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종 감독님을 위해 좋은 성적을 내야 한다".
대한축구협회는 9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신임 신태용 올림픽 대표팀 감독 취임 기자회견을 가졌다. A 대표팀 코치로 활동하던 신 감독은 이광종 감독의 사정에 따라 긴급하게 올림픽 대표팀 감독으로 부임했다.
신태용 감독은 "갑작스럽게 올림픽 대표팀 감독직을 맡게 되어 얼떨떨 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광종 감독님께서 빨리 쾌차 하시는 것이다"라면서 "이 감독님께서 20여년간 유소년을 키워 오셨다. 나 보다 훨씬 뛰어난 능력을 가진 분이다. 리우 올림픽에서 지휘봉을 잡으셨어야 했는데 너무 안타깝다. 후배로서 가슴 아프다. 따라서 나에게 무거운 짐이 맡겨진 것 같다. 축구팬들도 기대가 크겠지만 우리가 좋은 성적을 내야 이광종 감독님이 병마와 싸우시면서 이겨내실 수 있을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신 감독은 "올림픽 대표팀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이 없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 부임 하신 뒤 월드컵을 향한 목표만 있었다. 그런데 아시안컵 결승전이 끝난 후 이 감독님께서 몸이 좋지 않으시다는 말을 들었다. 그 때 부탁을 하시고 고민을 하라고 하셨다. 귀국하는 동안 많은 고민을 했다. 편안한 길을 갈 수 있었겠지만 축구계 선배님들이 나를 원한다는 생각에 팀을 맡게 됐다"고 전했다.
신태용 감독은 2009년 성남 일화(현 성남 FC)의 지휘봉을 잡아 그 해 K리그 및 FA컵 준우승을 지도했다. K리그 일화의 레전드 출신인 신 감독은 선수로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신 감독은 국가대표로 큰 활약을 펼치지는 못했지만 13시즌 동안 오직 성남 한 팀에서 뛰면서 K리그 우승컵을 6번이나 들어 올렸다. 그리고 K리그 최초로 2차례의 MVP를 수상했다. 또 최초로 60(골)-60(도움) 클럽에 가입했다. K리그 통산 99골-68도움을 기록했고, 68도움은 현재까지도 최다 도움 기록으로 남아 있다.
2010년에는 성남을 아시아 최강 클럽으로 만들어 선수와 감독으로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모두 경험했다. 또한, 2011년에는 FA컵 우승을 이끌어 크게 각광을 받았다.
지난해 7월 국가대표팀 코치로 선임돼 두 달 뒤 감독대행 자격으로 베네수엘라전 및 우루과이전을 맡기도 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 부임 이후 그를 보좌하며 2015 AFC 아시안컵 준우승에 일조했다.
A 대표팀과 선수 차출에 대해서는 "먼저 선수 파악이 중요하다. A 대표팀에서 코치로 있으면서 슈틸리케 감독이 한국 축구에 대해 어떤 목표가 있는지를 잘 알고 있다. 많이 파악한 상황"이라면서 "올림픽 대표팀에서 필요한 부분이 있으면 슈틸리케 감독에게 건의할 것이다. 유기적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올림픽 대표팀에 대해서는 "킹스컵에 참여하면서 직접 선수들을 보니 분위기가 좋았다. 착한 선수들이 많은 것 같다. 선수들이 우승컵을 앞에 두고 이광종 감독님께 큰 절을 하는 등 성숙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경기장에서 강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 감독님을 위해서 열심히 싸우자고 했다. 3월에 소집했을 때는 더 즐기는 축구를 펼치자고 말했다. 선수들도 훈련할 때는 웃으면서 힘을 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2016 리우 올림픽이 1년 6개월 남은 상황에서 지휘봉을 잡은 신 감독은 이광종 감독이 만들어 놓은 로드맵을 기본으로 팀을 꾸려갈 생각이다. 신 감독은 "3월에 열릴 1차예선이 굉장히 중요하다. 그리고 2016년까지 분명 시간이 있다. 합숙훈련을 통해 서로 알아가면서 내가 가진 색깔을 입히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킹스컵을 통해 대표팀의 색깔을 맛본 신 감독은 "개성있는 플레이를 선보인 선수들이 없었다. 자기가 가진 장점을 기죽지 않고 잘 발휘했으면 좋겠다. 특출난 선수가 없어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많이 만들어 가야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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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