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프로야구는 10개 구단, 144경기 체제로 초장기 레이스를 펼친다. 지난 2년간보다 16경기가 증가함에 따라 선수들의 풍성한 개인기록에 대한 기대도 높아지고 있다.
그 중에서 가장 관심을 가질 만한 것은 20승 투수, 그것도 토종 20승의 탄생 여부다. 지난해 128경기 체제에서 넥센 앤디 밴헤켄이 20승을 올렸지만 토종 투수는 KIA 양현종의 16승이 최다였다. 이전으로 조금 거슬러 올라가면 2007년 두산 다니엘 리오스가 22승으로 21세기 첫 20승 투수가 됐다.
즉 21세기 들어 토종 투수가 20승을 거둔 건 15시즌 동안 한 번도 없었다. 2000년 현대 정민태·임선동·김수경, 2002년 한화 송진우, 2005년 롯데 손민한, 2008년 류현진이 18승을 올린 것이 가장 20승에 근접한 기록이다. 어느 순간, 20승은 토종 투수들에게 꿈의 기록이 되고 있다.

마지막 토종 20승 투수는 정민태 한화 2군 투수코치다. 정민태는 20세기 말이었던 1999년 현대 유니폼을 입고 20승을 달성했다. 구원승 1승이 포함돼 있었지만 선발투수로 거둔 20승이었다. 1999년 정민태를 끝으로 15년간 20승 투수가 나오지 않아 가치가 더 커졌다.
그렇다면 144경기 체제가 된 2015년, 토종 20승 투수는 탄생할 수 있을까. 먼저 128경기보다 16경기가 늘어남에 따라 선발투수들은 4~5경기 정도 선발등판 기회가 증가했다. 선발투수의 한 시즌 등판이 30경기에서 최대 35경기로 늘었다는 점은 호재라 할만하다. 1999년 정민태도 33경기에서 20승을 올렸다.
그러나 경기수가 늘어나는 만큼 투수들의 체력 관리와 페이스 조절이 더욱 중요해졌다. 시즌 초반부터 중반 그리고 막판까지 페이스를 유지할 수 있느냐가 관건. 선발투수가 1년 내내 좋은 페이스를 유지할 수는 없다. 지난해 20승을 거둔 밴헤켄도 전반기(13승4패·2.81)보다 후반기(7승2패·4.82)에 고전했다. 경기수가 늘어나는 만큼 감수해야 할 부분도 있다.
올해도 각 팀들은 외국인 투수들이 2명씩 선발 자리에 포진해 있다. 토종 투수를 확실하게 에이스로 내세울 수 있는 팀이라면 SK 김광현와 KIA 양현종을 꼽을 수 있다. 지난해에도 양현종이 16승, 김광현이 13승으로 토종 투수 다승 1~2위에 올랐다. 토종 20승 투수가 올 시즌 나온다면 두 투수 중에서 주인공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다만 투수의 승리는 자신의 힘으로만 되는 게 아니다. 탄탄한 팀 전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그런 점에서 삼성 윤성환·장원삼, 두산 장원준에게 유리한 면이 있다. 특히 지난 겨울 FA 시장에서 대박을 터뜨린 윤성환과 장원준의 몸값은 이미 20승 투수 감이다. 과연 21세기 첫 토종 20승 투수는 누가 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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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시절 정민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