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전주 KCC 허재(50) 감독의 자진사퇴는 농구계를 발칵 뒤집어놓은 소식이었다. 원주 동부에서 뛰고 있는 허 감독의 아들 허웅(22)도 공식 발표가 난 이후 아버지의 사퇴 사실을 알았다. 허웅은 "(9일) 운동을 끝내고 들었다. 전혀 그런 느낌을 받지 못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허 감독은 아들에게 전화통화로 "신경 쓰지 말라"는 한마디를 전했다. 아버지의 사퇴로 아들이 혹시라도 동요할지 노파심에서 당부를 한 것이다. 아들은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아버지의 사퇴 다음날이었던 10일 울산 모비스와 홈경기도 평소와 다름없이 준비했다.
오히려 아버지를 걱정하며 당당한 아들이 되겠다고 다짐을 했다. 허웅은 "감독 자리가 힘드셨을 것이다. 아버지는 강하시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는다. 잘 이겨내실 것이다"며 "내가 열심히 잘하는 게 아버지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것이다"고 의지를 다졌다.

동부 김영만 감독도 허 감독의 자진 사퇴가 발표된 9일 밤 허웅을 따로 불러 면담을 했다. 김 감독도 혹시 모를 허웅의 동요를 걱정했다. 이 자리에서 김 감독은 허웅에게 "(아버지 일은) 너무 신경 쓰지 마라. 네 할 것만 열심히 하면 된다"고 격려했다.
'농구대통령' 허재 감독의 장남으로 유명세를 탄 허웅은 지난해 10월 신인 드래프트에서 화제의 중심에 섰다. KCC가 4순위 지명권을 얻어 허웅을 지명할 수 있었지만 허 감독은 아들 대신 김지후를 택했다. 그 덕에 동부가 바로 다음 5순위로 허웅을 잡았다.
허웅은 올 시즌 33경기에 나와 평균 18분28초를 뛰며 5.24점 1.6어시스트 0.6스틸을 기록 중이다. 과감하고 날카로운 공격과 끈끈한 수비로 높이 농구를 하는 동부에 윤활유 역할을 하고 있다. 김영만 감독도 "웅이가 신인치고는 잘해주고 있다"고 만족해했다.
허웅은 모비스전에서 15분36초를 뛰며 득점은 없었지만 어시스트 2개와 스틸 1개로 승리에 일조했다. 허웅은 "아버지를 신경 쓸 게 아니라 내 플레이를 하는 데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아버지보다 강한 아들, 아마 허 감독은 허웅을 바라보며 미소 짓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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