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는 아직 확실한 마무리를 정하지 못했다. 김태형 감독은 노경은, 이현승, 이재우 중 5선발을 찾겠다고 했고, 5선발을 정하기 이전에 이들 중 한 명에게 마무리를 맡기겠다고도 했다.
우선 이재우는 마무리 후보로 강력하게 언급되지는 않고 있다. 김 감독은 애리조나 전지훈련 출국 이전에 “이재우는 선발이나 셋업맨으로 경쟁할 기회를 줄 것이다”라고 했다. 이재우 역시 “선발이든 불펜이든 팀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이면 다 괜찮다”는 말로 보직에 대한 미련 없이 1군 마운드에 오르는 것만 신경 쓰겠다는 자세다.
그렇게 되면 제 3의 인물이 급부상하지 않는다고 가정할 때 5선발 후보는 여전히 3명이지만 마무리 후보는 크게 노경은과 이현승으로 압축된다. 장차 성장 가능성이 큰 투수들은 많지만 마무리로 쓸 수 있을 정도로 1군 경험이 풍부한 선수는 이들 외엔 크게 보이지 않는다.

마무리 결정 기준은 크게 두 가지다. 김 감독은 타자들을 압도할 수 있는 빠른 공과 구위, 그리고 흔들리지 않는 정신력을 강조했다. 구위는 노경은이 앞서지만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 동요하는 면이 덜한 것은 이현승이다. 지난해 피안타율이 3할1리였던 이현승은 주자가 없을 때 피안타율이 3할1푼9리였지만, 주자가 있을 때는 2할8푼8리로 비교적 나아졌다.
둘만 가지고 판단할 수 없다면 다른 변수들을 생각해봐야 한다. 선발진과 불펜 구성에 따라 둘의 위치까지 갈릴 가능성도 있다. 우선 불펜을 살펴보면 1군 엔트리를 두고 경쟁하는 선수들 중 좌완이 얼마나 포함될지도 중요하다. 예컨대 지난 시즌 1군에서 뛰었던 함덕주와 장민익에 예비역인 이현호, 진야곱까지 들어간다면 우완인 노경은이 불펜으로 가고 이현승은 선발로 서는 것이 팀 전체를 위해 좋은 그림이 될 수도 있다.
노경은과 이현승 둘 모두 불펜으로 향하는 것도 불가능은 아니다. 김 감독은 이재우를 포함한 셋 외에 조승수, 진야곱 등에게도 스프링캠프에서 선발 경쟁 기회를 주겠다고 한 바 있다. 이재우나 조승수, 진야곱이 선발로 급부상하게 되면 둘 모두 불펜에 자리를 잡을 일말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물론 선발 후보군 중 노경은이 선발투수로 보여준 실적이 가장 화려하다는 점에서 확률이 높지는 않은 가정이다.
가장 좋은 것은 김 감독이 처음 언급했던 세 명의 선수 중 5선발에 적합한 선수, 확실히 마무리에 맞는다고 보이는 선수가 하나씩 나오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그러기가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마운드 구성 전체를 보고 조각을 맞춰 나갈 개연성이 있다.
외국인 타자를 영입했던 방식과 마무리 선택 과정은 비슷할 수 있다. 두산은 영입 후보군에 놓았던 1루수와 3루수들 중 타격 능력 하나만 보고 잭 루츠를 선택한 것이 아니다. 외국인 타자+1루수(김재환, 오재일, 오장훈, 유민상 등 중 1명) 조합이 외국인 타자+3루수(최주환, 허경민 등 중 1명) 조합보다 전체 공격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점이 고려됐다.
루츠는 1루도 볼 수 있어 여러 조합을 모두 가동해볼 수 있다. 따라서 주전으로 낙점됐던 1루수 카드가 실패하고 차선택에도 문제가 생기면 루츠가 1루로 이동하고 최주환이나 허경민을 3루에 고정하는 방법도 있다. 새 마무리 역시 실패할 경우의 대안까지 고려한 투수진 전체 조합을 그리는 과정을 거쳐야 탄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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