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치용 감독의 엄살, 승부욕의 다른 표현이었다
OSEN 조인식 기자
발행 2015.02.10 20: 26

“한 세트 정도 따내면 잘 하는 것이다. 우리 팀의 상태를 잘 안다. 1~4라운드와 다르다”
선두를 달리고 있는 대전 삼성화재 블루팡스의 신치용 감독은 10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2위 안산 OK저축은행 러시앤캐시와의 일전을 앞두고 김세진 감독과 함께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중요한 고비마다 나오는 신 감독 특유의 화법이었다.
그러나 신 감독의 이런 '앓는 소리'는 승리에 대한 자신감을 다르게 표현하는 것이라고 봐도 무방할 듯 하다. 신 감독이 이런 말을 할 때마다 삼성화재는 무섭게 치고 올라가는 저력을 항상 보여줬다. 이날 역시 마찬가지였다. 삼성화재는 1세트 초반부터 상대를 압도하며 3-0으로 완승을 거뒀다.

가장 상대하기 껄끄러운 OK저축은행을 홈으로 불러들여 치른 경기였지만 삼성화재의 주포 레오는 흔들림이 없었다. 오히려 강한 상대를 만나 투쟁심에 불이 붙었는지 1세트부터 81.82%의 경이적인 공격 성공률을 앞세워 10득점하더니 세 세트만 치르고도 총 33득점(공격 성공률 73.68%)으로 경기를 마쳤다.
허리를 다친 김명진도 돌아왔다. 신 감독은 “명진이가 그제부터 훈련을 했지만 아직 지켜봐야 한다”고 했지만, 1세트부터 코트에 모습을 드러냈다. 처음 이탈했을 때는 시즌아웃이 될지도 모른다고 했던 김명진은 2세트에는 아예 선발로 코트에 섰다. 신 감독은 “(라이트) 동일이가 안 되면 준용이를 쓰고 이강주를 레프트로 쓸 수도 있다”고 말했으나 그냥 김명진이 돌아오는 것으로 해결됐다. 김명진의 대체 라이트인 황동일도 3세트에 경기를 끝내는 서브 득점으로 존재감을 나타냈다.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는 성격답게 신 감독은 승리에 걸림돌이 될 수 있는 작은 씨앗 하나도 그냥 두고 넘어가지 않았다. 일례로 세트 스코어 1-0으로 앞서던 2세트 22-15에서 시몬의 서브가 코트 안에 들어갔다는 판정이 나오자 비디오 판독을 요청하기도 했다. 1점도 쉽게 주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였다. 이후 판정이 정정되지 않고 22-17까지 추격당하자 타임아웃을 불러 OK저축은행의 페이스를 조기 차단했다.
김 감독은 경기 전 신 감독과 함께 자리한 인터뷰장에서 “선수들이 빠져나가서 책임감을 느끼는 것인지 레오가 완전히 싸움꾼이 다 됐다”며 상대 에이스를 경계했다. 하지만 삼성화재 최고의 싸움꾼은 바로 김 감독 옆에 있었다. 싸움꾼이 키운 싸움꾼 레오가 코트 위에서 펄펄 날았고, 선두와 2위의 승점 격차는 7점으로 벌어졌다.
경기전 신 감독은 “이번 시즌은 누가 OK저축은행의 챔프전 파트너가 되느냐 싸움이라고 생각했다. 오늘 이기면 승점 7점 차이인데 2⅓경기 차이다. 마지막 1점이 상당한 힘을 발휘할 수 있다”라고 했다. 이제 신 감독이 원했던 대로 양 팀의 승점차는 7점이 됐다. 남은 한 번의 맞대결에서 완패해도 4점의 여유가 있다. 삼성화재의 정규시즌 우승도 이제 팔부능선을 넘었다는 해석이 충분히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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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김경섭 기자 greenfield@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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