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호, 추신수처럼 NL 중부지구 넘는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5.02.11 05: 25

추신수(33, 텍사스)는 내셔널리그(NL) 중부지구에서 인생 최고의 시기를 보냈다. 그렇다면 강정호(28, 피츠버그)에게도 NL 중부지구는 기회의 땅이 될 수 있을까.
피츠버그와 4년간 보장 1100만 달러(5년차 옵션 포함 1650만 달러)에 계약을 맺은 강정호는 한국프로야구 역사상 메이저리그(MLB)로 직행한 첫 야수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한국야구의 자존심과 미래가 걸려 있는 만큼 강정호의 의지는 비장하다. 입단식도 마다한 채 개인훈련에 열중하고 있다. 팀의 스프링캠프가 열릴 플로리다로 미리 건너가 경쟁을 준비한다는 계획이다.
가장 우선적인 것은 이번 스프링캠프에서 확실한 눈도장을 받는 것이다. 피츠버그의 내야 경쟁은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다. 올스타급 내야수인 닐 워커와 조시 해리슨이 2·3루에 버티고 있다. 강정호의 주 포지션인 유격수에는 상승세를 타고 있는 조디 머서가 있다. 이들 중 한 귀퉁이는 뚫어야 자신의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현지에서는 그 가능성을 ‘반반’으로 보고 있다.

이 경쟁을 뚫는다면 그 다음은 경쟁팀들을 직시해야 한다. 주로 맞붙게 될 NL 중부지구의 선수들이 강정호를 기다린다. 피차 낯선 것은 마찬가지다. 다만 상대적으로 미국 생활에 대한 경험이 부족한 강정호로서는 이들을 잘 분석해야 좀 더 빠른 성공에 다가갈 수 있다. 야구 내적인 부분은 물론 외적인 부분에서도 그렇다.
전통적으로 세인트루이스의 독주가 이어지던 NL 중부지구는 2010년 이래 지구 우승팀들이 바뀌거나 혼전 양상이었다. 2010년에는 신시내티(91승), 2011년은 밀워키(96승), 2012년은 신시내티(97승), 2013년은 세인트루이스(97승)가 지구 우승을 차지했다. 2013년에는 만년 하위권으로 분류됐던 피츠버그가 대약진하며 신시내티까지 세 팀이 포스트시즌에 진출하기도 했다. 그 때 신시내티에는 추신수가 있었고 추신수는 출루율 부문에서 괄목할 만한 성적을 보임과 동시에 20-20을 달성하며 FA 대박의 기틀을 놨다.
지난해에는 세인트루이스(90승)가 지구 패권을 수성했으나 2위 피츠버그와의 승차는 2경기에 불과했다. 3위 밀워키까지 5할 승률을 기록하는 등 내셔널리그에서는 가장 치열한 순위 싸움이 이어졌다고 할 만하다. 다른 지구, 특히 서부에 비해서는 숨이 가쁜 편이다. 올해는 존 레스터를 영입하는 동시에 리빌딩의 완료 시점을 저울질하고 있는 시카고 컵스까지 가세해 더 험난한 경쟁이 예상된다.
평균자책점만 놓고 보면 마운드의 높이는 동부나 서부에 비해서는 다소 낮게 느껴진다. 피츠버그가 3.47의 팀 평균자책점으로 NL 5위였다. 세인트루이스(3.50)가 8위, 신시내티(3.59)가 9위, 밀워키(3.67)가 10위, 컵스(3.91)가 13위였다. 하지만 전력 보강이 있는 팀들이 더러 있어 다른 지구와 큰 수준의 차이가 난다고는 볼 수 없다. 언제나 그랬듯 뚜껑을 열어봐야 알 수 있는 문제다.
다만 경기장 사정은 다소 긍정적일 수 있다. 강정호는 수비력보다는 공격력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그 중에서도 장타력이 꽃이다. 홈구장인 PNC파크는 우타자 홈런팩터가 85로 리그에서 가장 ‘짠’ 구장이다. 그러나 신시내티가 114로 전체 2위, 밀워키가 109로 전체 5위, 컵스가 105로 전체 8위를 기록하고 있는 등 원정 구장들은 비교적 홈런에 호의적인 편이라고 볼 수 있다. 실제 내셔널리그 타자 순위를 보면 타율에 비해 홈런 부문에서 중부지구 소속의 선수들이 많다.
문화적인 부분도 한 번쯤은 머릿속에 넣어두고 갈 만하다. 한 관계자는 중부지구에 대해 “상대적으로 이동거리가 짧은 축에 속한다. 다만 한인들이 많은 지역은 아니다. 추신수의 경우는 미국 생활에 충분히 적응을 했지만 강정호는 다르다. 약간은 지루한 생활이 이어진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중부 지방이 보수적인 성향이라는 선입견은 어느 정도 맞다고 생각하면 된다”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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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츠버그 구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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