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섭이 형이 오면 무조건 좋지요”.
최희섭(35)과 나지완(30). 두 거포는 2009년 한 방을 쓰면서 우승을 이끌었다. 최희섭은 김상현과 CK포를 가동하며 30홈런-100타점 고지를 밟았다. 나지완은 3번에 포진해 NCK포의 한 축으로 23홈런을 날렸다. 최희섭의 ML 경험담이 성장의 밑거름이었다. 당시 NCK포의 홈런수는 92개였다. 세 타자는 서로에게 홈런을 안겨준 조력자들이었다.
그러나 NCK포는 꿈처럼 사라졌다. 최희섭은 부상과 부진이 이어지며 4번자리를 내놓았다. 김상현 역시 부진과 부상에 시달리다 트레이드로 팀을 떠났다. 나지완은 이들을 대신해 중심타선에 있었고 4번타자로 성장했다. 그러나 무서운 4번타자는 아니었다. 거포의 상징인 30홈런을 한 번도 넘지 못했다. 2009년 이후 21개가 최다였다. 타점도 2013년 96개를 기록했으나 100고지를 밟지 못했다.

30홈런을 때리지 못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박흥식 타격코치의 진단은 이렇다. "나지완의 타고 난 장사이다. 힘을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그러나 그 힘을 온전히 방망이에 실지 못했다. 무릎이 아파서 인지 상체위주의 스윙이었다. 타구의 질이 끝에서 뚝 떨어지는 등 라인드라이브처럼 뻗어나가지 못했다"는 것이다.
더욱이 무릎 등 잦은 부상에 발목이 잡혔다. 부상이 찾아왔거나 체력이 부족해 여름이 되면 홈런수가 격감하기도 했다. 작년에는 역대급으로 타고투저 현상이 뚜렸했지만 7월부터 3개월 동안 7홈런에 그쳤고 결국 19홈런을 기록했다. 팔꿈치도 통증을 일으켰고 체력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다고 볼 수 있다.
또 하나는 나지완의 앞뒤를 받쳐주는 거포들의 부재였다. 최희섭은 수 년째 부분 가동에 그치고 이범호도 부상 후유증으로 몇년째 홈런포가 적었다. 작년에는 브렛 필이 활약했으나 두 달 동안 자리를 비우는 통에 홈런포를 풀가동하지 못했다. 결국 나지완 홀로 견제를 받는 형세였다.
올해는 긍정적인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최희섭이 부활을 예고하고 있다. 작년 가을 마무리 훈련부터 훈련에 매진했고 개인훈련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스프링캠프에서는 훈련 100% 소화를 하고 있고 6일 첫 실전부터 출전해 복귀 가능성을 높였다. 여기에 이범호도 풀타임 활약을 목표로 삼을 정도로 몸을 만들었다. 필의 컨디션도 최상이다.
나지완은 “희섭이 형이 들어오면 우리 타순이 강해 질 것이다. 중심타자들이 강해지면 나에게도 분명히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반가워했다. 자신에 대한 견제가 분산되면서 더욱 많은 기회가 올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나지완은 “올해는 꼭 30홈런을 치고 싶고 더 나아가 100타점까지 기록하고 싶다. 솔직히 4번타자가 좋지만 희섭이 형이 돌아오면 어떻게 될지 모른다. 희섭형과 경쟁하겠지만 타순은 상관없다”고 말했다.
또 하나는 기술적인 변화도 눈에 띤다. 오키나와에서는 하체를 이용한 스윙에 전념하고 있다. 박흥식 타격코치는 “방망이 끝의 스피드를 높여야 한다. 상체위주의 스윙 때문에 스피드가 빠르지 않았고 공의 회전력이 약했다. 이곳에서 하체 운동에 많이 하고 있다. 스피드를 끌어올린다면 30홈런은 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입단 8년째를 맞아 첫 30홈런을 꿈꾸는 나지완의 오키나와가 뜨겁다.
sunny@osen.co.kr
오키나와=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