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저께TV] ‘호구의 사랑’, 왜 최우식만 나오면 슬퍼지죠
OSEN 강서정 기자
발행 2015.02.11 07: 18

최우식만 화면에 등장하면 애잔한 마음이 든다. 뭔가 보호본능을 일으키면서 다가가서 쓰다듬어주고 싶게 하는 구석이 있다. 불쌍한 표정을 지을 때는 더욱 그런 마음이 들게 한다.
최우식은 tvN 월화드라마 ‘호구의 사랑’(극본 윤난중, 연출 표민수)에서 모든 것이 대한민국 평균치를 자랑하는 남자 강호구 역을 소화하고 있다. 강호구는 24년 인생에서 소소한 썸도 없었던 연애기술 제로의 모태솔로다.
호구는 대한민국 수영스타 도희(유이 분)와 묘한 관계에 놓였지만 주도적으로 이끌어가지 못하고 도희에게 이리저리 휘둘리는 모양새다. 바다를 가자는 도희의 말에 처음엔 “지금 가면 엄청 추울 거다. 캄캄해서 아무것도 안 보일 거다”고 철벽남의 면모를 보였다. 누구든 이 모습을 봤으면 가슴을 치고 답답해 할 상황이었다. 첫사랑인 여자가 밤새 같이 있자고 하는데 이를 거절할 남자는 없기 때문. 호구도 남자는 남자였다. 신호위반까지 하며 박력 있게 도희에게 바다를 보러 가자고 했지만 곧 호구의 모습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소매치기에게 당해 지갑을 잃어버린 것. 도희도 똑같이 당했지만 호구는 지갑에 현금을 30만원이나 넣어놨었다. 또한 도희가 임신으로 배가 아파하는 걸 모르는 호구는 변비냐고 묻는 눈치 없는 모습까지 보였다. 그러다가도 술에 취해 날뛰는 도희를 안정시키고 도희와 눈이 마주쳤을 때는 갑자기 키스를 하는 모습은 또 색달랐다. 사랑까지 쟁취한 듯 했지만 호구의 모습은 왠지 안쓰러워 보였다. 아담한 체구, 순진무구한 표정, 곱슬머리, 하나 같이 호구 캐릭터를 극대화 했다.
거기다 호구는 도희와 헤어진 후 더욱 호구가 돼갔다. 처음으로 외박해 가족들에게 축하까지 받았지만 도희와 키스한 상황에서 더 이상의 진전은 없었다. 관계가 정체됐다고 하기 보다는 관계조차 만들어지지 않은 듯 했다. 앞서 도희는 호구를 서울에 올려 보내면서 크리스마스에 보자고 했다. 참으로 로맨틱한 말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로맨틱한 말과는 달리 호구가 서울에 올라간 후 도희와 전혀 연락이 닿지 않았다. 끊임없이 문자를 보냈지만 단 한 번도 답장을 받지 못한 것. 그렇게 몇 달이 지나가고 계절도 바뀌었다. 이러다 호구가 진짜 ‘호구’가 되는 건 아닌지 생각이 들 만한 타이밍이었다. 도희의 코치에게 “도희는 자네가 어떻게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다. 엄청난 남자들이 대시할 텐데 감당할 수 있겠냐”고 무시도 당했다. 호구는 아무런 말대꾸도 하지 못하고 코치와 제대로 눈도 마주치지 못했다.
호구가 더욱 불쌍하게 느껴지고 당장이라도 달려가서 위로라도 해주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하는 데는 최우식의 탁월한 연기가 한 몫하고 있다. 축 처진 어깨, 소심한 눈빛과 말투, 자연스럽게 풍겨 나오는 아우라 모두 호구의 매력을 한껏 끌어 올리는 요소다. 그만큼 최우식은 완벽한 캐스팅이었다. 이는 시청자들이 극에 몰입하는 데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연기자와 캐릭터가 하나일 때 시청자들은 드라마에 완전히 집중할 수 있기 때문. 최우식은 호구 캐릭터를 빛나게 하는 힘을 마음껏 발휘하고 있다. 극 중 우연히 만삭의 도희를 만난 가운데 호구가 앞으로 이 상황을 어떻게 헤쳐 나갈지 궁금증이 모아진다.
kangsj@osen.co.kr
tvN ‘호구의 사랑’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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