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도 자원이 많다".
지난 3년 동안 KIA의 4강 진입 실패는 마운드에 1차적인 이유가 있었다. 선발, 중간, 소방수까지 어느 한 곳도 정상 수준이 아니었다. 특히 선발투수의 부재가 컸다. 지난 3년 동안 에이스 양현종의 두 자리 승수는 작년 한 번 뿐이었다. 외국인 투수 가운데 앤서니 르루의 11승이 유일했다.
그렇다면 2015 선발진은 좋아질 것인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오키나와 전지훈련지에서 만난 이대진 투수코치는 "자원은 풍부하다. 작년보다 운영의 폭이 넓어질 것이다"고 말했다. 이 코치는 작년 시즌 중반부터 1군 메인으로 승격했다. 올해는 처음으로 전지훈련부터 마운드 설계를 맡았다. 그에게서 선발진의 밑그림을 들어보았다.
일단 5선발 체제를 구축하기로 했다. 의외로 경쟁률이 높다. 에이스 양현종(27)과 필립 험버(33)와 조쉬 스틴슨(30) 외국인 투수까지 3명은 선발투수로 확정됐다. 누가 뭐라해도 양현종은 부동의 에이스이다. 험버와 스틴슨도 동반 10승과 180이닝을 기대받고 있다. 어쩌면 선발투수진은 나머지 두 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모양이다.
원래는 김진우(32), 임준섭(25), 김병현(36) 등이 유력후보였다. 그러나 김병현이 맹장수술로 개막전에는 페이스를 맞추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김진우는 오키나와 전지훈련에 참가하지 못했고 현재 대만에서 훈련하고 있다. 임준섭은 지난 시즌 선발투수로 경험을 쌓아 가장 유리하다. 그러나 만만치 경쟁자들이 뒤에 도사리고 있다.
서재응(37), 임준혁(30), 박성호(29), 임기준(24), 한승혁(22)이 자리를 노리고 있다. 서재응은 괌 재활조에서 몸을 만들어가고 있다. 어느 해보다 새 시즌에 대한 각오와 의욕이 남다르다. 임준혁은 팔을 세워 던지면서 제구력, 볼끝, 변화구의 각이 예리해졌다. 박성호도 임준혁과 함께 조계현 수석코치의 특별지도를 받으며 볼이 달라졌고 당당한 선발후보로 이름을 올렸다.
젊은 임기준은 군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귀중한 좌완투수이다. 미래를 본다면 선발투수로 키워야 한다. 입대전과 달리 140km대 중반의 볼을 던지고 제구력에 안정감이 생겼다. 강속구 투수 한승혁 역시 볼을 놓는 타점이 일정해지면서 제구력과 변화구가 좋아졌다는 평를 받고 있다. 두 번째 실전에서 149km를 기록할 정도로 페이스가 좋다.

2년차 박상옥도 선발후보로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여기에 부상에서 복귀하는 투수들이 있다. 작년 1년을 재활로 보낸 차명진도 괌에서 볼을 던지고 있다. 개막전 전력 여부는 불투명하지만 김병현과 함께 예비군에 편성되어 있다. 신인과 부상선수를 제외하더라도 10명이 넘는다. 이대진 코치는 외국인과 양현종 세 명을 제외하고 모두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전훈지에서 경쟁을 유도하기 위한 일반적인 모습이지만 올해는 보다 많은 선발자원이 필요하다. 장기 레이스에서 선발투수는 5명만 가지고 운용하기 어렵다. 더욱이 144경기로 늘어나면서 가용 선발자원이 풍부한 팀이 유리하다. 스윙맨을 역할을 하는 투수도 있고 나머지는 선택적으로 미들맨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전개될 대외 실전, 시범경기에서 어떤 모습을 보이느냐에 따라 보직이 결정된다.
이대진 코치는 "선발진의 성패는 외국인 투수 2명에게 달려 있다"면서도 "가용 자원이 많아지면서 작년보다 운영의 폭이 넓어졌다고 볼 수 있다. 모두 가능성을 열어놓고 체크하고 있다. 실전에서는 컨디션이 좋은 투수들을 번갈아 기용하겠다. 젊은 투수들에게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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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 험버의 투구를 지켜보는 이대진 코치(위), 아래는 좌완투수 임기준 /오키나와=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