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 김제동은 ‘말꾼’이 맞았다. 소극장을 가득 채운 관객들 앞에 홀로 서서 그들을 쥐락펴락하는 김제동은 분명 대중이 한 동안 볼 수 없었던, SBS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 MBC ‘무한도전’에서와는 또 다른 MC 김제동의 모습이었다. 물론 자신의 이름을 딴 ‘토그콘서트’로 활동을 해 온 그지만 그런 모습은 티켓을 사서 공연을 보러 온 관객만 확인할 수 있는 것이었기에 의미가 달랐다.
지난 10일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학교 경영관 지하 소극장에서는 JTBC 설특집 파일럿 ‘김제동의 톡투유-걱정말아요 그대’(이하 ‘김제동의 톡투유’)의 첫 녹화가 이뤄졌다.
요조 밴드의 차분한 노래가 끝난 후 무대가 아닌 객석에서부터 등장한 김제동은 특유의 입담을 발휘하며 청중을 웃음바다로 몰아넣었다. “연예인이 왔는데 왜 가만히 있느냐”던 그는 이내 자신을 맞이하는 이들과 손바닥을 마주치며 친근한 인사를 건넸다.


이어 프로그램의 형식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다. 이 같은 설명 역시 MC 김제동의 몫. 김제동은 “녹화 시간이 정해지지 않았다”, “리허설이 없다”, “대본이 없다”, “카메라가 아닌 청중이 우선이다”라며 이 프로그램이 일반적인 토크쇼보다는 그가 해왔던 콘서트의 형식으로 진행되는 사실을 강조했다.
실제 ‘김제동의 톡투유’는 리허설 과정이 없었고, 녹화 중 쉬는 시간도 없었다. 오후 5시 시작한 녹화는 8시 30분까지 이어졌으며, 콘서트처럼 끊임없는 대화가 이어졌다. 소극장 안에 모인 인원은 약 300여명. 대부분 20대였지만, 수업을 마치고 찾은 고등학생부터 50-60대 중년 여성들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자리를 잡고 앉아 김제동의 입을 주시했다.
주제를 놓고 많은 사람들이 각자 자신의 고민거리를 말했지만, 이날의 주제로 정해진 것은 ‘연애’였다. 게스트로 참석한 만화가 강풀과 이투스 최진기 강사가 출연해 김제동을 도왔다. 청중들은 방송 전 나눠준 스케치북에 이야기 하고 싶은 것을 자유롭게 쓰고, 김제동은 청중들이 쓴 것을 참고하거나 혹 질문을 던져 발언권을 얻고자 하는 청중에게 자유롭게 말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형식이었다.
김제동의 달변가다운 답변들이 이어졌다. 더 이야기를 하고 싶은 주제에 대해서는 청중과 게스트에게 양해를 구하고 개인적인 이야기들을 하기도 했다. 전반적으로 소통과 공감이 중요시된 분위기에서 청중들 역시 조금씩 마음을 연 듯 다양한 반응으로 웃음을 줬다.
게스트들의 활약도 의외였다. 김제동과의 친분으로 출연한 강풀은 돌발행동(?)으로, 최진기는 인문학적이고도 사회학적인, 해박한 설명으로 재미를 높였다. 요조 역시 노래 뿐 아니라 재치있는 입담으로 대화에 참여했다. 주제인 '연애'에 관련된 이야기들이 끝난 후에도 한동안 청중들은 김제동의 인도에 따라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들을 꺼냈고, 김제동 및 게스트들의 열정적인 피드백이 이어졌다.
현장의 재미는 충분했다. 과연, '말꾼' 김제동의 현장 입담은 방송으로도 반향을 일으킬 수 있을까. 귀추가 주목된다. ‘김제동의 톡투유’는 오는 20일 오후 8시 30분 방송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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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