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 최현석 셰프 “허세프? 개그 강박관념 있다”[인터뷰①]
OSEN 강서정 기자
발행 2015.02.10 11: 45

‘냉장고를 부탁해’의 최현석 셰프를 떠올리면 화려하게 소금을 뿌리는 퍼포먼스가 생각난다. 요리를 하면서 소금을 쥔 손을 높게 들어 올려 눈송이 흩날리듯 소금을 뿌린다. 이 모습 때문에 최현석 셰프는 허세 있는 셰프라는 ‘허세프’ 애칭까지 얻었다.
최현석 셰프의 허세는 밉지가 않다. 눈에 띄게 다른 셰프들을 지적하거나 자기 자랑이 넘쳤다면 비호감으로 이어질 수 있지만 최현석 셰프는 ‘적당히’를 안다. 적절한 타이밍에 적당히 허세를 부리기 때문에 그런 모습이 매력이 됐다.
그의 허세를 보고 팬이 된 여성 시청자들도 꽤 된다. 최현석 셰프를 모델로 그린 여러 개의 팬아트도 ‘냉장고를 부탁해’를 통해 공개되기도 했다. 최현석 셰프는 그간 여러 요리 프로그램에 출연, 대중에게 익숙한 셰프 중에 한 명이지만 이번처럼 많은 사람들에게 주목을 받은 것은 처음이다. 허세 가득하고 유머러스한 그의 성격이 ‘냉장고를 부탁해’에서 극적으로 잘 드러나면서 확실히 자신의 캐릭터를 잡았고 이에 팬들도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요리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알려져 있었지만 ‘냉장고를 부탁해’하고 나서는 엄청나졌어요. 장난이 아니더라고요. 길거리 나가면 다 알아보고 마트에서 카트 끌고 가는데 네 분 정도가 사진 찍어달라고 하고 사인도 했어요. 섭외도 많이 들어와요. 예전과 다르게 페이스북에 동영상을 올리면 재생수가 100만이 넘어가고 댓글도 엄청 많죠.”
최현석 셰프의 트레이드마크는 누가 뭐래도 ‘소금 뿌리기’다. ‘냉장고를 부탁해’에서 처음으로 그가 한껏 폼을 잡고 소금을 뿌리는 모습은 큰 웃음을 선사했고 이후 여러 셰프들이 그를 따라 하기도 했다. 여기에 최현석 셰프는 요리 전 선보이는 ‘앞치마 털기’까지 추가, 허세 2종 세트가 완성됐다. 이제 최현석 셰프가 허세 퍼포먼스를 보여주지 않으면 섭섭할 정도다.
“처음에는 찍으면서 재미없을까봐 의무감으로 오버를 많이 하고 애썼어요. 레스토랑에서 54명을 거느리고 있는데 허세 있게 하고 내 모습보다 과하게 하니까 스트레스도 있었어요. 필드에서 그래도 존경받는 셰프인데 너무 망가지는 게 아닌가, 우리 셰프들이 희화적으로 보이지 않을까 우려했는데 반응이 좋아서 다행이었어요.”
최현석 셰프는 ‘냉장고를 부탁해’에서 주도적으로 프로그램을 이끌어간다. 홍석천과 김풍은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해 방송경력이 있지만 샘킴 셰프, 미카엘 셰프, 정창욱 셰프는 방송 출연이 잦은 셰프들이 아니었기 때문에 초반부터 예능감을 기대하기는 어려웠다. 이제는 예능감이 점점 올라오고 있긴 하지만 최현석 셰프가 웃음 포인트를 잡아가며 재미를 연출하고 있다.
“원래 제가 주변 친구나 직장인들에게 농담도 많이 해요. 약간 자신감 넘치는 개그를 많이 하죠. 제가 겸손까지 있으면 못 다가와요. 겸손까지 있으면 신이 얄밉게 만든 피조물이잖아요.(웃음) 계산된 교만을 부리죠. 장난도 많이 치는데 과하지 않게 해요. ‘냉장고를 부탁해’에서는 저를 많이 내려놓죠.”
최현석 셰프 말대로 그와의 인터뷰는 전혀 지루할 틈 없이 진행됐다. 사람을 웃게 하는 탁월한 재주가 있었다. 재치 있게 농담을 하면서 유쾌하게 분위기를 이끌어 상대방을 즐겁게 한다. 그런 모습이 방송에도 그대로 나타난다. 웹툰작가 김풍과 별의 개수가 똑같은 사실에 최현석 셰프는 “웹툰을 시작해볼까 한다”고 하는가 하면 작가들에게 자기자랑을 슬쩍 흘려 팬아트가 공개되기도 했다.
“예능 욕심은 없어요. 목표 자체가 요리 쪽이고 연예인이 아니니까 간과하지 않으려고 해요. 어딜 가나 웃겨야 한다는 강박관념은 있어요. 레스토랑에서나 어디서나 저의 개그캐릭터가 있어요. 농담도 좋아하고 그런 걸 재미있어 해요. 방송에서 저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이려고 하죠. 요리 프로그램을 남들과 똑같이 하는 걸 별로 안 좋아해서 ‘크레이지 타임’ 프로그램에서 요리를 재미있게 하고 웃길 수 있다는 생각을 했어요. 지론은 시청자들에게 외면 받지 않으려면 재미있게 해야 한다는 거예요.”
최현석 셰프는 ‘냉장고를 부탁해’에서 정통 셰프들 중 맏형이고 요리 경력도 오래됐지만 별의 개수가 적은 편이다. 김풍과 꼴찌였지만 소유진 냉장고 재료로 ‘어란대첩’을 만들며 별 한 개를 더 추가해 세 개가 됐다. 필드에서는 존경 받는 셰프지만 ‘냉장고를 부탁해’만 오면 약해지는 그. 셰프로서 자존심이 상할 만도 하지만 최현석 셰프는 방송은 철저하게 방송으로 임한다는 마음이다.
“내려놨어요. 별을 많이 받았다고 영화를 누릴 필요가 없고 시청자들에게 멋있는 요리, 재미있는 걸 보여주자는 생각이에요. 별과는 상관없어요. 각자 캐릭터에 대해 뭔가를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샘킴은 별에 대한 집착도 있고 정창욱은 이기기 위해 여러 소스도 사용하지만 저는 보여주기 위한 것이죠.(웃음) 딸이 별이 없다고 했는데 세 개를 땄으니까 됐어요. 시청자들은 요리를 기대하잖아요. 시청자들이 저를 봤을 때 역시 뭔가를 보여주고 충족시켜주겠다는 생각을 하죠. 저는 클라이맥스예요.(웃음)”
‘냉장고를 부탁해’에서 별보다 재미를 추구하겠다는 그의 말은 농담 반, 진담 반인 듯하다. 아무래도 셰프로서 별은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는 부분이지만 요리에 좀 더 중점을 두고자 하는 생각이다. 때문에 녹화 전 게스트들의 냉장고를 살펴볼 때도 자신만의 포인트가 있다.
“대기실 가면 대본을 안 봐요. 냉장고부터 봐야 해요. 재료들을 눈에 찍어놓고 빨리 고민해야 해요. 15분 동안 요리하는 게 쉽지 않아요. 녹화 1시간 전에 가서 준비하고 있어야 하지만 냉장고를 살펴보는 것까지 1시간 넘게 걸리기 때문에 일찍 가야 하죠. 현장 도착하자마자 냉장고를 봐요. 저는 이기기 위한 요리가 아니가 멋있는 요리, 다양한 요리, 퍼포먼스를 선보이기 위해 고민하죠. 어떤 퍼포먼스로 감동을 줄까 생각해요. 별은 많지 않지만 진심은 통한다고 생각합니다.(웃음)”
최현석 셰프는 ‘냉장고를 부탁해’를 통해 많이 노출돼 시청자들에게는 연예인 같은 사람이 됐다. 그러나 그는 요리에 대한 자신의 철학과 원칙을 지키면서 셰프로서 마음을 다잡으려고 한다. 자신이 셰프인 사실을 절대 간과하지 않겠다는 것.
“우리는 연예인이 아니라 셰프예요. 얼굴이 알려진 요리사일 뿐이죠. 이미지는 반드시 소모된다고 생각해요. 셰프가 인기가 있는 시류가 계속 가더라도 본업이 있으니까 요리를 등한시 하거나 놓으면 안돼요. 요리사는 계속해야 하는 직업인데 조심해야 해요. 유명세라는 게 독약 같은 건데 마약 같이 빠지면 안 되죠. 제 꿈이 해외 레스토랑에서 해외 셰프들과 승부를 해보는 거예요. 이렇게 찾아주는 게 감사할 뿐이지만 절대 자만하지 않으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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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철 기자 baik@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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