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명민에겐 특유의 무게감이 있다. 그동안 그가 보여준 굵직한 연기 때문이기도 하고, 적당히 듣기 좋은 중저음 목소리 때문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2011년 개봉한 영화 '조선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은 의외였다. 김명민의 코미디는 어딘가 낯설게만 느껴졌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그가 연기한 김민은 허술하고 부족하지만 결정적인 순간 영민한 기지를 발휘하는 인물로, 김명민을 만나 그 시절 실제 있었을 법한 매력적인 캐릭터가 됐다. 당시 쟁쟁한 경쟁작을 제치고 470만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덕분에 4년 후 속편인 '조선명탐정:사라진 놉의 딸'(감독 김석윤, 제작 청년필름, 이하 조선명탐정2)가 만들어졌다.
김명민은 전편보다 2편이 더 만족스러운 듯 보였다. 11일 개봉하는 2편에 대한 자랑을 해달라고 하니 "부족했던 부분이 강화됐다"며 술술 이야기를 시작했다. 1편에선 원작 소설을 영화로 만드는 과정에서 흐름이 다소 성겼다. 점프컷이 많다는 것이 장점이자 단점이었다. 2편은 원작에서 벗어난 오리지널 스토리로 이음새가 비교적 탄탄하다. "캐릭터는 명확해지고, 이야기는 압축됐다"고 그는 강조했다.

벌써 두 번째 김민의 옷을 입은 김명민은 편안해보였다. 그는 루게릭병 환자를 연기한 영화 '내 사랑 내 곁에'(2009) 당시와 비교했다. 그는 작품이 끝나면 가족과 여행을 떠나는 것으로 자신을 치유했다. 여행 기간이 길수록 스트레스가 심했단 뜻으로, '조선명탐정2' 촬영 이후엔 2박3일로 일본을 다녀왔다. 우울증과 불면증 등 온갖 증세를 후유증으로 얻은 '내 사랑 내 곁에' 이후엔 미국에 석달 정도 머물렀다.

"연기에 대한 접근은 비슷하다. 감정의 깊이가 어느 정도냐의 차이다. '조선명탐정'은 인물에서 빠져나가는 데 시간이 얼마 걸리지 않는 만큼, 몰입해 들어가는 게 쉬웠다. 그 정도의 차이다. 특별히 코미디 연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웃기려는 강박이 있었다면 부담됐을 거다. 김민이란 캐릭터에 맞춰 연기를 했다. 김석윤 감독님이 판을 깔아주고, 오달수 형이 받아줬다. 즐거운 현장이었다."
얼마나 유쾌한 현장이었는지, 김석윤 감독의 웃음소리에 촬영 중간 '컷'을 한 장면도 있다. 김민의 머리에 총알이 스쳐간 장면이다. 피가 관자놀이를 타고 흘러야 하는 장면인데, 피가 그만 솟구치고 말았다. 더 오래 촬영해야 했지만, 김석윤 감독이 너무 웃어 도중에 끊겼다. 유연하고 신속한 촬영, 그것이 감석윤 감독의 방식이었다. 곧 경쾌한 '조선명탐정'을 만들어낸 원동력이었다.
그렇다고 '조선명탐정2'가 무작정 손쉬운 작업은 아니었다. 베테랑인 그지만 고민되는 지점은 분명 있었다. 드라마가 깊어진 만큼 김민의 감정을 안배하는 일은 매우 중요했다. 마냥 가볍거나, 마냥 무거울 수 없었다. 캐릭터의 기본적인 특징을 바탕으로 주인공으로서 중심을 잡고 극을 이끌어야 했다. "유쾌함 속에 함정이 있을 수 있는 현장이었다"고 그는 웃었다.
'조선명탐정'은 그만큼 캐릭터의 힘이 돋보인다. 시리즈로 이어진 데는 김민과 서필(오달수) 콤비의 공이 컸다. 벌써부터 3편을 기다리는 이들도 있다. 제작진과 출연진끼리는 농담삼아 영화 '반지의 제왕' 시리즈처럼 2,3,4편을 한꺼번에 찍자는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한국 영화에서 시리즈가 계속되는 건 유의미하다. 보호차원에서 계속 가야하는 영화가 아닌가 싶다. 2편의 흥행 결과에 달려 있겠지만, 어쩐지 3편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있다. 만약에 3편이 나온다면 2년 후가 딱 좋을 것 같다. 4년에 한번은 너무 하지 않나. (웃음)"
jay@osen.co.kr
백승철 기자 bai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