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의 투수조장 이현승(32)이 팀 마운드에 대한 자신감을 숨기지 않았다.
올해 우리나이로 서른셋인 이현승은 투수 조장인 동시에 투수조 전체에서 최고참인 이재우 다음으로 나이가 많다. 자타가 공인하는 투수조의 리더가 되어야 하는 위치다. 이현승은 이에 대해 “선배들도 챙겨야 하고 후배들 고충도 들어줘야 한다. 내 운동만 하는 것이 아니고 모두를 챙겨야 하는 위치이기 때문에 큰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새로 합류한 장원준이 가질 부담까지 헤아리는 것도 이현승이 할 일이다. 애리조나 전지훈련 출국 전 전화통화에서도 이현승은 장원준과 관련된 질문이 나오자 “말하지 않아도 부담이 없을 수가 없다. 나 또한 그랬다”며 도와주고 싶다는 뜻을 나타냈다. 넥센에서 두산으로 오면서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이현승이기에 장원준의 부담감을 누구보다 잘 이해할 수 있다.

조장이 아닌 한 명의 투수로 봐도 이현승은 마운드의 키 플레이어 중 하나다. 현재까지는 5선발 혹은 마무리가 될 것이 유력한데, 이현승이 두산 투수진의 큰 밑그림을 결정한다. 선발이 되면 선발진에는 장원준, 유희관까지 좌완이 3명이나 된다. 반대로 불펜으로 가면 아직 1군 경험이 많지 않은 장민익이나 함덕주가 부담을 조금 덜어낼 수 있다.
이현승은 선발을 꿈꾸고 있다. “내 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다시 한 번 선발에 도전해보고 싶다. 두산 이적 후 부상 등이 겹치면서 선발에 대한 아쉬움이 컸다. 올해는 몸 상태도 좋아졌고 마음가짐도 바뀌었기 때문에 어떤 보직에서도 결과물을 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이현승은 크게 연연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선발을 원한다는 뜻을 내비쳤다.
관건이 되는 것은 체력이다. 특히 5선발의 경우 가끔씩 선발과 불펜을 오가는 스윙맨처럼 활용될 수도 있다. 이현승은 “올해 캠프에 와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 역시 체력적인 부분이다. 체력 보강만 된다면 어떤 위치에서도 이겨낼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어떤 위치든 내보내 주신다면 책임감을 갖고 임무를 완수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조금은 무리가 되더라도 그간 팀의 기대에 보답하지 못한 것을 이번에 다 해내겠다는 각오다. “두산이 나를 데려 온 이유는 좌완이 부족했던 팀 사정 상 선발을 기대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데 아직 해내지 못한 것 같다. 이제는 군 문제도 해결됐기 때문에 무리를 해서라도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 이현승의 다짐이다.
가장 만들고 싶은 결과물은 역시 우승이다. “목표는 무조건 우승이다”라는 이현승은 “모든 선수들이 우승을 목표로 뭉쳐 있기 때문에 올해는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팬 여러분께서 끝까지 응원해 주신다면 야구장에서 더 많이 뛰고 땀을 흘려서 반드시 성적으로 보답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자신감의 바탕에는 동료들에 대한 믿음도 있다. 투수 조장으로서 팀 투수진을 어떻게 보고 있냐는 물음에 이현승은 “내가 보기에 우리 투수진은 강하다. 4선발까지 확정되어 있고 그 외에도 가능성 많은 좋은 투수들이 많이 있기 때문에 어느 팀보다도 강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조장의 자신감이 마운드 위에 선 투수들의 힘으로 승화할 수 있을지도 기대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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