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삼성화재 블루팡스 신치용 감독은 평소 말 한 마디로 선수들을 긴장케 하거나 동기를 부여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특급 스타들도 신 감독의 한 마디면 꼼짝하지 못하고, 코트를 밟을 기회가 없던 선수들도 힘을 얻어 기량이 발전되기도 한다.
석진욱(현 OK저축은행 코치)의 은퇴 시점부터 신 감독의 고민은 레프트였다. FA 이강주를 데려와 레프트로 세우려 했으나 부동의 리베로 여오현이 떠나면서 이강주는 리베로가 될 수밖에 없었다. 석진욱의 자리를 고준용으로 대체하려던 계획이 여의치 않자 신 감독은 지난 시즌 중 강민웅과 전진용을 대한항공에 내주고 류윤식과 황동일을 받는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류윤식으로 리시브 라인을 강화하려는 계획이었다.
류윤식 영입 이전까지 계속해서 고준용의 각성을 촉구하던 신 감독은 둘을 번갈아 쓰고 있다. “준용이보다는 윤식이가 배구 이해도나 센스에서 조금 앞서 있다. 성실한 면은 준용이가 낫다. 윤식이는 몸이 약하기 때문에 늘 불안을 안고 있다. 시즌을 치르면서 큰 부상이 없는 것이 다행이다”라는 것이 신 감독의 설명.

몸이 안 좋은 선수는 허리 부상을 입은 김명진이나 무릎이 아픈 류윤식 뿐만이 아니다. 이강주의 수비 불안 때문에 시즌을 앞두고 트레이드로 영입한 곽동혁도 그렇다. 곽동혁은 삼성화재로 와 이강주를 밀어내고 이번 시즌 주전 리베로로 활동하고 있다.
신 감독은 “몸도 많이 좋아지고 자신감도 많이 붙었다. 동혁이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에 오늘 강주를 레프트로 돌렸다”라면서도 “동혁이는 원래 잘 하는 선수였지만 무릎이 안 좋았다. 우리 팀에 와서는 가장 먼저 한 것이 술을 끊게 한 것이다. 대학 때부터 간이 좀 나빴다”며 곽동혁 관리법을 공개했다.
이어 “팀 회식을 해도 동혁이한테는 술을 안 준다. 무릎이 아프기 때문에 훈련 전후에 윤식이와 동혁이에게는 무릎 보강 운동을 1~20분씩 시킨다. 보강운동을 하지 않으면 배구를 시키지 않겠다고 했다. 그래도 동혁이는 이제 안정권에 들어왔다”며 자신의 요구에 맞춰 몸 관리를 열심히 하는 곽동혁을 칭찬했다.
코트에 서고 싶었지만 길게 뛰는 것이 무리가 될 김명진에게는 맛만 보여줬다. 신 감독은 “보강운동도 많이 하고 치료도 많이 받아서 2~3일 연습했는데, 뛰고 싶어 해서 경기 감각도 필요해 뛰게 했다”고 설명했다. 신 감독은 공격과 블로킹에서 우위를 보이는 김명진, 수비와 연결에 장점이 있는 황동일을 교대로 투입할 예정이다.
둘은 서로에게 자극제가 될 수도 있는 존재들이다. “동일이가 들어가면 광우가 수비를 해도 안정이 된다. 어차피 (라이트가) 공격으로 기여할 자리는 아니기 때문에 누구를 쓰는 것이 팀 승리에 도움이 되는지를 보고 판단할 것이다. 서브 리시브만 되면 괜찮다”는 말로 신 감독은 라이트 기용 원칙을 제시했다. 팀을 위한 자신의 큰 계획에 부합하는 선수에게 출전 시간을 더 많이 주겠다는 신 감독 특유의 선수 조련법이 다시 드러난 것이다.
신 감독은 이번 시즌 류윤식과 곽동혁을 삼성화재 선수로 확실히 자리매김하게 했고, 박철우가 없는 라이트 포지션까지 경쟁 체제로 개편했다. 이제 류윤식과 고준용의 레프트, 곽동혁과 이강주의 리베로 경쟁 구도만 더 치열해지면 전력이 최적화된다. “약한 팀은 아니지만 구성에서 다른 팀에 앞서지는 못하기 때문에 부담스럽다”는 신 감독이지만, 이번 시즌 역시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는 역시 삼성화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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