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중요한 건, 좋은 이야기입니다."
전세계적인 인기를 모으고 있는 정치 스릴러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를 연출한 존 데이비드 콜스(John David Coles)가 최근 내한, 11일 서울 코엑스 컨퍼런스룸에서 한국 취재진과 만났다.
문화체육관광부 주최, 한국콘텐츠진흥원 주관으로 이날 '콘텐츠 인사이트 2015'에 참석하는 그는 기존 TV드라마를 19세기 소설에 비유하면서 새로운 패러다임의 TV 드라마 등장에 의의를 뒀다. 그러면서 가장 중요한 건 '좋은 이야기'라고 거듭 강조했다.

'하우스 오브 카드'는 넷플릭스에서 한번에 한 시즌 13개 에피소드가 동시에 공개되는 방식으로 서비스되는 웹드라마. 2주 후 시즌 3를 공개하는 이 드라마는 실력파 배우 캐빈 스페이시가 권력을 위해서라면 그 어떤 짓도 서슴지 않는 프랜시스 언더우드로 출연해 시청자들이 희대의 악당에게 감정 이입을 하게 하는 범상치 않은 매력의 작품이다.
장관직을 노리고 대통령의 당선을 물심양면 도운 그가 대통령 선거 직후 장관 임명에 물을 먹으면서 시작되는 이 이야기는 언더우드가 라이벌들을 차례차례 제거하고 시즌2에 이르러서는 결국 그 대통령까지 탄핵시키는데 성공하면서 상당한 속도감과 스릴, 반전을 선사하고 있다.
그는 앞서 '섹스 앤 더 시티', '그레이 아나토미', '웨스트 윙' 등 국내에도 널리 알려진 다수의 작품에 참여해왔다. 다음은 존 데이비드 콜스와의 일문일답.
- '하우스 오브 카드'에서는 어떤 역할을 맡고 있나.
"시즌2의 에피소드 3개를 연출했다. 시즌3은 전체적으로 총책임 프로듀서를 맡았다. 직접 연출을 맡은 건 시즌3에서 첫번째와 두번째 에피소드고 나머지 11개는 총 감독 제작만 했다."
- 한 에피소드를 제작하는데 시간이 얼마나 걸리나.
"주로 두 에피소드를 한꺼번에 합쳐서 제작한다. 그렇게 두개씩 만들 경우, 그 두개의 에피소드를 만드는데 22일 정도 소요된다."
- 한 드라마 안에서 에피소드 별로 다른 감독이 연출을 맡는 건 한국에서 생소하다. 그런 방식의 좋은 점은 무엇인가.
"당연히 쇼를 제작하기 위해서는 어떤 사람은 준비를 해야 하고, 어떤 사람은 촬영을 해야 하고 그런 부분이 필요하다. 한 사람이 모든 걸 할 수 없지 않나. 그런 부분은 나눠서 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 두 에피소드를 한꺼번에 만드는 이유는 뭘까.
"데이빗 핀쳐 감독은 촬영을 하고, 준비하고 편집하는 과정을 영화처럼 하길 바란다. 그렇게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2개씩 제작을 하는 게 잘 맞았다. 그런 과정은 보통 작업보다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크로스 보딩으로, 여러 사람이 일을 나눠서 작업을 하는 게 필요했다. 이렇게 일하면 영화적 기법을 살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 '하우스 오브 카드'가 잘 된 이유는 무엇일까.
"난 두가지로 생각한다. 하나는 이 드라마의 예술적 완성도. 또 하나는 이 시리즈의 전 에피소드를 한번에 공개했다는 점이다.
문화적인 부분에서 보자면 이 드라마가 가진 정치적 얘기가 좋은 반응을 얻은 것으로 볼 수 있다. 내가 1990년대 '웨스트윙' 드라마를 제작하기도 했었는데, 미국 사람들이 정치에 대해서 흥미가 높은 것 같다. 그 부분이 일단 성공 요인으로 꼽을 수 있다. 처음에 '하우스 오브 카드'가 공개됐을땐 미국 정치의 어두운 부분, 더럽고 암울한 부분이 나와서 다양한 반응이 있었다. 그 범위가 다양한 게 흥미로웠는데, 그런 다양한, 넓은 범위의 반응들이 흥행으로 연결됐다."
- 에피소드를 한번에 다 공개한 것이 흥미롭다.
"사실 도박이라 할 수 있다. 넷플릭스가 그렇게 한꺼번에 공개하겠다는 아이디어가 기술력과 조합이 돼서 흥행에 성공됐다고 볼 수 있다. 난 긍정적으로 본다. 큰 성공을 거뒀으니까(웃음). 우선 시청자들의 시청 패턴을 바꿨다는 점이 새롭다. TV는 19세기의 소설책인 것 같다. 그런데 이젠 시청자들이 드라마 시리즈를 자기 마음대로 볼 수있는 거다. 자기가 원하는 만큼 그 시간에 맞춰서 하나씩 보는 게 아니라 한꺼번에 볼 수 있는 만큼, 볼 수 있게 권한 줬다는 점에서 굉장히 신선했다고 볼 수 있겠다."
- TV 드라마가 19세기 소설 같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그 당시 소설이 신문에 연재하는 방식으로 독자들을 만났다. 그런 부분이 비슷하다고 본다. 그동안 '하우스 오브 카드'는 13개 에피소드씩 시즌 2개를 선보였다. 이는 프랜시스 언더우드를 탐구하기에 굉장히 긴 시간이다. 다른 경찰 수사 드라마는 캐릭터는 같지만 매 에피소드가 다르다. 그와 달리 '하우스 오브 카드'는 26개 에피소드가 언더우드를 굉장히 깊이 있게 탐구한다. 그런 부분이 더 심층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나 한다."
- 기존 드라마에서는 주인공을 괴롭히는 역할이었을 프랜시스 언더우드가 주인공이다보니, 주인공의 호감도를 높이기 위한 연구도 많이 했을 것 같다. 시청자들이 그를 사랑할 수 있도록, 어떤 부분을 신경썼나.
"우선 캐빈 스페이시가 아니었다면, 안됐을 것이다. 그니까 가능했다. 극중에서 언더우드를 연기한 스페이시가 악행도 하고 정치적으로 부도덕한 일을 하지만 인간적인 면모가 드러났기 때문에 바로 그부분에서 사랑받지 않았나 한다. 드라마 중에서 보면 캐빈 스페이시가 카메라를 보고 시청자들에게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연출하는데 그 부분이 시청자에게 실제 얘기하는 듯한 가까운 느낌을 주기 때문에 시청자들에게 가깝게 다가가지 않았나 한다."
- 많은 취재가 필요한 스토리다. 작가들은 어떻게 드라마를 준비했나.
"캐빈 스페이시가 개인적으로 알고 지냈던 국회의원들에게 많이 질문을 했었다. 계속 꾸준하게 연구 자료 조사가 이뤄졌는데 특정한 정치와 관련된 부분이다보니까 미국 정치에 조언을 줄 수 있는 그런 부분에 조사가 많이 이뤄졌었다. 오랜 시간을 투자해서 끝내고 나니 '이 정도면 다 됐구나!' 싶었다."
- 어느 정도 시간일까.
"시즌3 첫번째 5개는 2014년 1월에 조사를 시작해서 첫촬영이 있었던 2014년 6월까지 계속 준비했다. 촬영하면서도 작품에 대한 스토리를 발전시켰다."
- 좋은 작품을 만드는 노하우가 있다면 뭘까.
"나만의 노하우라고 할 것 같으면, 선택의 조합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어떤 프로젝트를 맡느냐 어떤 사람들과 만나서 일하느냐 그런 선택이다. 티비 시리즈 중 '엘레멘트리'를 했었는데 그런 경우 좋은 프로젝트를 만났다고 볼 수 있다. 이번 '하우스 오브 카드' 할때는 캐빈 스페이시와 20년전부터 친분 있어서 믿을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했다. 작품을 할 때 그런 부분을 중시한다."
- 시즌3에 대해서 한 마디 하신다면.
"2주 남았으니까, 기다려달라."
- 혹시 한국 드라마를 본 적 있는가.
"한국 영화는 본 적 있다."
- 오늘 '성공하는 콘텐츠의 법칙'에 대해 강연을 하시는데, 그에 대해 간략하게 한마디 해주신다면.
"제작자, 배우, 감독이 얼마나 좋은지 보다, 가장 중요한 건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 좋은 이야기의 기준은 뭘까.
"일례를 들면, 시즌 1에서 언더우드가 의회에서 문제 생겨서 아내 클레어와 이야기하는 부분이 있다. 그 장면에서 두 사람은 앞으로 나갈 것인지 뒤로 빠질 것인지 의논을 한다. 복잡한 문제지만 결국 간단하게 앞으로 나갈 것인가 후퇴할 것인가 하는 문제인 것이다. 그렇게 간단하게 그려낸 점이 시청자들에게 다가갔다고 본다. 이야기가 복잡하면 시청자들이 길을 잃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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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콘텐츠 진흥원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