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을 의식하진 않는다”.
kt 위즈에는 촉망받는 신인급 선수들이 즐비하다. 2년간 우선지명, 특별지명을 통해 좋은 투수 자원을 확보했음은 물론이고 야수 중에서도 가파른 성장세를 경험하고 있는 선수들이 많다. 일본 미야자키에서 열리고 있는 스프링캠프에서도 백업 혹은 주전을 위협할 수 있는 젊은 선수들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내야수 이지찬(24)은 2·3루 유격수를 모두 소화할 수 있는 멀티 플레이어다. 입단 당시 큰 기대를 모았던 것은 아니지만 지난해 타격에서 급성장했다. 기대를 모으며 벌써 2번째 스프링캠프에 참가하고 있다. 미야자키에서 만난 이지찬은 “원래 분위기가 딱딱한 면이 있었는데 새로운 선배들이 오셔서 재미있게 하시려고 하다 보니 분위기가 많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분위기는 물론이고 1군 경험이 풍부한 선수들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 이지찬은 “박기혁 선배, 박경수 선배를 옆에서 보니 기본기 같은 게 좋으신 것 같다. 보면서 많이 배우려고 한다. 수비할 때 공을 잡거나 던지거나 하는 부분에서 좋은걸 배우고 싶다”고 전했다. 외국인 선수 마르테에게도 배울 점이 많다. 그는 “마르테한테 ‘바운드를 미리 예측하는지 감으로 잡는지’와 같은걸 물어봤다. 그랬더니 ‘야구를 15년 이상 하다 보니 바운드를 자동으로 맞추는 것 같다’고 대답했다. 역시 다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올 시즌을 앞두고 내야 경쟁은 어느 때보다 치열하다. 박기혁, 박경수를 비롯해 한윤섭, 신석기, 김영환, 김선민 등 스프링캠프에 참가한 선수들만 해도 내야수들이 많다. 하지만 이지찬은 ‘경쟁자’에 대해 크게 의식하지 않았다. 그는 “경쟁이라기보다는 어차피 내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 내가 실수를 하면 경기에 못 나가는 거고 좋은 타구를 처리하고 잘 하면 경기에 나가게 될 것이다. 남을 의식하진 않는다”라고 답했다.
이지찬이 1군 엔트리에 살아남기 위해 중점을 두고 있는 부분은 타격이다. 이지찬은 “수비도 수비지만 타격이 지난해 말부터 안 좋았다. 타격감이 좋았을 때 느낌을 찾으려고 노력 중이다. 여기서 배팅을 많이 치고 있는데 이를 통해 그 감을 찾으려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멀리치는 건 포기하고 짧게 짧게 치려고 한다. 수비에선 포지션을 왔다 갔다 하기 때문에 바운드를 읽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경험 면에서 모든 게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이지찬은 목표를 하나하나씩 세우고 있다. 지난해 11월 제주 마무리 캠프에서 “스프링캠프에 참가하는 게 목표다”라고 밝혔던 그는 이제 “2차 캠프까지 가는 게 목표다”라며 웃었다. “단계별로 나가야 한다”는 게 이지찬의 설명. 그는 “2차까지 가면 시범경기 출전, 시범경기가 끝나면 개막전 엔트리에 드는 게 목표다. 또 이후엔 경기를 뛰는 것, 주전이 되는 게 목표다”라고 말했다.
물론 아직 보완할 점은 많다. 스스로도 “1군 경기에서 뛰기엔 많이 부족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마지막으로 이지찬은 “백업도 백업이지만 경기에 나갔을 때 거기에 맞게 잘 해야 한다. 상황에 맞게 잘 할 수 있도록 실력을 쌓고 싶다”는 각오를 전했다. 이제 연습경기를 통해 본격적인 경쟁이 시작된다. 유망주 이지찬이 지금의 기회를 잘 살려 1군 무대에 모습을 드러낼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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