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하늘은 똑똑한 배우다. 어떻게 하면 배역에 잘 스며들 수 있을지를 알고, 최상의 결과물을 뽑아낼 줄 안다. 최근 연극 무대를 종횡무진 하는 동시에 극장에서도 관객들을 만나고 있는 그는 전혀 다른 두 캐릭터를 강하늘 스타일로 연기해면서 다시 한 번 존재감을 각인시키는데 성공했다.
강하늘은 6일째 박스오피스 1위를 수성하고 있는 영화 '쎄시봉'(감독 김현석)을 통해 관객들에게 색다른 매력을 어필하는 중이다. 극중 윤형주 역을 맡아 열연한 강하늘은 연기는 물론, 뛰어난 노래 실력으로 여성 관객들의 마음을 단단히 사로잡고 있다. 이미 뮤지컬 무대에서 실력은 인정받은 그이기에 노래를 잘한다는 사실은 많이 알려졌지만, 스크린에서 흐르는 강하늘의 목소리는 또 다른 매력이었다.
포크 듀오 트윈폴리오의 멤버인 윤형주는 가요계에서 전설적인 인물. 요즘 젊은 세대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인물일 수 있지만 그 시절 추억을 간직한 중년에게는 여전한 아이돌이다. 최근 드라마 '미생'을 통해 인지도를 높인 강하늘은 윤형주와 높은 싱크로율로 무리 없이 몰입도를 높였다.

의학과 전공에 세련되고 지적인 남자, 기타를 들고 무대에 올라 미성을 뽐내는 그는 강하늘과 매우 잘 맞는 역할이었다. 통기타 연주에 울려 퍼지는 깔끔하고 여린 강하늘의 미성은 송창식 역의 조복래, 오근태 역의 정우와 꽤 멋진 하모니를 만들어냈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간 후 그 시절 쎄시봉을 추억하며 영화 OST를 찾아 듣는 이들도 꽤 될 것.
뿐만 아니라 강하늘의 정직하고 바른 이미지를 살린 엄친아 윤형주 캐릭터는 그에게 딱 맞는 옷이었다. 금테 안경을 쓰고 기타를 멘 강하늘은 학창시절 흠모했던 오빠의 모습이었고, 똑 부러지는 연기로 캐릭터를 이질감 없이 연기해냈다. 사실 실존인물을 연기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지만, 강하늘은 놀랍도록 높은 싱크로율을 자랑했다는 평이다.

반면 연극 무대에서는 '쎄시봉' 윤형주와 전혀 다른 강하늘의 모습이다. 연극 '해롤드 앤 모드'(연출 양정웅)로 연일 무대에 오르고 있는 강하늘은 생동감 넘치는 연기로 다시 한 단계 성장한 모습이다. "재충전과 배움의 시간"으로 연극 무대를 택한 강하늘은 대선배 배우 박정자와 호흡을 맞추면서 전혀 기죽거나 밀리지 않았다. 그는 무대 위에서도 완벽하게 제몫을 해냈다.
극중 강하늘이 연기하는 해롤드는 죽음을 동경하는 19세 소년. 사랑스러운 80세 할머니 모드를 만나 사랑에 빠지는 인물이다. 초반에는 우울하고 무뚝뚝하고, 다소 음침한 기운까지 느껴지는 해롤드. 그는 모드와의 특별한 시간을 통해 자기만의 세계에서 점차 세상 밖으로 나온다.
깜짝 놀라게 독특한 이 소년은 강하늘이라는 배우를 만나 그간의 무대와는 또 다른 매력을 입었다. 풋풋한 소년 같은 강하늘의 환한 웃음과 또 내면 깊은 곳에 있는 고독함이 두 시간 동안 무대 위에 다채롭게 펼쳐졌다. 때로는 유쾌하고 낭만적으로, 또 때로는 깊은 상실과 절망으로 이어지는 공연은 박정자와 강하늘 두 사람의 조합으로 깊이와 감동을 더했다.
더불어 강하늘은 내달 개봉을 앞두고 있는 영화 '순수의 시대'(감독 안상훈)를 통해 다시 한 번 변신을 시도한다. 이번에는 악역을 맡아 배우 장혁이 "완벽하다"고 칭찬했을 정도로 큰 변화다. 비슷한 시기에 개봉되는 영화 '스물'(감독 이병헌)에서는 공부만 잘하는 놈 경재 역을 연기,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예정이다.
청춘스타에 머물지 않고, 도전을 망설이지 않으면서 진짜 배우의 길을 걷고 있는 강하늘. 언제나 똑똑한 연기로 작품에 자신을 잘 녹여내고 있는 그가 또 어떤 연기로 대중을 사로잡을지 기대를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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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컴퍼니 제공, '쎄시봉' 스틸