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혹의 ‘투덜이’들이 사랑 받는 이유[Oh!쎈 초점]
OSEN 정유진 기자
발행 2015.02.11 08: 28

한 때는 여성 팬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오빠’였다. 훈훈한 외모로 ‘오빠 부대’를 몰고 다녔다. 과묵한 성품에 훈훈한 외모, 실력까지 갖춘 이들은 언제, 어디서나 주인공이었다. 하지만 시간 앞에는 장사가 없다고 했던가. 이 ‘오빠들’도 나이가 들어 사십대 아저씨가 됐다. 한동안 전면에 서는 일이 적어지기도 했다.
그렇게 불혹을 맞이한 ‘오빠들’이 최근 다시 조명을 받기 시작했다. 멋있기만 했던 과거와는 사뭇 다른 반전 이미지로 전성기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젊은 시절, 뭇 여성들을 울렸을만한(?) 까칠함은 이제 40대 아저씨의 귀여운 투정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상황. 이 ‘불혹의 투덜이’들의 어떤 매력이 대중의 뜨거운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것일까.
불혹의 ‘투덜이’ 첫 번째 주자는 배우 이서진이다. 71년생으로 올해 45세인 이서진은 지난해 tvN ‘꽃보다 할배’ 시리즈에 이어 ‘삼시세끼’에 출연해 사랑받고 있다. 현재는 잠시 휴지기를 갖고 있는 ‘삼시세끼’에서 그는 ‘할배들’의 주변에서 보조를 해주는 감초 짐꾼의 역할을 벗어나 옥순봉의 서열 1순위 노예로 전면에 나섰다. 여전한 것은 특유의 까칠한 매력. 이순재, 신구를 비롯한 대선배들 앞에서 눈치 빠르고 예의 있는 모습을 보였던 그는 ‘삼시세끼’에서 ‘빙구’ 옥택연과 함께 삼시 세 끼를 챙겨 먹느라 바쁜 시골 생활을 보내왔다.

반전이라고 할 수 있는 건 의외로 이서진이 다재다능하다는 점이다. 이런 저런 돌봐야 할 것이 많은 시골 생활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듯 했던 ‘차도남’ 이서진이지만, 그는 자신이 만들어야 하는 요리를 멋지게 완성하는가 하면, 난로를 설치하고 가축들의 우리를 지어주는 등 ‘능력자’의 면모를 제대로 보여줬다. 끊임없이 불만을 쏟아내면서도 나영석PD가 요구하는 것은 무엇이든 척척 해내는 ‘투덜이’는 이 같은 매력으로 안방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서진 못지않게 매력을 발산하고 있는 캐릭터는 전직 국가대표 축구선수 안정환이다. 과거 타 예능프로그램에서 거친 언행(?)으로 인해 다소 ‘비호감’ 캐릭터로 비쳐졌던 그는 지금은 종영한 MBC 예능프로그램 ‘일밤-아빠!어디가?’에서 어린 아들과 티격태격하는 모습으로 재발견됐다. 거칠기만 할 줄 알았던 그는 이 프로그램에서 처음으로 혼자 심부름을 가는 아들의 대견한 모습에 눈시울을 붉히고, 결혼 15년차에도 아내를 여전히 뜨겁게 사랑하는 속 깊은 남편이자 아빠의 모습을 보였다.
이제 안정환에게 ‘비호감’의 이미지는 없다. 선수 시절보다 다소 둔해진 듯한 몸매, 축구를 한 번 보여 달라는 말에는 귀찮은 듯한 표정을 짓는 모습은 마치 동네 형을 보는 듯 친근하고 익살스럽기까지 하다. 76년생인 그의 나이는 올해로 딱 40세.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는 안정환의 매력은 시청률에도 영향을 줬다. 그는 최근 KBS 2TV ‘우리동네 예체능’ 족구 편에 멤버로 합류해 자연스러운 예능감으로 큰 웃음을 줬다. 족구 편은 종목이 종목인 만큼, 축구선수였던 안정환의 실력도 기대감이 컸던 바. 지난달 27일 그가 첫 출연한 ‘우리동네 예체능’은 전국기준 7.1%로 전 주(5.1%)보다 2.0% 상승하는 놀라운 수치를 기록해 안정환 파워를 입증했다.
안정환에 이어 사랑받고 있는 불혹의 ‘투덜이’는 언제 어디서나 ‘조심조심’을 말과 행동에 달고 사는 농구선수 서장훈이다. 서장훈은 최근 ‘무한도전’에 출연해 제3의 멤버로 활약을 보였다. 그는 ‘그 녀석’과 ‘그 전 녀석’으로 인해 다소 허전함이 느껴졌던 ‘무한도전’의 빈자리를 채우며 또 다른 멤버 후보로 떠오르기도 했다.
최근 서장훈은 윤종신이 속해있는 미스틱엔터테인먼트로부터 연예 활동의 도움을 받기로 했을 뿐 아니라 MBC 새 예능프로그램 ‘일밤-애니멀즈’에 고정 출연하며 방송 활동에 매진하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 하지만 “예능인으로 전직은 아니”라는 게 그의 입장이다. 언젠가는 다시 농구계로 돌아갈 계획이라는 것. 
아이러니하게도 예능인 서장훈의 매력은 이런 조심스러운 태도다. 만사에 깨끗한 것을 좋아한다고 알려진 그는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늘 자신에 대한 말이나 몸가짐에 큰 신경을 쓴다. “아니, 그게 아니고요”라고 말을 시작하는 특유의 말투는 개그맨들의 성대모사 소재로 쓰이기도 할 정도. 큰 키, 우락부락한 외모에 어울리지 않는 서장훈의 완벽주의자 같은 모습은 보는 이들에게는 반전 매력으로 다가와 예능인으로서 그의 가치를 높여주고 있다.
이처럼 불혹의 ‘투덜이’들은 공통적으로 기존의 이미지와 다른 반전 매력으로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관찰 예능 프로그램이 '트렌드'로 장기간 인기를 얻고 있는 요즘, 반전 매력으로 무장한 가식없는 '투덜이'들의 인기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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