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외인 홈런왕, 올해도 어렵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5.02.10 15: 50

홈런은 야구의 꽃이다. 그 전제가 맞다면, 한국프로야구의 꽃밭은 외국인들의 관람을 쉽게 허용하지 않았다. 토종 거포들이 홈런왕 자리를 사수했고 외국인 타자들은 홈런 레이스에서 번번이 분루를 삼키곤 했다. 그렇다면 올해는 주인공이 바뀔 수 있을까.
1998년 외국인 선수 제도가 도입된 이래 홈런왕에 오른 외인은 딱 두 명이다. 첫 해인 1998년 타이론 우즈(당시 OB)가 42개의 홈런포를 날리며 첫 홈런왕에 올랐다. 그간 보기 어려웠던 압도적인 힘은 프로야구에 충격적인 메시지를 던졌다. 이 광경을 본 각 구단들이 너도 나도 힘이 있는 홈런형 타자를 영입하기 위해 노력했을 정도다.
그 결과 1999년에는 우즈를 비롯, 로마이어, 스미스, 샌더스, 호세, 피어슨까지 홈런 10위 안에는 6명의 외국인 선수가 포함되어 있었다. 2000년에는 4명, 2001년에는 6명이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이승엽과 박경완이 분전하며 완충지대가 됐다. 많은 외국인 홈런 타자가 활약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홈런왕에 오른 선수는 2005년 래리 서튼(당시 현대, 35개)이 유일했다. 그 후 투수를 선호하는 외국인 선발 기조가 이어지며 외국인 홈런왕은 자취를 감췄다. 펠릭스 호세, 클리프 브룸바, 카림 가르시아 정도가 홈런왕에 도전한 선수였다.

그렇다면 외국인 3인 시대의 2년차에 접어드는 올해는 양상이 달라질 수 있을까. 일단 가능성이 그렇게 높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지난해 홈런 10위 안에 들었던 선수는 에릭 테임즈(NC, 37개)와 야마이코 나바로(삼성, 31개)였다. 20홈런 고지를 넘긴 선수도 두 선수가 유일했다. 두 선수는 올해도 한국무대에서 뛴다. 다만 전형적인 거포형 선수는 아니다. 박병호(넥센)나 최형우(삼성) 등 꾸준히 홈런포를 가동해왔던 선수들과의 레이스가 버거울 수 있다.
새롭게 영입된 선수들 중에서도 홈런이 절로 기대되는 거포형이 드물다. 굳이 분류하자면 대다수가 중거리 유형이다. 짐 아두치(롯데), 나이저 모건(한화), 잭 한나한(LG) 등은 장타보다는 정교함과 수비력에서 좀 더 기대를 모으는 선수들이다. 앤디 마르테(kt), 앤드류 브라운(SK) 정도가 미국에서 활약하던 시절 홈런 기록이 많은 선수들이지만 역시 중·장거리 쪽에 가깝다. 타율을 희생하면서 적극적으로 홈런을 노리는 스타일은 아니다.
역시 구단의 의중이 담긴 영입이라고 할 수 있다. 투수들에 비해 야수들은 첫 해 성공 가능성이 그렇게 높은 편은 아니다. 한국무대에 적응하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더 오래 걸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시행착오를 최대한 줄이는 쪽으로 영입 전략을 짜고 있다. 홈런보다는 타격, 타격보다는 공·수·주를 두루 갖춘 선수를 영입하는 것이 최대한 성공 확률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이라고 보고 있다. “올해도 외인 홈런왕을 보기는 조금 어렵지 않을까”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뚜껑은 열어봐야 안다. 외국인 타자들이 진정한 ‘꽃’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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