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시즌 우승까지 50% 정도 왔다”
정규시즌 우승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서서히 시즌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그 막판, 어김없이 삼성화재가 가장 높은 곳에 서 있다. 신 감독은 아직 50% 수준이라고 했지만 관계자들이 느끼는 체감 수준은 그보다 더 높다. 삼성화재의 8연패 시나리오가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삼성화재는 11일 대전충무체육관에서 열린 OK저축은행과의 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0의 완승을 거뒀다. 1·2위 팀의 대결로 관심을 모았지만 예상보다 싱거웠다. 기본기가 더 탄탄했고, 흔들리지 않은 노련함을 갖췄으며, 외국인 선수 레오가 절정의 컨디션으로 뛰어 오른 삼성화재의 일방적인 승리였다. 김세진 OK저축은행 감독은 경기 후 “역시 삼성화재는 강팀이다”라며 깨끗하게 패배를 인정했다.

이 경기는 올 시즌 V-리그 정규시즌 우승판도의 분수령이었다. 이 경기 전까지 삼성화재와 OK저축은행의 승점차는 4점이었다. 만약 OK저축은행이 이 경기를 잡는다면 1위 싸움은 안개 국면으로 접어들 수 있었다. 두 팀이 나머지 경기에서 모두 이기더라도 한 번의 맞대결에서 순위가 뒤바뀔 수 있었다. 하지만 오히려 삼성화재가 승점차를 더 벌렸다. 8경기가 남아 있긴 하지만 승점 7점 차이는 커 보인다.
산전수전을 다 겪은 신치용 삼성화재 감독에게 ‘2경기 여유’는 다양한 전법을 이끌어낼 수 있다. 신 감독은 승점 12점, 즉 정상적인 4승을 챙기면 90% 확률까지 올라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6라운드에서 하위권 팀을 차분히 잡고 나머지 상위권 팀들을 상대로 총력전을 펼치면 현재 전력과 흐름상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다. 결론적으로 이날 승리로 삼성화재의 정규시즌 우승 가능성은 매우 높아졌다.
정규시즌 우승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것은 또 다른 의미를 지닌다. 삼성화재의 8연패 가능성이 덩달아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과 다름 아니다. 프로배구 포스트시즌 일정은 준플레이오프가 성사될 경우 3월 19일부터 시작될 예정이다. 챔피언결정전은 3월 28일부터다. 만약 삼성화재가 챔피언결정전에 직행한다면 열흘 이상의 휴식일이 생긴다. 조기에 정규시즌 우승을 결정짓는다면 팀 컨디션을 조율할 시간을 더 벌 수 있다.
매 시즌 우승을 하는 까닭에 드래프트에서 좋은 선수를 뽑지 못하는 삼성화재는 선수층이 얇다. 신치용 감독도 인정한다. 주축 선수들의 의존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타 팀에 비해 체력 소모가 많지만 여름에 쌓아둔 밑천으로 버티는 형국이다. 이런 상황에서 최소 열흘 이상의 휴식은 보약이 된다. 지난해에도 챔피언결정전에 직행한 삼성화재는 완충된 체력으로 현대캐피탈에 역전승을 거뒀다. 체력의 차이는 무시할 수 없었다.
신치용 감독은 시즌 중에도 “플레이오프를 거친다면 우승을 장담할 수 없다. 다만 챔피언결정전에 직행한다면 가능성이 생긴다”라며 정규시즌 우승에 초점을 맞춘 시즌 운영을 시사했다. 그리고 그 신 감독의 셈법은, 자신의 표현대로라면 ‘50%’ 정도 완성됐다. 삼성화재가 나머지 50%를 채우고 8연패까지 내달릴 수 있을까. 소름 끼치는 시즌 운영 속에 8연패 꿈도 영글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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