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토종 우완 정통파들의 반격이 시작될 수 있을까. 입지가 줄어든 선발 우완 정통파들이 다시 기지개를 켜는 분위기다. 좌완, 그리고 옆구리 유형 선수들의 득세에 밀렸던 이들이 프로야구에서 다시 각광받을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현재의 한국프로야구는 외국인 선수, 그리고 좌완의 시대다. 같은 오른손이라고 하더라도 최근에는 선발진에서 옆구리 유형의 선수들이 세력을 불리는 흐름도 찾아볼 수 있다. 오히려 좋은 선발 우완 정통파를 찾아보기가 예전에 비해 힘들어졌다.
한국프로야구의 역사를 보면 이 흐름을 느낄 수 있다. 초창기에는 박철순 최동원 김시진 선동렬 윤학길 염종석 정민철 정민태 정명원과 같은 우완 정통파들이 리그를 주름잡았다. 2000년대 들어서도 배영수 박명환 손민한 윤석민 등이 이 바턴을 이어받았다. 하지만 윤석민 이후 리그를 지배하는 토종 우완 정통파 선발투수는 자취를 감췄다. 마무리 부분에서는 여전히 힘을 내고 있지만 선발진에서는 윤석민 이후 타이틀에 도전할 수 있는 선수가 잘 보이지 않았다.

지난해는 극단적이었다. 두 자릿수 승수를 기록한 15명의 투수 중 토종 우완 정통파는 윤성환(삼성, 12승) 뿐이었다. 외국인 선수가 7명, 토종 좌완 투수가 5명, 그리고 옆구리 계통의 선수가 2명이었다. 2005년 6명이었던 평균자책점 10위 내에는 한 명도 없었다. 등록선수 비율로 보면 우완 정통파가 훨씬 많은 상황에서 오히려 힘을 내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분명 기형적인 현상이며 바람직한 현상도 아니다.
하지만 올해는 다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기대를 걸 만한 선수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삼성에서는 지난해 자존심을 세운 윤성환이 있다. 거액의 FA 계약을 성사시킨 윤성환은 책임감으로 무장해 더 나은 시즌을 정조준 중이다. LG에는 류제국이 10승 진입을 노린다. 비록 부상 때문에 시즌 시작은 다소 늦어질 전망이지만 3년차를 맞이하는 만큼 한층 성숙한 모습이 기대된다.
한화에서는 FA 계약을 맺은 배영수와 송은범이 올해를 벼르고 있다. 배영수는 토종 우완 정통파 투수 중 마지막 다승왕이었다. 송은범은 전지훈련 연습경기부터 강속구를 던지며 부활을 기대하게 하고 있다. 지난해 가능성을 내비친 이태양 또한 한결 성장한 모습을 기대할 수 있다. 롯데에서는 꾸준한 활약을 펼쳤던 송승준, 그리고 부상에서 돌아온 다승왕 출신 조정훈이 기대주다. SK에서는 지난해 극심한 불운에 울었던 윤희상이 좋은 페이스를 보여주고 있어 역시 기대가 걸린다. KIA는 김진우가 땀을 흘리고 있다.
지난해 규정이닝을 채운 토종 우완 정통파는 5명에 불과했다. 올해는 좀 더 우완 정통파들의 나아진 입지를 기대할 만하다. 한편으로는 압도적인 이름값을 가지고 있는 선수가 없는 만큼 누가 최고가 되느냐도 흥미로운 싸움이다. 나름대로의 타이틀이 될 수 있는 만큼 보이지 않는 경쟁도 치열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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