가 전무했다. 봉중근 이동현 신재웅 유원상 정찬헌 윤지웅 6명의 투수가 필승조 역할을 분담했다.
강 코치는 “불펜진이 무너지면, 팀 전체가 무너진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만큼 불펜투수들은 특별히 신경 쓴다”며 “감독님께서 항상 의견을 존중해주신다. 3일 연속 등판했거나, 투구수가 많으면 주저하지 않고 휴식을 주신다. 불펜 연습 투구수도 항상 기록한다. 내부적으로 정한 한계 투구수에 가까워지면, 그 투수는 스파이크조차 신지 못한다. 러닝화만 신고 벤치에서 경기를 관전한다”고 혹사 없는 불펜 운용의 비결을 설명했다. LG 불펜진이 부작용 없는 악마와의 거래에 성공, 3년 연속 정상을 지켜낼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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