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 동부 간판스타 김주성은 올 시즌 경기당 평균 27분을 뛰고 있다. 프로 데뷔 후 가장 적은 출전시간이다. 하지만 45경기 모두 빠짐없이 출장하며 7시즌 만에 전경기 출장을 바라보고 있다. 김주성은 "25~27분을 뛸 때가 체력적으로 가장 괜찮다"며 "올해는 54경기를 모두 꽉꽉 채우고 싶다"고 말했다.
이처럼 김주성이 만 36세의 나이에도 체력적으로 지치지 않고 전경기에 나올 수 있는 데에는 김영만 감독의 효율적인 '로테이션 농구'가 뒷받침돼 있다. 전통적으로 동부는 주전 의존도, 특히 김주성에게 많이 기대는 팀이었지만 올 시즌에는 확 달라졌다. 김주성뿐만 아니라 여러 선수들을 번갈아 쓰는 '물량공세'를 펼치고 있다.
지난 10일 1위 울산 모비스와 원주 홈경기에서 동부의 로테이션 농구가 빛을 발했다. 경기 초반 김영만 감독은 윤호영 대신 수비가 좋은 김창모부터 투입해 모비스 에이스 문태영을 전담시켰다. 문태영은 1쿼터 2점으로 묶였고, 동부가 경기 초반 주도권을 잡았다. 사이먼이 지치거나 공격이 안 풀릴 때 리처드슨이 투입되는 것처럼 공격 또는 수비가 필요한 순간마다 효과적인 선수 교체를 하고 있다.

가드진도 마찬가지. 이날 선발출장한 박지현·허웅에 박병우·두경민 그리고 김현중까지 번갈아가며 기용했다. 모비스에서 양동근이 38분44초를 뛴 반면 동부 가드로는 박병우의 21분29초가 가장 길었다. 양동근도 3쿼터까지 펄펄 날았지만 승부처였던 4쿼터에는 체력적으로 지치며 2점에 그쳤다. 경기 전 김영만 감독이 예고한 물량공세로 모비스를 꺾은 것이다.
김 감독은 선수들의 출전시간 배분을 아주 세심하게 체크하고 있다 모비스전 승리 후에도 김 감독은 "주성이가 27~28분은 충분히 조절하며 뛸 수 있다. 오늘은 평소보다 4분 정도 많았지만 나머지 포지션에서는 출전시간이 잘 됐다"며 "우리도 그렇고 다른 팀들도 많이 지쳤다. 한 경기만 보지 않고 여러 선수를 많이 기용하겠다"고 말했다.
어느덧 1위 모비스에 2경기차, 2위 서울 SK에 1.5경기차로 따라붙었다. 모비스와 SK의 양강 구도였던 선두 다툼이 3위 동부의 가세로 이제는 3자 구도가 됐다. 욕심을 내자면 4강 직행을 넘어 정규리그 우승, 대권까지 바라볼 수 있다. 하지만 김 감독은 "무리한다고 해서 될 것이 아니다. 4강 직행의 희망이 생긴 건 맞지만 괜히 따라잡으려다 가랑이가 찢어질 수 있다. 늘 그렇듯 순리대로 하겠다는 말밖에 할 말이 없다. 순리대로 하기 때문에 지금도 여러 선수를 쓸 수 있는 것이다"고 강조했다.
선수들의 생각도 다르지 않다. 김주성은 가시권으로 들어온 4강 직행 가능성에 대해 "거짓말처럼 들릴지 모르겠지만 솔직히 욕심이 없다. 오늘(10일) 경기도 모비스가 부담을 가진 반면 우리는 부담없이 한 것에서 승부가 갈렸다"며 "플레이오프에서 만날 수 있는 팀들은 미리 연습하고 대비한다는 생각으로 임하고 있다. 앞으로도 그렇게 경기를 할 생각이다"고 이야기했했다. 쫓아가는 입장이 마음은 훨씬 편하다. 체력적으로나 심리적으로나 여유 있으니 뒷심이 세졌다.
순리를 거스르지 않는 동부의 로테이션 농구. 시즌 막판으로 향할수록 힘이 붙으며 어느새 '대권'을 겨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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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백승철 기자 bai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