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돌아온 김성준의 '성남 사랑'
OSEN 김희선 기자
발행 2015.02.10 19: 12

“지나간 일은 잊어야죠. 이젠 제가 사랑하는 성남에서 날개를 필 겁니다.”
성남FC 미드필더 김성준(27)의 환한 미소에선 예전의 아픔이 느껴지지 않았다. 상상도 하지 못했던 스승의 폭력에 자신이 사랑하던 팀을 떠났다 돌아온 이라 믿기지 않았다. 10일 성남의 전지훈련지인 일본 구마모토에서 만난 김성준은 “제 마음이 아프다고, 절 원하는 성남을 외면할 수는 없죠. 제 팀이지 않나. 앞으로는 멋진 미래만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고 힘차게 말했다.
김성준은 “잊어야 한다”고 말했지만, 말처럼 쉬운 얘기는 아니었다. 한때 한국 축구의 영웅으로 군림했던 박종환 전 감독(77)과 함께 장밋빛 희망을 꿈꿨지만, 정작 돌아온 것은 폭력이었으니 말이다. 성균관대와의 연습경기에서 날라온 갑작스러운 주먹질에 그는 자신의 터전을 떠나 낯선 일본 J리그 세레소 오사카에 임대 신분의 선수로 떠나야 했다. 김성준은 “절 믿어준 팬들이나 동료들에게 미안했지만, 그 땐 또 그럴 수밖에 없는 사정이 있었다고만 말하겠다”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김성준에게 당시 사건은 간절히 바랐던 우승컵을 들어올릴 기회를 빼앗았다. 폭력 사건으로 경질된 박종환 전 감독 대신 지휘봉을 잡은 김학범 감독(55)은 거짓말처럼 성남에 FA컵 우승을 안겼기 때문이다. 김성준은 “결승전은 나도 TV로 봤다. 프로에 데뷔한 뒤 한 번도 우승과는 인연을 맺지 못했는데. 그래도 내가 없을 때 우승까지 하다니 동료들에게 ‘고맙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김성준에게 지난해의 아쉬움을 털어낸 기회가 찾아온 것은 바로 김학범 감독의 호출이었다. FA컵 우승으로 잡아낸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을 살려낼 살림꾼으로 지목받은 셈이다. 김성준이 세레소 오사카에서 반년간 17경기를 뛰며 당당히 주전자리를 꿰찬 것을 인정받았다. 김성준은 당시 활약을 인정받아 호주 아시안컵 예비 후보에도 이름을 올렸다. 김성준은 “일본에서 열심히 뛴 걸 김학범 감독님이 알아주신 것 같다. 날 불러주신다는데 어떻게 거절하겠나. 지나간 일에 구애받을 나이도 아니다”라고 활짝 웃었다.
김성준은 아시아 정상을 겨냥하고 있다. 성남이 시·도민구단의 한계 속에 조별리그 통과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를 가볍게 깨주겠다는 각오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첫 출전이었던 2012년 8강 탈락의 아픔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의미도 있다. 당장 24일 태국 부리람과의 첫 원정 경기를 목표로 몸을 만들고 있다. 김성준은 “전력만 따진다면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첫 경기만 잘 풀어낸다면 다를 거다. 우리 팀엔 ‘학범슨’이 있다. 분명히 우리 팀을 정상으로 이끌어주실 전략이 가득할 것”이라고 장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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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성남에서 뛸 수 있는 마지막 해가 될지도 모르기에 더욱 이를 악문다. 김성준은 내년에는 병역의 의무를 이행해야 하는 탓이다. 김성준은 “올해가 지나가면 군대를 가야합니다. 한국 남자로 피할 수 없는 일이니 그 전까지 최선을 다하고만 싶어요. 그리고 그게 지난해 떠났던 절 다시 불러준 팀과 팬들에게 보답하는 유일한 길일 겁니다. 지난해 제가 아픔에 눈물흘렸다면, 올해는 꼭 환한 미소를 짓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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