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들의 기억은 생각보다 짧다. 무대에서 내려와 조금만 자리를 비워도 어느 새 다른 선수가 팬들의 기억속에 자리를 잡는다. 그래서 부상을 당한 선수들은 더욱 조급해한다.
프로야구에서 5년이라는 시간은 결코 짧지 않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강산이 반쯤은 변했을 시간이다. 당연히 5년이면 아름다웠던 추억도 많이 흐려지기 마련이다. 그런데 롯데 팬들은 여전히 우완 에이스 조정훈(30)의 이름을 잊지 못하고 있다. 이제 조정훈은 힘겨웠던 재활의 시간을 보내고 다시 마운드에 설 날만 기다리고 있다.
2008년 선발진에 혜성같이 등장했던 조정훈, 2009년에는 롯데 마운드를 떠받치며 다승왕에 오른다. 그리고 2009년 9월 29일, 두산과의 준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8이닝 7탈삼진 2실점으로 최고의 호투를 펼쳤다. 삼진 7개 모두 포크볼로 낚은 것이었다.

그 이후 5년이 넘는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두산과 벌인 준 플레이오프 1차전은 조정훈에게 속칭 '인생 경기'였다. 조정훈은 당시를 떠올리며 "다시 그런 경기를 할 수 있다면 정말 행복할 것 같다. 내 인생 경기였다"고 말했다.
조정훈은 사람이 많으면 더 힘이 나는 사람이다. "야구장에 사람이 없다면 휑한 느낌이다. 사람이 많을 때가 마운드에서 더 힘이 난다. 내가 잘할 때 사람들이 박수를 쳐 준다면 그게 경기 리듬의 일분이 된다"고까지 말한다.
그렇게 조정훈은 큰 무대를 기다리고 있다. 그가 바라는 최상의 시나리오는 개막전 선발 등판이다. 이종운 감독은 자칫 서두르다 부상이 재발할까봐 조정훈의 페이스를 조심스럽게 조절하고 있지만, 조정훈은 "개막전 선발투수로 나가고 싶다"는 마음을 숨기지 않는다. 한술 더 떠 "내가 포크볼로 타자들을 삼진 잡으면, 팬들에게는 선물이 될 것"이라는 자신감까지 숨기지 않았다.
포크볼과 조정훈은 떼놓을 수 없는 관계다. 프로에 와서 뒤늦게 포크볼을 배웠던 조정훈은 2009년부터 적극적으로 쓰기 시작했고 그걸로 다승왕까지 올랐다. 조정훈의 포크볼 스승은 손민한, 그는 "프로 2년 차에 손민한 선배님으로부터 포크볼을 배웠다"고 말했다.
조정훈의 포크볼은 정말 알고도 못칠 정도였다. 선구안의 달인 양준혁조차 그렇게 말했으니 공의 위력은 알만했다. 그렇지만 조정훈의 전성기는 화려했지만 길지 못했다. 팔꿈치와 어깨 부상이 그의 발목을 붙잡았는데, 혹자는 '포크볼을 너무 많이 던져서'라고 쉽게 말했다.
하지만 조정훈은 "포크볼을 던져서 당한 부상이 아니다. 투구 밸런스가 흐트러진 상황에서 무리하게 공을 던지다가 초래한 부상"이라고 거듭 강조한다.
이미 조정훈은 복귀 후 포크볼을 예전과 똑같이 던질 거라고 말한 바 있다. 날카로웠던 그의 포크볼을 다시 볼 수 있을까. 조정훈은 "내 포크볼은 (부상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을 것이다. 시즌 초반 감만 좀 잡고 페이스가 돌아온다면 포크볼 구사는 자신있다"고 힘줘 말했다.
조정훈을 기억하는 팬들은 2009년 준 플레이오프 1차전, 그리고 포크볼을 떠올린다. 그건 조정훈 역시 마찬가지다. 2015년, 다시 돌아온 조정훈이 팬들의 추억을 현실로 만들 수 있을까.
cleanupp@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