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쎄시봉'(감독 김현석, 제작 제이필름)이 박스오피스 순항 중인 가운데, 주연배우 강하늘과 조복래가 눈길을 끈다.
두 사람은 극중 포크듀오 트윈폴리오로 호흡을 맞췄다. 강하늘은 엘리트 윤형주 역을, 조복래는 자유로운 영혼 송창식 역을 맡았다. '쎄시봉' 속 20대 시절은 오근태 역의 정우와 민자영 역의 한효주가 주로 이끌고 가지만, 강하늘과 조복래의 역할도 상당하다. 정우, 한효주와 달리 실존인물을 이름 그대로 연기한다. 몰입도와 싱크로율이 꽤 높은 편이다.
오근태와 민자영의 로맨스 외에도 트리오 쎄시봉의 좌충우돌 에피소드는 풋풋한 청춘의 모습이다. 음악 감상실 쎄시봉을 휘어잡던 윤형주는 새로운 라이벌 송창식을 불편하게 여기고, 두 사람은 시종일관 경쟁심을 불태운다. 목소리톤부터 성장배경까지 전혀 다른 두 사람이지만, 공통점은 둘 다 음악 천재라는 것. 그 사이에 끼인 평범한 남자 오근태는 기타의 F 코드를 잡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두 캐릭터의 극명한 대비는 '쎄시봉'의 관전포인트 중 하나다. 연대 의학과 전공에 윤동주 시인의 육촌 동생인 윤형주는 지적이고 세련된 이미지로 그려진다. 금테 안경을 쓴 그의 눈빛 하나 손짓 하나에 여학생들이 쓰러진다. 송창식은 상대적으로 투박하다. 낮고 굵은 목소리에 남루한 옷차림 등 보헤미안이 따로 없다. 민자영에게도 '돌직구'로 고백했다 보이 좋게 차인다.
강하늘과 조복래는 모두 오디션을 통해 '쎄시봉'에 합류했다. 윤형주 역은 100대 1, 송창식 역은 250대1의 경쟁률이었다. 당시 드라마 촬영 중이었던 강하늘은 밤샘 촬영 후 단 1분도 눈을 붙이지 못한 채 오디션장으로 향했다. 순서를 기다리며 꾸벅꾸벅 조는 강하늘을 조연출이 안타깝게 바라봤다고. 다행히 기타를 들고 편안한 마음으로 노래를 부르는 강하늘을 김현석 감독은 마음에 쏙 들어했다.
오디션에서도 두 사람의 스타일은 갈렸다. '자연스러움'이 강하늘의 콘셉트였다면 조복래는 화려함으로 무장했다. 조복래는 바가지 머리 모양의 가발을 쓰고 개량한복을 입고 나타나 '담배가게 아가씨'를 열창했다. 강하늘의 표현에 따르면 "열심열심 열매를 먹은 듯한" 느낌이었다. "그런 스타일의 오디션 참가자를 싫어하는" 김현석 감독이었지만, 음악감독의 추천을 우선 믿었다. 이후 만남 뒤에 비로소 조복래의 진가를 발견했다.
강하늘과 조복래. '쎄시봉'의 발견과도 같은 배우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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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필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