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가요 시상식, '그래미'가 될 순 없을까[Oh!쎈 초점]
OSEN 정준화 기자
발행 2015.02.10 07: 21

음악은 예술이 됐고, 뮤지션은 아티스트가 됐다. '제57회 그래미 어워드'는 경건하고 차분하게 음악에 집중한 무대들을 대거 연출해내면서 전 세계 음악인들이 함께 보고, 듣고, 즐길 수 있는 화합의 장을 열었다. 화려한 퍼포먼스 대신 음악이 가진 힘에 포커스를 맞춘 점이 특히나 인상적이다.
'제 57회 그래미 어워드(Grammy Award)'는 지난 9일 오전 10시부터(이하 한국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 스테이플 센터에서 진행됐다. 세계적인 팝스타들이 무대와 객석에 자리한 가운데 역대급 무대들이 연이어 탄생했다. 
문뜩 생각이 들었다. 우리의 가요 시상식, '그래미 어워드'가 될 수는 없을까.

지난해 열린 각종 연말 가요제와 시상식은 누리꾼들의 뭇매를 맞았다. 이들은 미숙한 생방송 진행과 자잘한 방송사고, 부실한 기획 등을 문제 삼았지만, 조명해 봐야할 부분은 좀 더 본질 적인 데 있다.
왜 가요계 연말 시상식이 아이돌의 장기자랑이 돼 버린 것인지 생각해봐야한다. 가장 큰 문제점은 음악을 듣는 세대가 확실하게 나뉜다는 것. 현재 음원, 음반 시장의 주 타겟 층은 10대들이다. 잘 팔리는 물건을 많이 만든다는 시장원리에 따라 아이돌의 음악이 시장을 독식하고 있는 추세다. 그러다보니 시상을 받을 팀이 아이돌로 좁혀지고, 다른 장르의 음악을 하는 뮤지션들이 설자리가 좁아지고 있다.
아이돌 문화를 폄하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좀 더 다양한 장르의 음악들이 사랑받고 이를 통해 음악 시장이 다각화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번 '그래미 어워드'에서 벡(Beck)'이 락 앨범 '모닝 페이즈(Morning Phase)'로 본상 2관왕을 차지한 것처럼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사랑받으면서 이를 통해 음악 시장이 풍부하게 성장하는 모습이 간절하다.
언급했듯이 문제는 음악을 듣는 세대가 나뉜다는 것에서 시작한다. 그렇다면 해결 방안은 세대의 융합에서부터 찾아야 한다. 이번 '그래미'에서 펼쳐진 리한나와 폴 매카드니, 카니예 웨스트의 콜라보레이션에서 힌트를 얻어 볼 수 있을 것 같다. 장르를 넘어선 신 ·구조화를 통해 세대를 아우르는 음악이 나와야한다는 것. 그러려면 꾸준한 사랑을 받는 레전드 가수가 탄생해야한다. 
그렇게 떠올린 것이 '조용필'과 '토토가'다. 지난 2013년 4월 조용필이 19집 앨범 '헬로(Hello)'를 통해 젊은 후배 가수들과 호흡을 맞추면서 세대 간의 융합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하지만 일회성 프로젝트로 진행됐다는 점과 조용필 급의 레전드 가수가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는 것이 아쉬운 점이다.
'토토가' 같은 어떤 계기를 통해 잊혀 진 가수들이 다시금 주목받아 그들의 음악에도 관심이 이어져 세대가 공유할 수 있는 음악이 생긴다는 것도 긍정적인 현상이다. 하지만 과거의 곡에 국한된다는 것이 한계점이다. 앞으로 공유할 수 있는 신곡들이 만들어지는데 까지 관심이 이어져야 한다.
물론 '그래미 어워드'와 우리의 음악 시장을 비교할 사이즈는 절대 아니다. 시장 규모와 성격 자체가 다르고 흘러온 역사에서도 큰 차이가 있다. 하지만 이를 통해 우리 음악 시장의 가능성을 발견한다면 의미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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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P BB= News1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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