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예 배우 윤서는 황정민 같은 배우가 되고 싶다. 보통 여배우들은 여배우들을 롤모델로 삼고 있지만 윤서는 달랐다. 여배우가 아닌 남자배우들 중에 롤모델을 꼽았다. 그만큼 연기력으로 승부하고 싶은 배우가 되겠다는 마음이기도 하다.
윤서는 아직까지 활동이 활발하지 않은 신인이지만 출연 작품에서 꽤 인상적인 캐릭터를 연기해 역할 이름을 대기만 하면 ‘아!’라는 반응이 나온다. 윤서는 2013년 돌풍을 일으켰던 드라마 ‘응답하라 1994’에서 해태(손호준 분)의 첫사랑 애정 역을 맡아 연기했다. 긴 생머리를 늘어뜨리고 청순한 얼굴을 하고 있는 윤서는 누가 봐도 ‘첫사랑’의 이미지였다. ‘응답하라 1994’에 자주 출연하지는 않았지만 존재감만큼은 주연들 못지않았다.
이뿐 아니라 윤서는 드라마 밖에서도 인상 깊은 모습으로 나타났다. 배우 이병헌의 ‘단언컨대’ CF에서 긴 머리를 휘날리며 이병헌에게 안기는 여자가 윤서다. 윤서는 김준현의 패러디 CF에서도 등장했다.
이어 윤서는 최근 종영한 MBN 드라마 ‘천국의 눈물’에서 또 한 번 강렬한 연기를 선보였다. ‘응답하라 1994’와는 전혀 다른 독한 악녀 진제인으로 등장한 것. 극 중 엄마 박지영 못지않게 시청자들을 분노케 만들었다.
“시청자들이 볼 때는 악녀지만 캐릭터가 악녀가 아니라고 생각하고 연기했어요. 캐릭터를 사랑하고 이해해야지라는 생각을 했죠. 시청자들이 캐릭터가 왜 그럴 수밖에 없는지에 대한 이유가 보일 것 같아서 제인의 입장에서만 생각했어요.”
강한 캐릭터와 다양하고 극도의 감정을 표현해야 하는 작품이었기에 신인의 입장으로는 ‘천국의 눈물’과 같은 드라마가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대부분의 배우들이 이미지에 맞는 배역을 맡아 연기하지만 윤서는 심하다 싶을 정도로 독한 악녀를 연기했다.
“지금까지 출연한 작품 중에 기승전결도 강하고 감정기복도 강하고 모든 걸 표출할 수 있었던 작품이었어요. 내 것을 빼앗겼을 때의 분노, 복수심, 화, 상상임신인 것에 대한 상실함, 갈등 모든 감정들을 표현한 작품이었어요. 어떻게 보면 제 나이에 할 수 있는 감정의 최고조를 연기해본 것 같아요. 표출할 수 있는 감정들을 다 해본 것 같아 배우로서 먼 미래를 봤을 때 발판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감정을 만들고 조절할 수 있는 능력 말이에요.”
윤서는 올해 23살. ‘천국의 눈물’에 출연했을 때는 21살이었다. ‘천국의 눈물’은 사전 제작돼 제작 1년 만에 편성돼 방송됐기 때문. 극 중 상상임신이 밝혀 질까봐 불안해하고 홍아름을 향해 독기 서린 모습을 보이고 오열하고 때리기도 하는 등 극도의 심리상태를 표현해야 했고 해냈다.
“때리는 신이 마음도 안 좋고 해놓고 ‘오케이’ 해도 병주고 약주는 것 같아서 죄송했어요. 때리는 신이 제일 힘들었죠. 그리고 캐릭터와 실제 나이차가 많이 나서 결혼생활이라든가 시어머니와의 고부갈등을 표현하기가 어려웠어요. 상상임신이라는 것도 흔하지 않아서 그것에 대한 상실감을 표현하는 게 많이 어려웠죠. 상상임신이 등장하는 작품들이나 사례를 읽어보고 연구했어요. 결혼생활이나 상상임신이나 제가 공감하기에는 극과 현실의 캡이 컸어요.”
윤서는 ‘천국의 눈물’을 통해 처음으로 주연 역할을 맡아 치열하게 연기했다. 박지영, 이종원, 윤다훈, 김여진 등 연기파 배우들 앞에서 연기하는 것이란 쉽지 않았다. ‘천국의 눈물’에 출연했을 당시 윤서는 데뷔 반년도 안됐을 때였다. 긴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대본 리딩부터 분위기가 달랐어요. 처음 대본 리딩을 하러 갔는데 선배님들, 선생님들이 계셨고 준영오빠, 아름언니는 데뷔 10년차가 되가는 배우들이라 확실히 리딩하는 것부터 달라서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정말 열심히 했고 어려워하는 부분은 선배님들이 옆에서 대본을 가지고 코치를 해주셨어요. 엄청 배웠죠. 신마다 함께 찍는 선배님들이 대본을 분석하는 방법이나 촬영장에서의 태도를 알려주셨어요.”
사실 윤서는 ‘천국의 눈물’과 ‘응답하라 1994’를 같은 시기에 찍었다. 첫사랑 애정과 악녀 제인, 극과 극의 캐릭터를 동시에 연기했다. 두 촬영장을 정신없이 왔다 갔다 했다. 그러나 ‘응답하라 1994’의 엄청난 인기는 힘든 촬영일정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이었다.
“‘천국의 눈물’도 찍고 있었는데 ‘응사’ 열풍을 아니까 그 점이 정말 재미있었어요. 김성균 선배님 팬인데 그 분을 본다는 생각에 촬영장에서 기다리고 ‘응사’도 정말 좋아서 즐거웠어요. 아무래도 ‘천국의 눈물’ 내용보다 밝아서 제 마음을 달래줬죠. 호준오빠도 ‘우리 애정이’라고 하면서 잘 챙겨줬어요.”
그러나 힘든 건 어쩔 수 없었다. ‘천국의 눈물’이 사전 제작이긴 하나 빠듯하게 촬영 스케줄이 잡혀 있었고 ‘응답하라 1994’ 마지막 촬영 후 파트너 손호준에게 제대로 인사도 못할 정도로 급하게 이동해야 했다.
“‘천국의 눈물’ 촬영이 끝나면 새벽 3~4시 정도였는데 ‘응사’ 촬영이 아침부터라 집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숍에서 씻고 촬영장으로 갔어요. ‘응사’ 촬영하고 나서는 헤어와 메이크업을 다시 하고 ‘천국의 눈물’ 촬영장으로 갔죠. ‘응사’에서 같이 영화를 보는 신이나 카페에서 만나는 신 등 중요한 장면에 제가 걸리는 신들이 있어서 왔다 갔다 했어요. 몸은 힘들었지만 재미있었어요. 뿌듯했어요.”
아직 작품수는 많지 않지만 강렬한 캐릭터로 시청자들에게 진한 인상을 남긴 윤서. 윤서는 황정민 같은 연기파 배우가 되고 싶다. 윤서는 친구들도 인정하는 ‘황정민 팬’이다. 때문에 그와 함께 같은 작품에 출연해 연기하는 것이 큰 꿈이다.
“진짜 좋아하는 배우예요. 멋있어요. ‘국제시장’을 봤는데 많이 울었어요. 그걸 보면서 더욱 황정님 선배님과 언젠가는 같이 영화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황정민 선배님이 천만 배우가 된 것도 엄청 자랑스러워요. 뮤지컬과인 만큼 친구들하고 얘기할 때 자기가 좋아하는 배우들을 얘기하는데 저는 황정민 선배님이라고 하면 다 인정해줘요. 제가 기분이 좋아질 정도예요. 언젠가는 황정민 선배님 같은 배우가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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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송이 기자 ouxou@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