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저께TV] '펀치' 최명길, 괴물 잡으려다 괴물 되다
OSEN 이지영 기자
발행 2015.02.11 07: 18

'까마귀 노는 곳에 백로야 가지 말라'고 했던가. 검은 무리들에 섞이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물들게 됨을 경고하는 말이다. 지숙(최명길)이 그랬다. 정의로운 법무부 장관이었던 윤지숙은 어느 순간 악의 축 이태준(조재현)과 손을 잡고 놓기를 반복하더니, 어느새 괴물이 돼가고 있었다.
SBS 월화극 '펀치'는 자신의 목적을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던 검사 박정환(김래원)이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고, 자신이 어질러놓은 질서를 바로 잡고자 고군분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오늘의 적이었던 사람이 내일은 동지가 되고, 내 뒤통수를 쳤던 사람과 다시 손을 잡게 되는 내용이 반복되고 있다.
애초 지숙은 정환의 적인 태준과 반대편에 있는 사람으로 비쳐줬다. 정환처럼 그녀 역시 태준의 몰락을 누구보다 원하는 사람인 것 같았고, 심지어 법의 공정한 집행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처럼 행동했다. 하지만 지숙도 자신의 가족 앞에서는 어쩔 수 없는 인간이었다. 자신의 아들이 병역 비리로 수사를 받게 되는 상황이 오자, 그렇게 싫어했던 태준과 손을 잡고 정환을 치는 모습을 보였던 것.

윤지숙은 믿고 있던 하경(김아중)에게 실망을 안겼고, 시청자들 역시 한숨을 쉬어야 했다.
지숙의 악행은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점점 대권에 대한 야욕을 드러내기 시작했고, 자신의 목적을 위해 국민들에게 거짓말도 서슴치 않는 사람이 됐다. "나라를 바꾸고 싶다"는 거창한 구호로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했다.
10일 방송에서는 지숙이 결국 태준과 다를 바 없는 인물이었다는 사실을 확인시키는 사건이 일어났다. 하경이 병역 비리 관련 사실이 담긴 칩을 손에 넣자, 지숙은 하경에게 전화를 걸어 애걸한다. 자신이 다치는 것은 괜찮지만, 자신의 아들이 다치는 것은 차마 어머니로서 볼 수가 없다는 것. 하경은 모성을 호소하는 지숙에게 설득당해 칩을 정환에게 넘기기 전 지숙을 만나준다.
도로변에 차를 세우고 정환과 통화 중인 하경. 지숙은 차를 몰고 오다 도로변에 서 있는 하경을 보고 이성을 잃어버린다. 자신이 이때까지 구축했던 모든 것이 날아가 버릴까 전전긍긍하던 지숙은 차를 타고 그대로 돌진했다. 드라마 시작 이래 최고의 긴장감을 선사하는 장면이었다.
국현(김응수)은 이 사건 이전 점점 변해가는 지숙에게 "괴물을 잡으려다 괴물이 되셨다"고 충고를 하기도 했다. 이날 지숙은 정말 괴물같은 모습을 보였다.
괴물을 잡기 위해서는 결국 자신도 괴물이 돼야 하는 걸까? 정환이 태준을 잡지 못하고 결정적인 순간, 번번히 놓쳐버리는 건 괴물이 아니기 때문일까? 종영까지 2회를 남겨두고 있는 '펀치'. 그래도 드라마에서만큼은 정의가 승리한다는 것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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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치'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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