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지도자, 아마 넘보지마!'" 역행하는 KBA 집행부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5.02.10 06: 00

프로야구와 아마야구는 최근 교류를 넓혀가며 상생의 길을 찾는데 주력하고 있다. 아마야구가 살아야 프로야구가 살고, 프로야구가 살아나야 아마야구 역시 제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대한야구협회(KBA) 집행부와 이사회에서 이러한 움직임에 역행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아마야구에 등록됐던 지도자가 프로야구 지도자로 옮긴다면 다시 아마야구에 돌아오지 못하게 하는 조항을 제도화하는 움직임이 포착됐다.
오는 24일로 예정된 KBA 상임이사회에서 지도자 및 선수등록규정 개정안이 안건으로 심사될 예정이다. OSEN이 입수한 개정안 안건 일부내용을 그대로 인용하면, '제12조(지도자등록자격) 프로출신으로 학교지도자로 등록되었던 자가 프로지도자로 등록할 경우 다시 아마지도자로 등록할 수 없다'고 되어 있다.

협회 관계자는 "일단 이사회에 안건으로 상정된다면 큰 이변이 없는 한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또 다른 협회 관계자는 "지역 집행부에서 건의된 안건으로 이대로 100% 통과된다는 건 아니다. 다만 그럴만한 이유가 있어서 올라온 안건인데, 이사회에서 논의 후 타당하다고 판단된다면 통과된다. 현재로서는 검토 단계"라고 선을 그었다.
왜 프로에 다녀 온 지도자는 아마야구 지도자가 될 수 없는 것일까. 그 이유에 대해 협회 관계자는 "첫 번째는 프로와 아마를 오간 지도자 가운데 사고를 친 사람이 몇몇 있었다. 그들을 걸러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두 번째는 일선의 아마야구 지도자들의 박탈감 때문이다. 아무래도 프로에 다녀오면 인지도는 올라가는데, 때문에 아마야구에만 헌신했던 젊은 지도자들이 설 자리를 잃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이러한 이유가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야구 관계자는 "이는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는 문제다. 그런데 대한야구협회는 이 조항이 문제가 될 것이라는 생각조차 안 하고 있다"고 안타까운 마음을 숨기지 못했다. 협회가 무리수를 두는 이유는 어디에서 왔을까. 정해진 파이를 누가 얼마나 먹느냐, 즉 밥그릇 싸움이라는 게 중론이다.
일부 아마야구 지도자의 위법행위는 종종 도마에 올랐다. 불과 2년 전만 하더라도 현역 프로야구 감독출신 지도자 수 명이 검찰 조사를 받고 법정에 섰다. 그렇지만 이 사실이 프로 출신 지도자의 아마복귀를 막을 수는 없다. 이는 아마출신 역시 자유로울 수 없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결국 가장 큰 이유는 두 번째다. 아마와 프로를 여러 번 오가는 인사를 배제하겠다는 뜻이다. 협회 관계자는 "철새처럼 아마야구를 도피처로 생각하는 몇몇 사람 때문에 이번 조항이 생긴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번 안건을 상정한 대한야구협회 집행부를 놓고 야구계에서는 '아마야구에서는 60대 이상은 돼야 집행부나 이사회에서 힘을 쓰는 경로당'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아마야구만을 위해 헌신하는 지도자를 원하는 건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아마야구 출신 지도자가 프로에 몸담았다는 이유만으로 다시 아마야구로 돌아오지 못하도록 제도화한다는 건 다른 문제다. 역차별 논란의 우려가 있고, 아마야구의 폐쇄성을 드러내는 일이기도 하다.
이번 사태의 가장 큰 피해자는 야구를 배우는 학생이 될 수도 있다. 프로출신 지도자가 아마 지도자보다 선수를 지도하는 역량이 낫다는 이야기를 하려는 게 아니다. 아마야구에만 헌신한 지도자 나름대로, 프로에서 새로운 지도방식을 배워 온 지도자 나름대로 갖고 있는 장점이 각자 다르다. 당장 학부모들은 소식을 전해듣고 거세게 반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협회 관계자는 "프로에 한 번 다녀왔다고 아마에 다시 못 돌아오는 건 너무 심하다는 이야기도 있다. 그래서 프로에 다녀 온 횟수에 따라 제약을 하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이다. 24일 이사회를 연다고 해서 반드시 통과되는 것도 아니다"라고 일단 한 발 물러난 태도를 보였다. 야구발전에 역행될지도 모를 이번 안건이 그대로 통과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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